종교, 상징, 인간
유요한 지음 / 21세기북스 / 2014년 9월
평점 :
품절


우선 간결한 제목이 눈길을 끌었다.
어떻게 보면 추상적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이 세 단어를 과연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 궁금해서 읽기 시작했다.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이 제목 자체에서 이미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를 어느 정도는 다 이야기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과정이 곧 이 책과 함께하는 여정이었다.


가장 아래 부분인 근본에 인간이 있다. 만물의 영장 같은 흔하고도 오만한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 인간이 하는 이야기의 중심에는 결국 근본적으로 인간이 바탕에 깔려있다는 이야기이다. 이 책에서 주장하기를 인간은 근본적으로 종교적인 특성을 지닌 존재라고 한다. 자신의 한계를 잘 알고있기에 그를 극복하려하고, 실제로 극복해내는 존재(시대에 따라 신선, 초인, 초능력자, 영웅 등으로 나타난다)를 상정하고 그들을 닮으려 하는 존재. 그 과정에서 상징(이 책에서는 단순히 종교적인 상징 뿐만 아니라 어떤 대상물의 원형이라는 내용의 상징까지를 포괄해서 상징이라고 부르고 있다)이라는 수단을 이용하여 보다 더 종교적인 인간이 되어가는 과정. 그리고 그런 과정을 살고 있는 존재가 바로 인간. 이렇게 요약되는 듯하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의 제목은 
종교,
상징,
인간
으로 완성된 것이 아닐까 추측해 보았다. 아래에서 위로 향하는 상호작용이 있는듯하다.
자신의 시대나 위치를 막론하고 인간은 끊임없이 위를 지향하니까.
인간이 근본이지만 그런 인간에게는 속된 면과 성스러운 면이 공존한다.
상징도 문화권이나 시대에 따라서 똑같은 대상에 대한 상징이더라도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상징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인간이 이런 상징을 통해서 좀더 종교적인 존재로 거듭나기 위한 과정..
그것이 곧 삶이라고 이 책에서는 말하고 있다.

비록 과학이 만물의 척도인 것처럼 여겨지는 과학만능주의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이지만,
우리 삶 속에서도 끊임없이 종교적인 면모는 나타나고 있다.
그런 부분은 이 책에서도 알랭 드 보통의 <무신론자를 위한 종교> 내용을 적절하게  인용해서 잘 말해주고 있다.


 

 

인용 이야기가 나와서 좀 더 살펴보자면, 이 책에서는 전반적으로 인용이 적절하게 잘 배치되어 있다. 

특히, 문학작품인 <칼의 노래>를 통해서 종교라는 존재에 대해 진입장벽이 높지 않되 너무 느슨하게 풀어지지도 않게 잘 풀어내간 점이 매력적이었다. 종교학 관련 인문서에 처음부터 끝까지 소설이 함께하는 구성이라니, 그것도 이름조차 어려운 외국 작가의 작품이 아닌 친숙한 작품이라 더욱 편안하게 와닿았다.

또한 단순히 우리 문학작품을 책에 인용하는 것뿐만아니라

제주도나 남도 지방의 전통 풍습(무당, 굿 등)을 군데군데 잘 배치해서 

기존에 보던 종교학 관련 서적에서 볼 수 없던 면모를 엿볼 수 있었다.

종교학에 대해 먼저 연구가 시작된 서양의 풍습 등을 이야기 한 뒤 자연스럽게 우리의 풍습도 가미한다. 기존의 서양 서적을 번역한 데서 오던 어딘지 모를 어색함이 이 책에서는 보이지 않던 이유가 아마 거기에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 풍습뿐만 아니라 중국, 일본, 인도, 아메리카 등 동서양을 막론하고 전개되는 이야기는 자칫 서양의 그것만 다루어서 지루하게 느껴졌던 기존의 책들에 도전장을 던지는 듯하다. 그런 점에서 나는 이 책을 높게 평가하고 싶다.

이야기 자체도 차분한 설명식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읽을 수 있어서 참 괜찮다.

특히 민감해질 수 있는 페미니즘 관련 주제에 있어서도 현명하게 논란의 불씨를 비껴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일반 대중도 마음 편히 읽도록 추천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세한 것은 나도 한번 더 정독하고나서 알 수 있겠지만 

이 책은 정말 괜찮다.(나는 별로면 솔직하게 별로라고 말한다)

간만에 좋은 책을 읽어서 의미있는 날이었다.

군데군데 의미깊고 생각할 거리를 주는 문장을 발견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다시금 읽어보면서 이것저것 메모하고 좀더 친해지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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