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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아이
정승구 지음 / 21세기북스 / 2014년 8월
평점 :
책을 한번 집어서 끝까지 단번에 읽는 일은 내게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다. 그런데 간만에 그런일이 실제로 일어났다.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재미있다!
첫 장면부터 긴장감과 흥미를 유발하는 수완, 시간 순서상 지그재그로 촘촘하게 엮이되 혼란감은 줄이고 흡입력을 높여주는 구성, 약간 한쪽으로 특징이 치우친 점은 있지만 그래도 저마다의 개성이 있는 등장인물들. 이 모든 것이 적절한 조화를 이루며 얼핏 보면 각각 다른 이야기일 수도 있는 내용을 하나로 묶어준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내 든 생각은 진짜 영화같다... 였다. 분명히 글씨로 읽고 있는데 읽으면 읽을수록 한편의 영화같이 다가왔다. 영화감독이 쓰는 소설이란 이런 것일까.
가족도 없이 혼자 살아가면서 삶의 의미 또한 없어보이는 주인공 나. 마찬가지로 삶의 의미가 딱히 없어보이고 늘 공허함에 시달리는 민주. 그리고 말보다 더 소중한 능력을 지닌 아이 왕눈이. 어찌 보면 어울리지 않는 이 세명이 어우러져 마법같이 그려내는 이야기 한 편. 첫문장부터 생각하게끔 만든다.
"삶은 여러 형태로 우리를 홀리지만, 죽음은 단 하나의 얼굴로 다가온다. 죽을 떄가 되면 인생의 주요 순간들이 빠른 몽타주로 보인다고 들었다. (중략) 존재가 유한하다고 해서 의미가 부여되는 것은 아니다. 마찬가지로 잠시 후 내가 죽는다고 해서 내 삶이 의미 있어지는 건 아닐 것이다. (중략) 나는 아직 살고 싶다."
결국 위의 문장에서 시작된 작품이 아래의 문장으로 변하는 여정이다.
"인생에서 자신이 태어난 생일보다 중요한 날은 자신이 왜 태어났는지를 알게 되는 날이다. '의미'는 찾는 것이 아니었다. 때가 되면 '의미'는 알아서 나를 찾아왔다. (중략)"
이 두 문장 사이에서 주인공에게는 소중한 존재도 생기고 삶의 의미도 와닿게 된다. 그 과정에서 결코 평탄치만은 않은 이야기가 펼쳐지게 된다. 그 자세한 내용은 직접 읽어봐야지만 이해가 될 것이다. 내 삶은 결코 내가 조종할수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존재의 근원을, 그리고 거기에 얽힌 사연을 알고싶어하는 존재가 바로 인간이다. 내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내 부모님이 어떤 사람인지도 모르고 심지어 왜 갇혀있던지도 모르고 살아오던 존재가 내가 누구인지 알게되는 과정. 어찌보면 한편의 막장드라마처럼 보일 수도 있는 요약이지만 결코 막장은 아니다.오히려 진지하다. 탄탄한 배경지식과 한시도 손을 뗄수없게 만드는 작가 특유의 매력이 잘 어우러져서 한편의 진지한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추천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