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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우울증입니다
우강훈 지음 / 메이킹북스 / 2021년 11월
평점 :

크리스마스이브를 한 달 앞두고 오늘 제가 소개할 책은 '저, 우울증입니다'.
'마음 아픈 사람들을 위한 용기'라는 부제가 있는.
이 따스한 의도를 품은 저자는 자살시도를 기도를 2회 했던 전적이 있는, 그러니까 살아남은 분, 그리고 저자 스스로 자신을 명명한 것처럼 '흔히 볼 수 있는 어느 한 직장인'의 이야기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번 책은 한 권의 긴, 편지를 읽은 기분이 드는 책이었습니다.
모든 것에는 선례가 있고 먼저 세상에 나와 먼저 배운 걸 알려주는 선생님이 있고 삶을 먼저 느끼는 어른이 있고, 선배가 있고.
자살까지도 경험한 분에게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은 생각해 본 적 없었지만, 아무튼 저자의 책을 고른 것이 그런 경황 때문은 아닙니다.
'착한 사람이라서 남을 아프게 하지 못하고 자신이 아프고 마는'이라던 대목 때문이었을까요.
누군가를 반드시 아프게 해야만 내가 살아지는 거라면,
차라리 내가 아픈 게 낫다고 생각하는,
태어나 배워 온 가정교육, 사회환경, 우리 사회가 바라는 주입식 덕목 때문이었을까요?
궁극적으로도 그게 맞는다고 생각하는 것은, 이미 나의 머리와 가슴속에 심어진 오래된 관념의 뿌리 때문일까요.
생각하기 나름이라지만, 너무나 혼란스러운, 인간의 생의 혼란을 저지하기 위해 그토록 긴 시간 동안 인류가 만들어온 루틴 때문일까요.
몇 마디 글에도 생각이 많아졌고 어느 또 잡상 많은 날,
우울증이라는 판단이나 전문이의 소견 없이도 충분히 우울해왔던 저는 어쩌면 조울증인가 싶을 정도로 극심한 슬픔을 오르락내리락해본 기억이 있어, 주저 없이 선택한 책이었습니다.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어떤 것들을 하라고 'how'하실지.
제가 보기에 책에서 가장 강조하는 부분은 '자기 사랑'으로 보입니다.
그러니까 자기를 사랑하는 일을 시작한다는 것은 마음을 먹는 일이죠.
자신을 사랑하세요. 사랑스러운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세요.라는 다소 뻔한. 저자도 말합니다. '뻔한 이야기'
이 뻔한 이야기를 계속 읊조립니다.
그리고 사실 우리도 그것을 원하며 살아오고 있었던 것일까요?
누군가 내게 살아라 살아라, 힘을 내어 살아라. 부디 스스로를 사랑하라 계속 말해 준다면... 나는 달라질 수 있을까.
그렇게 오래되지 않은 기억 중에,
얼굴을 본적도 없는 온라인상의 한 친구로부터, 가슴 뜨거운 위로를 받았던 기억이라면. 저도 하나쯤 있습니다.
오히려 서로를 잘 모르기에 더 잘 알게 되는 것은 서로가 다르기에 닿을 수밖에 없었던 나르치스와 골드문트의 그 이어짐처럼.
우리의 간격이 그만큼의 거리가 있어, 오히려 더 가까운 듯 따스하게 느껴졌던 순간이 있었습니다.
그때의 대화는 가슴속에 가득 넣고 닫아 둔 나만의 항아리를 아무런 거리낌 없이 툭-하고 열고선, 소리 없이 눈물까지 흘리곤 했었죠.
지금 생각해 보면 특별한 내용이 있었던 것도 아닙니다.
그저 서로가 살아온 이야기를 담담히 주고받고.
그랬나요? 그랬어요. 그런 것들이었습니다.
아마도 이 책과 닮은 마음으로는 교회가 그랬던가 싶습니다. 서로를 사랑하라, 이웃을 사랑하라. 사랑을 매우 중요시하죠.
오래전 저는 사랑이란 상대적이며 쌍방의 마음이 있어야 가능한 것이라 여겼지만
이제 와서는 한쪽만도 할 수 있는 것이 '사랑'일까 느끼기도 합니다.
그 정의는 평생을 끝낼 때에도 다 알지 못하고 떠나게 되겠지만. 그 '사랑'이라는 것이 힘을 낼 수 있는 영역이 있다면 아마 살아가는 데에 주는 지속의 힘이 아닌가 싶어요.
어쩌면 저자 역시도, 삶을 버리지 않을 이유를, 다름 아닌 사랑에서 찾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사랑을 자신에게서 찾는다는 것, 그 부분이 좀 더 세밀한.
책 자체로 대단한 제안, 제시, 해결 방법을 줄 수는 없어도 '저, 우울증입니다'에서는, 마음의 병을 부끄러워하지 말고, 숨기지 말고 드러내라 말합니다. 마치 철마다 찾아드는 감기처럼.
스스로 그 감기를 치유하라 소리를 냅니다.
치료를 하기 위해서는 전문의를 찾고 병원으로 가는 일을 마다하지 말라 말합니다.
아픔을 낫게 하기 위해서는 병원으로 가는 일이 가장 선행되어야 하지만, 그럴 수 없었던 저는
힘이 되는 말 계속 생각하기라던가, 힘들면 도와달라고 말하라고 하는 부분에서는 멈칫하였습니다. 이것도 사실 쉽지 않기 때문인데..
참으로 간단한 듯 말은 할 수 있지만, 모든 사소한 일이 다 쉽지 않아요.
'마음먹기'란, '밥 먹기' 만큼 자주 듣는 이야기였고 생의 전반에 걸쳐 늘 하는 말이기는 하지만.
생각처럼 쉽사리 결심하고 움직이기란 사실 또 어려웠습니다.
매일매일 마음을 또다시 먹고, 또 다짐해야 하죠.
매 순간 내가 나를 응원해야 그것이 유지되는 아주 여리고 섬세한 것이기에.
우리는 그런 섬세함을 누구나 가지고 있더라고요.
겉으로는 강한 척 밝은 척해 보지만 내면의 아픔이 없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요.
그럼에도 책을 통해 한 번쯤 다시 생각해 보게 됩니다. 부담 없이.
책의 후반에는 나를 옭아 메는 것을 중력에 비유한 부분이 있는데,
우리가 결코 선택할 수 있는 게 아닌, 스트레스라던가, 원하지 않는 인간관계의 순간은 훈련이 필요하다 말합니다.
작은 스트레스도 등 돌리지 않고 그것을 겪어 내, 스트레스 맷집을 키우기를 권했지요.
아주 오랜 이야기처럼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같은 대목이었는데, 이것은 현실의 단면인가 싶습니다.
내가 어쩔 수 없는 것을 있는 그대로 인지하는 일. 사실 모든 치유의 출발은 이곳 어디쯤일까요?
인정하고 그 안에서 나를 사랑함을 지켜내는 일.
나를 지키는 힘은 다름 아닌 내 안에 있다는 것을 또 한 번 확인하는, 어느 남자의 긴 편지였다는 느낌이 듭니다.
죽고 싶은 마음이 들었던 세상의 그 누구라도 읽어도 좋습니다.
나는 여전히 나를 계속 사랑하고 있겠구나. - P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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