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

 

                                                   류시화 

 

 

목련을 습관적으로 좋아한 적이 있었다


잎을 피우기도 전에 꽃을 피우는 목련처럼
삶을 채 살아 보기도 전에 나는

 
삶의 허무를 키웠다


목련나무 줄기는 뿌리로부터 꽃물을 밀어올리고


나는 또 서러운 눈물을 땅에 심었다


그래서 내게 남은 것은 무엇인가


모든 것을 나는 버릴 수 있었지만


차마 나를 버리진 못했다

 

목련이 필 때쯤이면


내 병은 습관적으로 깊어지고


꿈에서마저 나는 갈 곳이 없었다


흰 새의 날개들이 나무를 떠나듯


그렇게 목련의 흰 꽃잎들이


내 마음을 지나 땅에 묻힐 때


삶이 허무한 것을 진작에 알았지만


나는 등을 돌리고 서서


푸르른 하늘에 또 눈물을 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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