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던지는 질문은 언제나 같다 - 시대의 지성 찰스 핸디가 전하는 삶의 철학
찰스 핸디 지음, 강주헌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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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장 한 장 넘기며 읽기에 참 좋은 양장본

읽다가 어느 글 고랑에 멈춰 서도 책장을 구기거나 갈피를 끼우지 않아도 되고 갈피를 대신할 심지가 있는 작은 배려,

책을 읽다가 어느 쪽으로 펼쳐도 한쪽으로 밀려 닫히지 않고 손가락 몇개의 힘으로도 잘 펼쳐지는 책.

이런 형태의 제본을 뭐라고 하던가. 내가 생각하는 읽기 좋은 책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

편지글은 참 오랜만이다.

찰스 핸디(Charles Handy).

여러 찬사가 있었지만 그중 'DB 트레 포드'라는 아마존 독자의 글이 생각난다.

'이 책을 한 단어로 정의하자면 "지혜"라고 할 수 있다'라고.

최고 경영 전문가이고 철학가이기 이전에 그의 한평생의 지혜를 사랑하는 가족, 손주들(손주 리오와 샘, 네퓨, 스칼렛)을 위해 엮은 것이다.

나는 찰스 핸디의 '지혜의 편지'라고 부르고 싶다.

총 21통의 편지는 각각 편지마다 그가 살아오며 쌓은 통찰과 진솔한 삶의 방향성, 삶의 정수라고 해야 할까.

생의 가치, 인생 전체에 깔려있는 소중함이라고 해야 할까.

살며 느낄 수 있는 아주 많은 부분들을 광범위하게 담고 있다.

철학과, 신념, 그리고 누군가는 성공이라 부르는 스스로의 만족감. 그 어디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사랑, 인류애, 자기애, 우정과 친구. 그리고 정서적 친밀감과 인간다움을 잃지 말라는 독려까지도. 사실 어떻게 그 많은 삶의 보이지 않는 보물을 다 기록하기는 힘들 것이다.

하고 싶은 말과 전하고 싶은 참됨은 많았겠지만 아마도 그는 조카들에게

'인간다움'이란 무엇인지, 왜 '덕'을 놓지 않아야 하는가를 꼭 전하고 싶었던 것 같다.

기본적인 교양을 내포한 참된 삶. 그리고 스스로의 신념과 자기 성찰 안에서 또한 자유롭게 살아 후회 없는 인생을 살기를.

찰스 핸디는 영국 소설가들 등 다양한 인용을 아끼지 않는데, 읽어온 소설과 시 등의 소개는 이야기의 재미를 한층 더한다.

신념에 대해 이야기하는 편지에서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미덕에 관해 언급하는 부분이 있었다.

'우리의 행동은 필연적으로 다른 사람에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자기 자신에게도.

영국 작가 줄리언 반스의 글 역시도 같은 이유에서 차용되었다.

'나는 하느님을 믿지 않는다. 하지만 신이 그립다' 이 인용은 그저 신을 믿지 않는다는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철학가들의 뒤를 이유 없이 좇기보다는 스스로의 인생에 걸맞은 나만의 철학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이야기에 보태어지는 것이었다.

더 많은 실패를 경험하고 더 많이 상상하고 자라나는 호기심과 질문을 결코 멈추지 말라고 그는 말한다.

돈에 관한 철학이 엿보이는 열다섯째 편지 역시 재미있었다. 그리고 우리에 관한 소중함을 담은 열 여섯째 편지도.

'서로에게 친절해야 한다, 아직 시간이 있을 때'

묘하게 아픈 말이다. 우리는 언제 어떤 형식으로 서로에게서 사라질지 모르는 불 완전한 존재이기에.

그의 편지는 모두 따스한 어조이다.

개인적으로 내가 공감되었던 것은 아홉 번째 편지에서 산책 이야기였는데, 아침 식사 전의 산책을 말하는 것이다.

이런 일상의 사소함에서도 삶은 진동하는 것 같다.

그는 산책을 '아무것도 하지 않는 행위'라고 이름 지었다. 친구의 다른 말로는 '만유'라 표현했다고 한다.

산책은 보편적이지만 경이로웁고 항상 곁에 머무는 자연이 동반된다.

아름다운 일이다.

책에서 그의 산책이 스스로의 하루와 삶 자체를 아예 다시 정의하는 기준이 된 것처럼, 나에게 있어서도 산책은 의미 있는 일이어서 꽤 공감되었다.

이유 없는 산책, 그 자체로도 늘 의미가 있었다.

내가 걷는 것은 정신을 맑게 유지해 준다는 점이 그와 같은 이유지만, 가까워지고 싶은 사람이 있거나,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면 꼭 함께 걷고 싶다고 생각해왔다.

누군가와 함께 걷는다는 건 서로 마주 보아 대립하지 않고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자연과 함께 앞으로 나아가는 모양이어서

그 자체로 좋다.

많은 말과 철학이 편지 곳곳에 버터처럼 녹아 있었지만 재능과 덕스러움(virtouts)에 관한 중에 '진정한 만족감'에 대한 부분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진정한 만족감은 너희에게 영향을 받는 사람들이 만족하는 모습을 보는 데서 비롯된다.'라고 그는 말한다.

좋은 영향을 주는 사람이 되어 이 좋은 것이 선순환되기를.

무엇보다 꿈을 이제 막 가져가는, 자유가 무엇이고, 철학이 무엇인지 아직 잘 정립이 되지 않은 무궁무진한 청소년들이 읽어낸다면 틀에 박힌 사고방식에서 한 걸음 벗어날 수 있을거라는 기대가 드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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