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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리 이야기 - 집고양이 릴리, 길고양이가 되다
윤성은 지음 / 북스토리 / 2021년 12월
평점 :

집고양이라든지 길 고양이 라던지의 이야기는 아니라 말하고 싶습니다만
사실 둘 다이기에, 그저 한 고양이의 사랑이라고 할까요?
'릴리 이야기'는 길에서 만난 '사랑(사람)과 함께 살다 어느 날 집을 벗어나 잠시 모험을 감행했다가 돌아온 고양이를 보며 집사가 생각했을법한, 고양이들의 이야기를 냥(릴리) 시점에서 써 내려간 이야기입니다.
'사랑'이라는 사람을 우연히 만나 이름처럼 사랑에 물들고, 이내 그녀의 할아버지가 릴리의 집사가 되지만
그마저도 오래되지 않아 '모험'이라 이르는 고양이의 가출로 이어집니다. 집을 떠난 릴리의 이야기, 그 끝에는 사람과 고양이가 교감하게 된다면 사람들 사이의 우정처럼 동물도 똑같이 느끼기에 집사에게 스스로 돌아온다는 설정입니다.
할아버지에게 돌아왔을 때는 이미 새로운 집사가 릴리를 기다리지만, 그 마음만큼은 우리가 충분히 느낄 수 있는 따스함을 품고 있었네요.
이 이야기에는 사람의 생이 짧아 보이지만 사실 고양이의 생이 집사보다 먼저 끝나곤 합니다. 그들의 인생 시계는 사람보다 한없이 빠르기에.
어쩌면 1, 2년이라는 사람의 세월은 고양이에게는 반 평생일 텐데 그 긴 시간 동안 어떤 사람을 만나 어우러지고 사랑받고 또한 받은 사랑을 돌려주며 살아간다면. 집이라는 울타리를 떠나는 일이 있다 하더라도 이내 다시 돌아올 이유는 충분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종종 과학이나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사람과 동물의 교감 사례를 많이도 보아 왔기에, 공통된 언어가 없으매도 그 눈빛, 부빔, 소리만으로도 충분히 공명할 수 있고 사람의 동물에 대한 사랑, 동물들이 느끼는 사람과의 신뢰가 있기에 이런 이야기조차 가능하다고 저 또한 믿게 되죠.
냥덕인 저로서는 묘연을 만나 할 터 운 길을 벗어나게 되고, 사람의 울타리에서 지내다, 간혹 집을 뛰쳐나오기도 하고, 새로운 친구 고양이들을 만나 무려 사람이 살고 있는 집으로 데려오기까지에 이르는 일. 사실 도처에 매우 많이 일어나는 소재라고 생각되긴 합니다만 모든 고양이는 하나하나 모두 특별하기에, 릴리의 이야기 역시 특별하다 느껴집니다.
무엇보다도 설정된 고양이의 말이나 성격보다 우리가 만난 적 없는 '사랑'이라는 여인과 '할아버지' 그리고 릴리 이 셋의 이어짐은 그저 사라지는 우연이 아닌 '가족'의 내음이 나는 것만은 확실합니다.
동화 같은 느낌이 있지만 고양이 시점에서는 또 매우 사실적인 스토리. 누군가의 짧은 사랑과 관심이 한 생명에게는 평생을 사는 사랑의 힘이 또 아닌가 생각되는 릴리의 여행이었던 것 같습니다.
평소 고양이를 많이 알고 좋아하는 사람들은 물론이고 오히려 고양이를 잘 모르는 어른들의 동화이기를 바라며 서평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