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다! 한국사 1~3 세트 (전3권 + 마스터북) 재미있다! 한국사
구완회 지음, 김재희 그림 / 창비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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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주위에 있는 역사적 현장을 직접 찾아가보며 한국사를 배울 수 있는 책이다. 초등학생의 시각에 맞춰 쉽고 재미있게 설명하면서도, 중요한 부분을 잘 짚어주고 있다. 교과서에서 배우는 부분을 다루고 있어, 이미 배웠거나 앞으로 배울 부분을 책을 따라 역사적 현장에 직접 방문해 체험할 수 있다. 


단순히 글로만 접하는 것 보다는 직접 눈으로 보는게 이해도 빠르고 기억에도 오래 남을 것이다. 예전에 고고학과 교수님 넥타이엔 삽모양 넥타이핀이 있었는데, 교수님은 자신은 인텔리가 아니라고 하며 이렇게 말했다. '지금은 제가 이렇게 수업하고 있죠? 어디 고분이 발견됐다고 뉴스가 나오잖아요. 그럼 다음날 거기 가있어요. 삽들고 무덤파러. 저는 현장직입니다. 무덤파는게 일이예요.' 그렇다, 역사는 책 속이 아니라 현장에 있다. 


각 챕터의 마지막 부분엔 가는길과 관림 소요시간, 휴관일 및 추천코스가 소개되어 있어 대략적인 가이드 역할을 한다. 사실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이 이것인데, 어떻게 얼마나 가서 보고 와야 할지에 대해 제시해주니 일정을 짜기 좋다. 가기 전에 미리 책으로 공부하고, 가서 어떤걸 배웠는지 한 번 같이 읖어보고, 다녀와서 '아, 내가 이걸 봤구나'하고 마무리까지 하면 금상첨화일 것 같다. 


이 시리즈는 세권으로 선사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시간의 흐름에 따라 구성되어 있다. 역사를 배우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머릿속에 큰 줄기를 그리는 것이다. 그래서 초등학교에서도 선사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역사적 흐름에 따라 배워두고, 중학교와 고등학교에 가서는 역사의 줄기에 상세한 곁가지를 추가해나가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초등학교 역사라 해도 쉽지 않은데, 일화나 만화를 곁들어 최대한 쉽게 접할 수 있게 구성한 것이 마음에 든다.


다만, 아쉬운 점은 대부분의 유적지가 서울을 중심으로 되어 있다는 것이다. 600년을 넘게 수도로 이어온 곳이니만큼 서울에 유적지가 많은 것도 사실이지만, 지방에 사는 사람으로선 섭섭한 면이 있다. 끄트머리에 추가로 지방에 있는 비슷한 주제의 박물관을 함께 소개해줬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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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베라는 남자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최민우 옮김 / 다산책방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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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베는 난감한 상황에 놓여있다. 사랑하는 아내는 죽은 충격에서 벗어나지도 못했는데, 직장에서 갑작스런 해고통보를 받았다. "좀 느긋하게 살면 좋지 않아요?" 그것도 금요일에 이야기하면 좋은 주말을 보내지 못할까봐 월요일에 말하는 배려를 보태서 말이다. 평생 쉬어본 적 없는 성실 그 자체인 남자에게 느긋함이라니, 오베는 도대체 무엇을 해야 한단 말인가?


 

그래서 오베는 남은 시간을 홀로 시간을 떼우며 보내는 대신 자살을 시도한다. 성격만큼 깔끔하게 말이다. 정확한 위치에서, 집이 손상가지 않도록. 남은 유품은 적절히 사용되도록 사용설명서 같은 유서를 남긴다.  그러나 오베의 다양한 자살시도는 예기치 않은 사건들로 실패를 거듭하게 되고, 오베의 주변에 사람을 불러모은다. 이웃집 파르바네는 오베의 죽음에 대해 이렇게 증언한다. "오베는 죽는 데는 진짜로 쓰레기처럼 형편없는 인간이 확실하거든요!"


 

어찌보면 괴팍한 노인네가 사실은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흔할 수도 있는 줄거리인데 엮어낸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오베와 이웃들의 비밀을 한 번에 풀지않고, 한 화, 한 화 아주 조금씩만 흘린다. 처음엔 수박겉핥기처럼 사실을 묘사하고, 그 후에 아주 조금씩 세부적인 사건들과 감정을 덧붙인다. 찰리 채플린의 말처럼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는 것이 실감난다. 웃으며 넘어갔던 부분들이 다음 챕터에서 묵직하게 되돌아오니 말이다. 


 

이야기가 진행될록 글이 깊어지고 애틋한 반전을 선사하는데 처음엔 벼락맞은 멧돼지 같던 오베가 점점 이웃집에서 실없이 허허 웃는 다정한 할아버지처럼 느껴진다. 오베는 처음부터 끝까지 똑같이 언성을 높이며, 난폭하며, 무식하게 행동하는데 말이다! 


