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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멘탈을 위한 감정 수업 - 사소한 일에도 상처받고 예민해지는
이계정 지음 / 한밤의책 / 2022년 1월
평점 :
'사소한 일에도 상처받고 예민해지는'이라는 부제가 있는 유리 멘탈을 위한 감정 수업.
유리처럼 여리고 쉽게 깨질 것만 같은 요즘 우리 '멘탈'
멘탈이라는 말을 참 자주 쓴다.
멘탈이 깨진다는 건 충격을 받거나, 일시적으로 멍해지는 상태.랄까
최근 다수의 심리학, 인지 심리학, 정신 분석 관련 도서를 읽었다.
한 권씩 책을 읽어갈수록 내면의 나와 마주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분명 긍정적 도움은 되고 있었으나 평생 아프고 상처받은 가슴의 상흔이
며칠 만에 물로 씻은 듯 나을 수는 또 없었는지. 아직도 비슷한 심리 도서에 시선이 멎는다.
책 『저, 우울증입니다』 가 스스로의 우울을 진단하고 운 좋게 마음의 감기를 알아챘을 때 비뚤어지지 않은 시선으로 맘의 병을 '바로보기' 였다면. 또 다른 책 『상처받은 아이는 외로운 어른이 된다』는 어른들의 지독한 슬픔, 꼬일 대로 꼬인 관계에서 오는 맘의 혼란을 각자가 살아온 기억과 환경을 토대로, 상처받은 어른 아이의 마음 그 그림자를 어린 시절의 적절한 사례에서 다각도로 분석하고 왜 그런지 인지하도록 돕는 이야기였다면, 『유리멘탈을 위한 감정 수업』은 비슷한 구조를 취하긴 하지만 제목에서도 느껴지듯 '감정'이라는 '멘탈의 형태' 그 자체에 다가간다.
누구나 한 번 이상 느껴온 것들.
책은 우리가 자주 만나는 감정들, 공허감, 수치심, 외로움, 슬픔, 우울, 서운함, 피로, 분노, 불안, 쓸쓸함, 죄책감, 무기력, 소외감, 질투심. 이렇게 14가지로 크게 나누고 각 단원에서 이 감각을 하나씩 본다.
물론 다른 심리 도서들과 마찬가지로 실재하는 사례를 차용하고 글의 후미에 코멘트를 남기는 형식의 글이다.
어떤 이야기를 나누기에 앞서, 사례를 들어 누군가를 이해시킬 수 있다는 것은
'나'라는 '시점'을 문제에서 꺼내어, 어떤 다른 사건에 빗대어 간접 체험을 하게 하고 이윽고 무엇을 이야기하려는지 어림짐작하게 하여 이해를 돕는 대화의 한 방법이라고 생각된다.
따지고 보면 거의 모든 책이 그러하다.
누군가의 삶, 있음 직한 이야기, 시, 소설, 미지의 공상 창작 이야기라고 하더라도.
우리의 일기가 아닌 이상, 거의 모든 글은 일종의 '사례'일지도 모른다.
심리 도서는 특히나 만질 수 없지만 실재하는 감성에 관한 것을 다루기에 이런 방식을 많이 애용하는 것 같다.
거의 모든 도서들이 사례를 이용한다. 그래서일까? 비슷한 상황은 많지만 각자만의 해답을 찾아 나가야 하는 것이기도 해서,
방향 제시나 시원한 결론은 없어 뒤 주장이 빈약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아마도 활자가 아닌 대화였다면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이런 주제의 대화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공명하고 공감되어 더 빠른 긍정적 결론에 도달했을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책에 있는 일부 대목처럼 '모든 감정에는 다 저마다의 이유가' 있기에.
어떤 감정이 반짝하고 나타났을 때 자연스러운 신호로 받아들이라 말한다.
스스로의 감정안에서 도피하지 말며 스스럼없이 결을 지키라고.
많은 책들이 그 중요성을 거듭 강조하듯 문제의 출발은 '인식'이고 '인지'이다.
소박한 것부터 조금씩 채워보자.
불안은 언젠가 지나간다.
흔들려도 괜찮다.
오직 나만을 위한 길. 나의 진심과 마주하다 등... 참 많이도 들어온 말 같고, 해준 것도 같은 말들.
어쩌면 책이 말하고 싶은 궁극적인 것은 타인과의 관계 이전에
나와 내 안의 나 사이를 먼저 좋게 만들어보라고 하는 것만 같다.
나랑 내가 좀 더 돈독해지도록.
우리의 감정은 피할 수 있는 것들이 결코 아니니,' 피하기보다는 즐겨보자'라고 말이다.
소외감을 다룬 편에서 '삶에서 느끼는 행복감은 관계에서 찾아온다.'라는 글이 있다.
서로가 서로를 만나는 것도 관계지만 나와 내 마음에도 내밀한 관계가 있음을 한 번 더 인지할 수 있었다.
거듭되는 심리 도서 읽기에서 어쩌면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을 새로 먹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나를 먼저 수용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자주 나쁜 감정을 느끼는데 그것이 무엇인지 모르겠다는 분, 내 감정 상태가 무엇인지 알고 싶은 분들이 가볍게 읽기에 적합한 도서라고 생각된다.
책 속에 소개된 지그문트 바우만(폴란드의 사회학자)의 고독을 잃어버린 시간 역시 읽어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