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

 

                                                   류시화 

 

 

목련을 습관적으로 좋아한 적이 있었다


잎을 피우기도 전에 꽃을 피우는 목련처럼
삶을 채 살아 보기도 전에 나는

 
삶의 허무를 키웠다


목련나무 줄기는 뿌리로부터 꽃물을 밀어올리고


나는 또 서러운 눈물을 땅에 심었다


그래서 내게 남은 것은 무엇인가


모든 것을 나는 버릴 수 있었지만


차마 나를 버리진 못했다

 

목련이 필 때쯤이면


내 병은 습관적으로 깊어지고


꿈에서마저 나는 갈 곳이 없었다


흰 새의 날개들이 나무를 떠나듯


그렇게 목력의 흰 꽃잎들이


내 마음을 지나 땅에 묻힐 때


삶이 허무한 것을 진작에 알았지만


나는 등을 돌리고 서서


푸르른 하늘에 또 눈물을 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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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지우고 싶다....
그 사람의 머리속에 남아있는 내 자취를
지우고 싶다.
 
너무나 부족한 내 모습이 그 사람의
머리속에 사라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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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고 싶다는 말   -  이해인님

 

 

보고 싶다는 말    

생전 처음 듣는 말처럼
오늘은 이 말이 새롭다

보고 싶은데......

비오는 날의 첼로 소리 같기도 하고
맑은 날의 피아노 소리 같기도 한
너의 목소리

들들 때마다
노래가 되는 말
평생을 들어도
가슴이 뛰는 말

사랑한다는 말보다
더 감칠맛 나는
네 말 속에 들어 있는
평범하지만 깊디깊은
그리움의 바다 

보고 싶은데......

나에게도
푸른 파도 밀려오고
내 마음에도 다시 

새가 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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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스쳐가는 인연일지라도



삶에서 만나지는

잠시 스쳐가는 인연일지라도

헤어지는 마지막 모습이

아름다운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다시는 뒤돌아보지 않을 듯이

등돌려 가지만



사람의 인연이란

언제 다시 어떠한 모습으로

만나질 지 모릅니다.



혹여..




영영 만나지 못할 지라도

좋은 기억만을 남게 하고 싶습니다.

실 날 같은 희망을 주던 사람이든

설레임으로 가슴에 스며들었던 사람이든



혹은 칼날에 베인 듯이

시린 상처만을 남게 했던 사람이든

떠나가는 마지막 뒷모습은

아름다운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삶은 강물처럼 고요히 흘러가며

지금의 헤어짐의 아픔도 언젠가는

잊혀질 테고

시간에 흐름 안에서 변해 가는 것이

진리일 테니



누군가의 가슴 안에서 잊혀지는

그 날까지



살아가며 문득 문득 떠올려지며

기억되어질 때



작은 웃음을 줄 수 있는

아름다운 사람으로 남고 싶습니다.
       

오늘을 살아가는 삼사십대들이여

그런 아름다움이 익어갈 때
     

잠시....


머무르는 친구도 잊지 않으리라

나 항상 우리를 사랑하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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