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많은 사람들이 3D 애니메이션 샤크를 보려고 하면서 이와 비슷했던 물고기 영화 '니모를 찾아서' 를 떠올렸을 것이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니모와 샤크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샤크는 슈렉을 만들었던 드림웍스에서 만든 것이고 니모는 디즈니와 픽사가 만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은 물고기가 등장한다는 것 때문에 이 영화는 보기 전부터 니모와 비교될 수 밖에 없는 태생적 한계를 가지고 태어났다.
샤크에는 화려한 이력들이 많다. 슈렉으로 재미를 봤던 데이비드 카젠버그가 제작을 했고, 라이온 킹에서 주옥같은 테마 음악을 들려주었던 한스짐머가 음악을 담당했다. 거기다 노래는 최고의 가수 크리스티나 아길레라가 불렀다. 그것 뿐이면 말도 안한다. 샤크에 나오는 각 인물들의 목소리연기는 그야말로 초호화 캐스팅을 자랑한다. 주인공 윌 스미스를 비롯해서 로버트 드 니로, 안젤리나 졸리, 르네 젤위거, 잭 블랙. 거기다 마틴 스콜세지 감독과 갱스터 TV시리즈 소프라노의 출연진들이 목소리 연기를 했다.
하지만 이 모든 화려한 캐스팅에, 될 수 밖에 없는 갖은 요소를 갖추고 있음에도 이 영화는 감히 실패작이라고 말 할수 있다. 첫째로 인물들의 캐릭터가 너무나 진부하다. 주인공인 오스카는 전형적인 뺀돌이 캐릭터. 하는 짓이 뻔한만큼 그가 갑자기 마음을 돌리는 계기도 너무나 뻔하다. 거기다 오스카의 친구로 등장하는 상어 레니는 어디선가 많이 본듯한 인물이다. 그렇다. 니모에 나오던 상어들을 기억하는가? 채식주의를 하겠다고 물고기들을 앞에 두고서 '얘네들은 먹는 음식이 아닌 우리의 친구' 를 외치던 상어와 비슷하다. 다만 니모의 상어들이 의지력이 약해 가끔 친구들을 한입만 먹으려고 하지만 레니는 내추럴 본 베지테리언 이라는 것 정도. 그리고 이런 레니를 못 마땅해하는 상어계의 대부이자 레니의 아빠인 돈 리노는 전형적인 갱스터 두목같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으며 오스카를 유혹하는 팜므파탈 로라는 별로 하는일 없이 목소리만 끈적하고 몸짓만 야시시하다. 오스카의 여자친구이자 오스카의 마음을 돌리는 결정적인 이유가 되는 여자친구 물고기 엔지도 한치의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 진부함을 보인다. 캐릭터들은 하나같이 진부하고 캐릭터들의 진부함보다 더 큰 문제는 너무 많은 스타군단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주인공에게 집중이 되어도 나갈까 말까 한 스토리가 산만하기 그지없다.
예전 슈렉에서처럼 목소리 연기자와 캐릭터를 비슷하게 만드는 것은 처음 수렉때나 신선했지 지금은 유통
기한 하루 남은 프레시 샐러드 같은 느낌이다. 윌 스미스의 몸짓까지 닮아 흑인 래퍼 물고기 같은 오스카, 누가 안젤리나 졸리 아니랄까봐 두꺼운 입술에 육감적인 몸매를 가진 로라. 알 파치노의 쭉 찢어진 가는 입을 그대로 가지고 있는 돈 리노는 하나도 새로울 것이 없다. 거기다 처음부터 끝까지 힙합스러운 분위기는 클럽 마니아들에게는 반가울지 모르겠지만 일반인들에게는 하나도 와닿지 않는다. 같은 물고기가 등장한다는 이유만으로 자꾸 비교해서 미안하지만 니모의 경우에는 캐릭터들이 모두 확실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오바하지 않았었다. 샤크는 저 경우와 반대로 캐릭터는 약하지만 인물들은 끊임없이 오바를 한다. 거기다 신선한 주인공들이 등장했던 니모와 달리 샤크에는 외모만 봐도 어떤 인물인지 확연한 인물들이 등장해서 절대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다.
목소리 연기자부터 제작, 음악에 이르기까지 드림팀을 모아놨건만 영화는 진부한 캐릭터들 때문에 이도저도 아닌것이 되어버린다. 거기다 화면에 너무 많은걸 집어넣으려고 해서 산만하기 그지없다. 아름다운 바닷속 풍경을 보여주었던 니모도, 디즈니 랜드를 비꼬았던 영주의 우스꽝스런 성이 나왔던 슈렉도 모두 보여주고자 했던것이 확실한데 샤크는 도무지 뭘 보여주려는 건지 알수가 없다. 이것저것 너무 욕심을 부린탓에 화면은 아름답지도 신기하지도 멋지지도 않고 다만 소란스럽다. 도무지 주인공이나 등장 인물에게 집중을 할 수가 없다.
샤크가 지닌 또 하나의 결점은 스토리가 너무도 재미없다는 점이다. 오스카가 사는 물고기 세계는 인간들의 세계와 마찬가지로 빈부격차가 심하다. 오스카는 출세지향적이지만 별 볼일없는 날건달 같은 물고기이다. 그런 물고기가 거짓말로 상어를 물리치고 나서 TV뉴스쑈로 대변되는 미디어의 주목을 받고, 늘 바라던 꿈의 팬트하우스에 살게 되지만 어느 순간 허망한 느낌을 가지게 되고, 그것은 곧 자기가 상어를 물리친게 아니라는 고백으로 이어진다. 그 고백은 물고기들에게 더 큰 감동을 안겨주고 오스카는 입술 두툼한 로라대신 자기를 응원하고 기다려준 여자친구의 품으로 돌아간다. 뻔한 캐릭터들 만으로도 부족했던지 샤크는 끝끝내 진부한 스토리를 가지고 어떤 예상의 허를 찌르는 기쁨도 제공하지 않은 채 조용히 끝이 난다. 도대체 하고 싶은 말이 뭔지. 아니 하고 싶은 말이 있기나 했는지 궁금할 정도이다.
큰 기대를 했건만. 결국 샤크는 죽은 캐릭터와 재미없는 스토리로 인해서 단지 화려한 목소리 연기자들이 등장했다는것 이외에는 아무것도 남겨주질 못했다. 최근 개봉한 인크레더블이나 하울의 움직이는 성과 비교할때 그 반의 반도 안되는 수준이다. 혹시 극장에서 샤크를 보려는 사람들이 있다면 말리고 싶다. 정 보고 싶으면 비디오를 보라고. 아니면 언젠가 TV에 해 주는 그날까지 기다리라고 말이다. 간만에 영화비가 제대로 아까운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