 

따뜻한 감동을 담고 있는 소설이지만 문장은 결코 지루하게 늘어지거나 지나치게 진지하게 빠지지 않는다. 시종일관 유머를 던져 가볍고 즐겁게 읽을 수 있다. 좋아하는 부분을 하나 옮기자면 이렇다.

 

전쟁이다, 개자식들아!" 루네가 전화기에 대고 그들에게 소리를 질렀다. 실제로 전쟁이었다. 끝없는 호소와 서한과 청원과 신문 투고, 1년 반 뒤 의회는 두 손을 들고 다른 곳에 주택을 짓기 시작했다.


 

 그 날 저녁 루네와 오베는 루네의 집 테라스에서 위스키를 한잔씩 마셨다. 아내들은 그들이 승리에 대해 그다지 기뻐하는 듯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사실 두 남자 모두 의회가 그렇게 빨리 포기를 해버린 데 대해 다소 실망해 있었다. 인생에서 가장 즐거웠던 18개월이었는데.

 

솔직히 이 정도로 재밌는 문장은 주로 장르소설 혹은 블랙코미디에서나 봤는데, 이 책은 진중한 메시지를 담고 있으면서도 시종일관 유쾌함을 유지한다. 놀랍게도 말이다! 책을 다 읽고 나면 자동차는 사브로 사는게 좋지 않을까 싶어지는 신기한 소설이다. 

그러다 세월이 지나면서 벽은 빛바래고 나무는 여기저기 쪼개져요. 그러면 집이 완벽해서 사랑하는 게 아니라 불완전해서 사랑하기 시작해요. 온갖 구석진 곳과 갈라진 틈에 통달하게 되는 거죠. (중략) 집을 자기 집처럼 만드는 건 이런 작은 비밀들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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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우리 힘들 때 시 읽어요 - 엄마한테 읽어주는 시와 에세이
송정연.송정림 지음, 류인선 그림 / 나무생각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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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점점 기억을 잃어가십니다.
그런데 자식이 읽어드린 그 시를 다음날에도 잊어버리지 않고 계셨습니다. 딸이 전 날 밤 온 줄도 모르고 아침에 "아이고, 왔니?" 하며 다시 반기셨지만 전날 읽어드린 시의 내용은 잊어버리지 않으셨습니다.

이 구절을 읽으면서, 치매가 왔던 할머니가 생각났다. 명절에나 보던 손녀는 옛적에 까먹으시고 착한 아가씨가 고맙네 하시던 할머니. 그리고 점점 말이 없어지셨다. 자꾸만 확인하면 안된다는 걸 알면서도 할머니의 기억이 사라지는게 두려워서 '내가 누고? 야는 누구고' 하고 묻던 친척들.

할머니는 그저 실같이 얇아진 눈으로 '허허'하고 웃기만 하셨다. 그렇게 할머니의 기억이 사라지고, 바뀌고, 의심이 늘어날 때 할머니가 좋아하는걸 찾아봤다면 어땠을까 하는 후회가 든다. 내가 누군지, 엄마가 누군지 다 까먹었어도 기억할 수 있는 하나를, 할머니가 돌아가시기 전에 찾을 수 있었다면 참 좋았을 텐데 말이다. 

 

작가 송정연과 송정림 자매가 요양원에 계신어머니께 읽어드리려고 고르고 고른 고운 시들이 책에 가득 담겨 있다. 옛날시도 있고, 근대시도 있고, 서양시도 있고, 한시도 있고 다양한 시들이 섞여 있다. 몇 번 들어본 구절들도 있고, 처음 보고 이렇게 좋은 시도 있었구나 싶기도 말이다. 그런 시와 곁들어 짧막한 에세이를 덧붙였다. 어머니의 추억을 시 한편에 담아, '그때 그랬었죠' 하고 다정하게 속삭이듯 말이다.

시집을 즐길 수 있으면 좋겠지만, 아직 그런 내공이 되지 않아 내가 아는 시들의 대부분은 누군가에게 들은 시들이다. '나는 이 시를 참 좋아해, 왜냐하면-' 하면서 이어나가면 나도 '아, 이래서 그 시가 좋은거구나'하고 가슴에 하나, 둘씩 담아 두는 것이다. 날 것 그대로 시를 즐기면 좋을텐데, 인생살이 무심해서 그런지 후루룩 읽어나가다 제풀에 지쳐버리고 만다. 

그래서 그런지, 이 책이 더 마음에 든다. 급하게 후루룩 읽으며 '아, 어머니'하고 이야기를 봐도 좋고, 하루에 한 편씩 읽으며 '아, 이 시는 이런 느낌이구나'하고 천천히 시를 음미해도 좋고 말이다. 시와 에세이와 어우러진 그림도 곱디 곱다. 

엄마에게 선물로 주고 싶은 책이다. 엄마 딸은 시를 읽어주고 싶어도 아는 게 없어서 곱게 나온 이 책을 대신 선물한다고 덧붙여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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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징조들 그리폰 북스 2
테리 프래쳇.닐 게이먼 지음, 이수현 옮김 / 시공사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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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 엔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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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이라 두근두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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