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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달린 고양이들 ㅣ 봄나무 문학선
어슐러 K. 르귄 지음, S.D. 쉰들러 그림, 김정아 옮김 / 봄나무 / 2020년 10월
평점 :
절판
제목에서 유추가 가능하듯, 책에는 '날개 달린 고양이'가 등장한다. 그냥 고양이와 날개 달린 고양이. 도시 어디에도, 날개 달린 고양이의 자리는 없어 보인다.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날개 달린 고양이들은 어쩔 수 없이 (그냥 고양이인) 엄마를 떠나 멀리멀리, 안전한 숲으로 떠나기로 한다.
종종 길고양이를 달가워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 길고양이에게 날개까지 달렸다면 어떨까. 인간 세상과 크게 다를 바 없이, 동화 속에도 날개 달린 고양이를 차별 혹은 이용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등장한다. 저자는 동화를 통해 소수가 살아가기에 너무 위험한 세상에서 독자 스스로의 위치와 역할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고양이의 말은 인간의 말과 다르니까요.
그냥 고양이와 날개 달린 고양이가 다르고, 날개 달린 고양이와 새가 다르고, 고양이의 말과 인간의 말이 다르다. 작가는 끊임없이, 무수한 '다름'에 대해 이야기한다. 어린이 독자에겐 '나와 다른 존재'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계기가 될지 모른다. 어쩌면 성인인 내게도 마찬가지. 머리로 이해하면서도 받아들이지 못한 것들을 조용히 곱씹는다.
우리는 왜 날개가 있을까?
날개가 달린 고양이 자신도 '왜 날개가 달린 것인지' 알 턱이 없다. 그냥 날개가 달린 채로 태어났기 때문. 태어날 때부터 가진 신체적 특징으로 우와 열을 가르고, 차별의 이유가 되는 일은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빈번히 일어난다. '차별'의 종류에 대해 직접 언급하지 않지만, 동화는 많은 것을 시사한다.
우리는 하늘을 날 수 있는데, 왜 아무 데도 가지 않지?
가장 어린 고양이 제인은 어디로든 날아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안락한 곳에 머물며 (있을지 모를) 차별로부터 숨어 지내야 하는 것이 마뜩잖다. '다르다는 것'은 타인에게 차별의 이유가 되기도 하지만, 조금 달리 생각하면 타인과 '차별화'가 될 수 있기도 하다. 그래서 제인은 안락한 곳을 두고, 사랑하는 이들을 두고, 떠나기로 한다. 책의 초반부터 마지막에 이르기까지 작가는 독립을 '슬프지 않은 이별'로 이야기한다. 무리에서 떨어져 나오는 것을 슬프거나, 나쁜 것으로 치부하지 않고, 그저 자유로운 것으로 묘사하는 부분이 흥미로웠다.

저해상도인 그림이 다소 아쉽긴 했지만, 동화를 시각적으로 완벽히 구현한 삽화는 동화 속 세상에 대한 상상력을 계속 자극했다. 글과 그림이 꼭 한 사람의 작업 같았던 책.
봄나무에서 제공받은 책을 읽고 적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