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누구인가 - 세상이 묻고 인문학이 답하다 플라톤 아카데미 총서
강신주 외 지음 / 21세기북스 / 2014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개인적으로 <나는 누구인가시리즈 강연에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왔다시간관계상 직접 참여하지는 못해서 아쉬움이 남았는데 강연이 책으로 정리되어 나온다는 말을 듣고 꼭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고그리고 드디어 읽었다.

  이 책은 크게 1부 나는 누구인가인간의 본질에 답하다와 2부 어떻게 살 것인가삶의 태도가 곧 당신이다로 구성되어 있다각각의 부가 4, 3장으로 구성된 이 책의 매력은 바로 그 구성에 있다장마다 서로 다른 저자가정확히는 특정 분야의 저명한 인물이 저자로 나와서 저마다의 이야기를 펼친다다들 자기 주관이 뚜렷하고 자기 분야가 있다그런데도 이들이 던지는 메시지는 하나이다요약하자면 내가 누구인지 되돌아보고 인문학의 중요성을 다시금 깨닫자.“ 정도일 것이다이렇게 적어놓으면 식상하기 그지없는 이야기를 자기 분야의 지식과살면서 겪은 경험에서 나온 깨달음을 적당히 버무려서 일반 대중이 보기에도 재미있으면서 어렵지 않고 친숙하게 느끼도록 배려한다최대한 배려를 했음에도 배경 지식이 없으면 이해하기 싶은 용어나 인물 등의 부분은 각주를 달아놓는 친절함이 돋보인다그렇기에 책을 조금이라도 읽는다고 자부하는 고등학생에게도 이 책을 추천해줄 수 있을 만큼 그 진입장벽이 낮다는 것이 이 책의 장점이라고 생각한다책 내용 중에서도 나오는 부분이다인문학이 특정 계층의 전유물이 되어서 너무 현학적이게 되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는 대목이 있었다.

 

  책에서 인상깊었던 부분을 좀 더 되짚어보자면우선 1장의 강신주 저자가 자본주의에 대해 한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한 마디로 요약하자면돈은 어디까지나 수단이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분명히 인지하고 그런 인간 중심적인 사회가 되도록 사랑으로 극복하자는 이야기.

  다음으로 2장에서 고미숙 저자가 현대인의 생리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너무 많이 먹고 너무 많이 쓰고 너무 많이 짐을 얹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 수 있다이 대목에 공감하지 않을 현대인은 거의 없을 거라 짐작된다읽으면서 한병철의 <피로사회>, <투명사회>와 같은 맥락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같이 읽어보면 좋을 듯하다.

5장에 나온 슬라보예 지젝의 이야기도 인상 깊었다그의 시각은 늘 새롭기 그지없다강남스타일을 그의 시선으로 해석해낸 부분은 이 책의 별미이다진정한 지식인에 대한 그의 견해도 참 좋았다인용하자면 다음과 같다. “진정한 지식인은 다른 사람이 정해놓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 자체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올바른 접근법이 맞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이상으로 어떻게 더 적절한 정리를 할 수 있을까.

  6장에서 최진석 저자가 동양 고전의 내용을 바탕으로 현대적으로 적용하여 자신만의 이야기를 펼친 부분도 충분히 책 한 권으로 따로 읽어볼만한 가치가 있다마지막으로 이 책에서 인상 깊었던 부분은 정용석 저자가 7장에서 이야기한 내용이다일단 정용석 저자는 생물 분야의 전문가라는 점이 특이하다간학문적 접근을 접할 수 있던 기회는 드물게 해외 도서를 통해서나 있었는데국내 저서인 이 책을 통해서 접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이 책은 단순히 책 한 권 이상의 의미가 있다과학적으로 나라는 존재가 존재할 수 있는 확률을 계산하면서 인문학적인 이야기를 하는 자체가 상당히 신선하고 인상적인 경험이었다.

 

   이런 내용을 보면서 강연을 직접 듣지 않은 것이 안타까운 마음이 들 정도로 좋은 내용이었다강연의 내용이 책 안에 고스란히 담겨있지만 강연장의 그 열기는 느낄 수 없을 터이다그 점은 다소 아쉽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7번에 걸쳐서 이루어진 강연을 한편의 파노라마처럼 잘 제시해 놓았다각각의 이야기가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듯 하면서도 내용이 비슷비슷하지는 않고 저마다의 접근법이 존재해서 지루해지지 않도록 도와주는 구성이 참 좋았다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을 꼽자면전체를 읽고나서 마무리를 하거나 장별로 요약해주는 짤막한 글이 뒤에 있었다면 더 좋았을 법하다서문은 있는데 뒤에는 이에 대응될 만한 구성이 되어있지 않아서 이 점은 보완하면 어떨까 싶다그런 점을 빼고도 이미 100점 만점에 99(인간적인 점수)이기에 불만은 없지만 이 책이 지나가는 여느 책과 다

르게 느껴지는 마음에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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