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 위의 진심
이민주 요리, 이지현 글 / 작가와비평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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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이제 완연한 봄이다.

와인과 커피를 배우던 시절 부터였던 것 같다.

내가 음식을 대하는 마음이 꽤 '진심'이구나 하고 느끼기 시작한 것은.

술과 어울리는 음식, 서로 잘 어울리는 음식의 페어링. 마리아주. 와인과 커피 등.

요리를 만드는 신선한 재료와 제조 과정, 혹은 지역 특색을 잔뜩 품은 식문화의 모습들은

내가 매일 마주하는 한 끼의 밥상 위에 그릇 하나하나에 담긴 반찬에도 재미있는 이야기가 깃든다.

책은 요리하는 동생과 글쓰는 언니의 콜라보레이션으로

총 4부에 걸쳐 총 46가지의 음식에 고루고루 담겨 있다.

익숙하지만 새로운 래시피에 글맛이 잘 버무려진 음식의 그 '맛'은 각의 래시피와 사진을 시작으로 하나씩 소개된다.

이 감정과 기억으로 분류한듯한 음식의 갈래는

그리움, 위로, 희망, 사랑의 4가지 맛으로 크게 나뉘는데

물김치를 선두로 톳나물 무침, 황태구이, 장아찌같은 한국 반찬과

필자에게도 특별한 추억이 있는 한국의 음식 전병이나 동죽같은 재료 산지의 내음이 풍겨져 나오는 기억이나 요즘 불거지는 소셜 이슈와도 연결지어 소개되기도 한다. 또한 크림수프, 까르보나라, 퀘사디아, 오징어 먹물 파에야같은 양식과 중식과 같은 다른 나라의 메뉴와 칵테일 같은 술도 있었다.

그렇다고 이 책이 래시피 모음집이거나 요리맛에 대한 주관적인 평가를 쓴 그런 책은 아니다.

동생의 래시피를 담고 각 음식과 맛을 생각하며 쓴 이야기.

하나의 요리가 그 자체로 하나의 장르가 된다.

하나씩 래시피를 음미하며 이야기를 얌얌 씹다보면,

이렇게 나만의 사연이나 기억의 맛을 부여해가며 나만의 '식탁 위의 진심'도 만들 수 있겠구나 싶었다.

나는 계절이 바뀌어 갈 때 마다 짧아지는 계절의 매력에 한탄이나 슬픔을 갖기도 하지만

짭조름해지는 토마토나 봄에는 꼬옥 만나는 도다리 쑥국, 맛이 가득 오른 과실을 맛볼 때

제 철에 가장 신선한 재료로 만든 한 그릇의 음식을 마주할 때 여전히 가장 크게 변화를 느끼곤 한다.

혹은 그 음식을 처음 같이 먹었던 사람들을 기억하기도 하고.

책 '식탁 위의 진심'은 이 두 자매만의 음식을 기억하는 법같다.

조금 검색하면 바로 튀어나오는 결과값 덕분에 따로 래시피를 외우지 않아도 얼마든지 요리를 배울 수 있는 요즘이지만

좋아하는 로컬의 음식은 노트에 그 래시피를 써오고 있었다.

책을 마주하니 래시피만 메모해 둘 것이 아니라 나의 기억과 이야기도 한켠에 쓰고픈 마음이 들었다.

날짜별로 쓰는 식상한 일기 대신 '음식일기'로 나만의 맛을 기억하는 방법도 재미있겠다는 생각말이다.

어쩌면 많은 사람들이 이미 블로그나 인스타 등에 음식과 만난 사람들을 tag하며 저마다 그 기억을 이어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금강산도 식후경, 나도 이제 느린 봄의 점심을 먹으며 계절의 이야기를 채우러 나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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