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은유가 찾아왔다 - 교유서가 소설
박이강 지음 / 교유서가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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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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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나는 전진과 후진을 반복하며 늘 제자리를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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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이란 이름의 9편의 단편

책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한 채 읽기 시작했다.
한 명의 주인공인 줄 알았더니, ‘믿음’이란 이름으로 이루어진 9개의 단편 소설이었다.

이 ‘믿음’이란 단어만 들은 사람은 책을 읽다보면 물음표가 뜰 것이다. 그 ‘믿음’은 그냥이 아닌 ‘헛된 믿음’이다.
내일은 나아질 거라는 믿음.

워커홀릭. 이 책의 첫인상은 딱 그런 느낌이었다.
말 그대로 일에 중독된 것이다.

일을 하지 않으면 불안하다.
남겨진 메일과 업무들이 자꾸 생각난다.
겨우 떠난 휴가에서 일을 떠올린다.

어떤 부분에선 지나치게 현실적이기도 해서 불쾌감이 느껴지기도, 숨이 턱 막히기도 했다.

최근부터는 작가의 말을 먼저 읽고난 후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은 작가의 말 앞에 해설이 있으니, 은유에 대해 생각해보면서 읽은 후 해설과 맞춰보는 것도 색다른 재미일 것 같다.

이 소설엔 여러 직장인들이 나온다.

휴식이 필요해 여행을 떠난 직장인,
여행지에서조차 직업병에 헤매이는 직장인,
꿈을 접고 일하는 직장인,
다른 사람보단 ’낫다’고 생각하는 직장인,
관계에 지쳐 계약직만 전전하는 직장인,
상사가 없는 동안 내 자리가 될까 기대하는 직장인,
나의 즐거움을 잊고 ‘일만 하는’ 인생을 사는 직장인

”나는 직장에서 어떠한 사람인가?“

📌회사에 가면 나를 어딘 가에 떼어놓고 무대에서 주어진 배역을 연기하는 기분이었다.
이거야말로 진짜 프로페셔널이 아닌가 싶었다.

📌완벽하게 아름다운 자연은 감동을 강요하는 것 같았고, 평화로운 풍경은 위선자의 표정 같았다. 아, 지금 사무실에서 정신없이 일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은유라는 위로

읽으면서 머릿속에 쉴새없이 물음표가 떠올랐다.
뭘 의미하는걸까? 내가 생각하는 이게 맞나? 끝도 없이 생각에 생각이 이어졌다.

책의 표지는 아이보리 빛으로 많은 사람들이 연결된 듯 보이지만, 그 안을 까보면 도시의 화려함 가운데 혼자 있는 듯한 어두운 표지가 있다. 그 표지가 참 이 소설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박이강 작가님은 오랜 직장 경험으로 무표정하게 소설을 풀어나간다. 하지만 그 내용은 참으로 솔직하게 현실을 보여준다.

직장인으로써의 놓칠 수 없는 긴장감, 계산적인 모습, 절제, 현실적이고 이기적인, 자신도 모르게 수직적인 관계로 생각하는 모습, 그리고 그 숨겨진 욕망.

은유는 차가운 세상 가운데 ‘나다움‘을 지키게 해준다.

묘지와 같은 화려한 야경 가운데 숨어있는 당신들에게,
잊고 있던 당신만의 ‘은유’로 한발짝 나아가시길.

📌“네가 A는 B라고 하면 그냥 B인 거야. 그뿐이야. 네가 그 말의 주인이니까."

📌이렇게 야경이 아름다운 밤은 이 도시가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시치미를 떼고 있는 것 같아 무섭기도 해.
그럼 이 작은 오피스텔이 세상에서 가장 안온한 무덤처럼 느껴져. 저 빌딩들이 묘비 같다고 했던 그 남자는 그 안에 알알이 박힌 무덤들을 봤던 걸까. 어쩌면 그 말은 그렇게 비관적인 말 이 아니었을지도 몰라. 이 도시의 누군가에겐 이렇게 숨어 있을 수 있다는 게, 그리고 언젠가는 긴 휴식이 찾아올 거리는 사실이 위안이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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