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소녀 카트린
파트릭 모디아노 지음, 이세욱 옮김, 장 자끄 상뻬 그림 / 열린책들 / 2003년 2월
평점 :
품절


 세상을 보드랍고 밝게 보는 눈을 갖고 자라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글을 씁니다.

이 책은, 삽화가 장짜끄 상뻬가 이 책의 삽화를 그렸다는 이유만으로 사서 읽게 된 책이랍니다.

 장자끄 상뻬의 데생 모음만으로도 몇 권의 책이 묶어져 나온 모양입니다만, 그는 프랑스 최고의 삽화가로서 역시  이름을 인정받을만 합니다.  '꼬마 니꼴라'나 '좀머씨 이야기' ... 등 작가가 달라도 그의 그림은 위력을 발휘하지요.  '자전거를 못 타는 아이' 처럼 그가 직접 글을 쓴 것 역시 읽을만 하구요. 프랑스적인 정서와 더불어 우리 네와 다른 면이 읽을 맛을 더해 주기도 한답니다.

글을 쓴 이는 파트릭 모디아노로 현대인의 의식 세계를 주로 그리는데, 각종 문학상을 휩쓸 정도로 다양한 창작을 하는 작가입니다.  전쟁의 충격과 사회 변혁의 진통을 온몸으로 겪어낸 작가는  가족 간의 어두운 면까지도 그려내지요. 

제목과 더불어 환상적으로 그려진  삽화는 이 책이 동화임을 보여 줍니다.

그러나 지은이는 카트린이란 발레 소녀를 통해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세상을 보는 눈에 대해  말하고 있지요.

아직 초등학교 저학년인 듯한 주인공 소녀는 안경을 씁니다. 그러나 발레 학원에 가서는 안경을 벗어야만 한답니다. 안경을 낀 발레리나는 어색하기 때문일까요~  발레리나인 미국인 엄마는 일 때문에 미국으로 먼저 갑니다.  프랑스인 아빠와  미국으로 갈 날을 기다리는 작은 소녀 카트린.

아직은 세상 볼 줄 모르는? 작고 귀여운 소녀의 눈에 비친 요지경.  안경을 낀 세상은 또렷하지만 딱딱하기만 합니다.

그러나 안경을 벗으면 주변의 윤곽이 흐릿해지고 소리까지 둔탁해진다고 느끼는 카트린. 꺼슬꺼슬하지도  않고  새털 베개만큼이나 포근하고 보들보들한 세상이 펼쳐진답니다. 안경을 벗은 세계는 몽상을 꾸어도 아름답기만 하지요~ 처음엔 발레를 하면서 안경을 벗게 돼, 잘  안 보이는 불편함이 있었지만... 오히려  보이지 않던 부드러운 꿈과 같은 세상을 발견하고 자신감을 갖는 꼬마 숙녀. 발레 학원의 유일한 친구에게서 초대를 받고 가지만, 어마어마한 상류층 파티에서 부녀의 존재는 무시되지요.... 유일한 아빠의 대화 상대는 말뿐인 허풍쟁이였고...그래도 일말의 희망을 거는 아빠. 아빠 사무실에서 일을 도와 주시는 분은 글자 하나라도 틀리면 안 되는 유식자입니다.  수식어 하나, 별 볼일 없는 문법까지 따지고 드는 ... 어른들의 세계는 너무 재미없고 삭막합니다. 개도 안 물어가는 돈과 유식만이 난무하지요.

작가는  어린이일 때는 모두 순수하다고 말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카트린에게도 안경을 쓰면 보이는 딱딱한 세계가 엄연히 존재합니다. 

엄마를 따라 미국에서 살게 된 가족. 후에 카트린도 발레리나가 되고, 발레학원을 운영하면서 자신처럼 안경 낀 소녀를 만나게 되지요. 자기가 그랬던 것처럼 안경을 벗으라 주문하고... 그러면서 세상은 이어지고 돌아가나 봅니다~

어떤 눈으로 세상을 볼까요~ 누군가는 한쪽 눈을 감고 보라는 말도 했지요.

전, 이번에 비싼 안경을 새로 맞췄답니다.  세상이 더 멋지게 보일까 하여...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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