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의 시간 기록자들
정재혁 지음 / 꼼지락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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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는 도쿄의 장인 14인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장인이라고 하면, 연륜 있는 노장을 떠올리기 마련이지만 이들의 평균 나이는 38세. 전통과 가치, 지속 가능성, 그리고 경제성을 아울러 이야기하는 그들은 모두 다른 일을 하지만 어딘지 비슷한 부분이 있다. 과학의 발달로, 인간의 쓸모를 고민해야 하는 이 이상한 시대에 이들이 말하는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는 분명 귀 기울여 들어볼 가치가 있다.

이토록 '어제'와 '오늘'과 '내일'이란 단어가 많이 등장하는 책은 앞으로도 없을 만큼, 시간에 대한 추상적인 표현이 정말 많이 등장했다. 책을 다 읽고, 제목을 제대로 마주한 이후에야, 저자가 왜 그렇게 어제와 오늘과 내일을 반복해 이야기했는지 알 수 있었다. 과거 그 어떤 때보다 '지속 가능성'을 제일 많이 거론하는 지금이 정말 저자의 말대로 '시간에 가장 민감한 시대'이니까. 이 책은 각자의 형태로 '도쿄의 시간'을 기록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어떤 사람이 어떻게 만들고 있는지 전하고 싶어요.

「이요시 콜라」의 코라 고바야시


우린 너무 쉽게 '결과물'에 휩싸여 산다. 아주 조금의 수고로, 훌륭한 영화를 보고, 좋은 노래를 듣는다.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는 이야기 중 가장 매력적인 이야기를 선택하는 것은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수많은 이야기 안에는 분명 살아있는 사람의 시간이 있다. 저자는 차고 넘치는 공급의 한복판, 도쿄에서 각 장인들의 시간을 본다.




무언가를 만들고, 세상을 향해서 발신하고 표현하는 건 지금 시대에 중요하다 느껴요. 다른 이에게 제공하려는 의지가 있다면 그리고 그게 책이 중심이라면 그렇게 바깥을 향하는 시선이 있다면, (중략) 모두 책방이에요

'책방'을 빌려주는 「북숍 트래블러」의 와키 마사유키



장인이 좇는 가치를 시간과 연결 지어 다소 추상적으로 풀어낸 문장들이 조금 아쉽지만, 제목을 보면 아무래도 작가는 '지나간 시간과 다가오는 시간 사이에 놓인 어떤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었던 것 같다. 14인의 인터뷰는 결국 한 길로 통해 다소 반복적인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독자를 대신해 14명의 이방인을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정성껏 들려준 저자까지 포함하면 결국 15인의 장인이 모여 완성된 이야기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어쩌면 이 책은 타인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하지만, 결국 더 나아가 스스로의 이야기를 들어볼 여유를 선물하는 책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자음과모음에서 제공받은 책을 읽고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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