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로 무해한 이슬람 이야기 - 천의 얼굴을 가진 이슬람 문명의 위대한 모험
황의현 지음 / 씨아이알(CIR) / 2023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대체로 무해하다'라는 안도, 안내의 메시지. 아마도 조금은 유해하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겠습니다.

주로 무지로 비롯되는 것이겠지만 오랜 시간 가볍고 또한 두텁게 쌓인 편견으로 인해

오랜 역사에 걸쳐 다양하고도 역동적으로 변화했음에도 불구하고 중동 이슬람권의 이야기는 관심을 가지지 않으면 알 수 없는 학문처럼 느껴져왔습니다.

누구나 책을 고르는 다양한 기준이 있을 텐데 필자의 경우, '칼리프'라는 단어에서 호기심이 시작되었습니다.

학창 시절 지내던 동네에 '칼리프'라는 작은 카페가 있었는데 자라는 동안 그곳에서 보낸 시간들이 떠올랐지요.

대체 칼리프는 무엇이며 술탄이란? 무엇인지 성과 제국은 또 어떤 모습으로? 거대하고 멀게만 느껴지던 이슬람이란 종교는 또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궁금함이 차곡차곡 쌓이더군요.

책을 접하고 나니 '칼리프'는 이슬람의 왕을 이르는 말로 '할리파'의 영어식 발음이라는 것도 이제는 정확히 알게 되었네요.

아무튼 책은 사상 처음으로 종교가 지배이념이 된 제국, 이슬람의 이야기를 '쿠란'이라는 이슬람교 경전을 소개하고 동시에 다양한 시대와 시각의 해석과 글쓴이의 코멘트들이 어우러져 학문적으로도 역사적 배경으로도 낯설었던 이 제국의 문명과 역사를 흥미롭게 들려줍니다.

책 <대체로 무해한 이슬람 이야기>는 분명 처음부터 쉽게 읽히는 책은 아닙니다만 점점 낯익은 용어들과 얇게나마 알고 있던 내용들이 깨우침과 버무려지면서 작은 알아감부터 압도적인 무함마드와 후반 칼리프 제국의 전성기와 분열, 초승달, 칭기즈칸의 정복 이야기에 이르면 흥미진진함이 고조되어 읽히는 속도 또한 빨라지는 그런 흡입력을 가진 책입니다.

가장 궁금했던 부분이기에 재미있다고 느끼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책 속에서 처음 만나는 이야긴데도 특히 재미있다 라고 느낄 수 있는 것은 하나의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한 다양한 시대의 기록을 꺼내오는 설명방식에 있었는데,

숫자 40과 7에 얽힌 이야기를 예로, 이런것들이 유대교, 이슬람, 기독교에 오랜 기간에 걸쳐 어떻게 나타나며 왜 특별한 의미를 가지는가 하면 숫자 40은 천지창조 및 모세와 출애굽 이야기 등에서도 강조되던 것이 신약성경에도 등장하고, 쿠란(46장 15절은 인간이 성년이 되고 나이가 40살에 이르면)에서도, 이슬람권의 장례 의식(이슬람의 전통 장례에 고인이 사망한 후 40일간 애도)에서도 등장하는 등 폭넓고 다양하게 사용되어 나타남을 소개해줍니다. 또 성경이나 쿠란만이 아니라 중세 무슬림들이 남긴 다른 기록에서도 마찬가지로 40이라는 숫자에 관한 관념이 굉장히 먼 과거부터 이어져 온 것을 알 수 있고 이는 완성과 성숙을 의미하는 어떤 수사로까지 해석된다는 것입니다.

또한 글쓴이의 '쿠란 등 그간 남긴 이슬람의 기록에서 문화적이고 문학적인 상징을 역사적으로 잘 구분하여 기록하는 일이야말로 후대의 우리의 몫'이라는 말,

책의 이름을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라는 더글러스 애덤스의 SF 코믹 소설의 이름에서 따 온 이유처럼, 저자 또한 '대체로 무해한' 이슬람을 이해하는 안내서의 역할을 기대하는 저자의 의도를 알 수 있습니다.

삶의 다른 모든 방면에도 통용되는 진실이겠지만 다양한 문화에는 그만큼 다양한 해석과 시각이 있음을 이해하고

이슬람이라는 새로운 우주를 우리가 편견 없이 이해하고 탐험 할 수 있도록,

개인적인 편차는 있을 수 있겠지만 다양한 기록과 견해 그리고 글쓴이의 시선도 보태어져 읽는 이로 하여금 지루하지 않고 흥미롭게 다가갈 수 있다는 부분이 책의 가장 친절한 점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방대한 역사와 문명을 담아내는 책을 단 몇글자의 말로 옮길 수는 없겠으나 글쓴이의 마음이 느껴지는 대목을 조금 옮기고, 책의 갈래를 보실 수 있는 목차를 보태어 글을 줄입니다.

이슬람의 방대한 전통에는 알카에다와 IS의 테러를 정당화하는 근거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종교 간 평호와 공존, 관용과 대화를 가능하게 하는 해석과 견해도 있다.

이슬람에 대한 편협하지 않은 이해는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이슬람 내에 다양한 해석과 견해, 관점이 존재함을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p11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