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개츠비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7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김영하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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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이동진의 빨간 책방, 김영하의 책 읽는 시간 - 두 팟캐스트를 통해서 위대한 개츠비와 인연을 맺은 다음 김영하를 통해서 위대한 개츠비에 또다시 도전하였다. 결론적으로 성공.
-김영하, 이동진, 김중혁, 허은실 모두 개츠비 읽기에 실패했던 과거가 있다는 이야기에 동지의식이 느껴지기도 했다. 

클럽에 살면서 처음으로 가서 제대로 놀 수 없다. 
노래방도 마찬가지다. 입장료는 얼마인지, 몇 시까지 노는지 전체 시스템을 이해한 사람이 충분히 즐길 수 있다. 공부로 치면 예습, 혹은 이후의 복습이 중요하다. 

팟캐스트 뿐 아니라 평론가나 독자의 서평, 작가의 다른 작품이나 해설서등도 마찬가지의 역할을 해줄 수 있겠다.
아무튼 팟캐스트 덕분에 친숙해진 개츠비와 한결 쉽게 어울릴 수 있었다. 
영화역시 보고싶다. 빨간 책방에서 언급한 디카프리오의 연기가 참 궁금하다. 

1.
김영하는 기존 번역에 느낀점을 바탕으로 새로이 번역하였다 하였으나 나는 닉과 개츠비의 대화가 참 어색했다. 나이는 비슷할 지 몰라도 엄청난 부의 차이가 있고, 단지 얼마간의 대화밖에 나누지 못한 것 치고는 지나치게 가까운 사이처럼 말을 놓은게 아닌가 싶다. 

2.
완벽하지 않음으로 완벽해짐에 대하여.


위대한 개츠비의 내용은 간단하다. (이하 스포일러)

가난한 남자가 부자 여자를 만나 사랑에 빠지지만 이루어지지 못하고, 

엄청난 부를 획득한 다음에 다시 여자를 얻기 직전까지 이르지만

다시 한 번 비극으로 끝을 맺고 만다. 


상투적 내용의 이 소설이 위대할 수 있었던 핵심은 우선 데이지에게 있다. 

데이지는 개츠비의 사랑을 받을 자격이 없는 여자라는 부분이다. 

그런 여자의 사랑을 얻는 것에 완벽주의에 가깝게 집착하는 개츠비의 모습.

잠시나마 뷰캐넌과 사랑에 빠졌다는 것 마저도 용납하지 못하는 개츠비는 자신의 완벽한 사랑에

일종의 확증편향을 가지고 있으며 심지어는 자신의 확증편향을 알면서도 사랑의 관성을 포기하지 않는다. 

마치 굴러 떨어질것을 알면서도 돌을 밀어올리는 시지프스와도 같은 것이다. 

김영하 버전으로 말하자면 "표적을 빗나간 화살들이 끝내 명중한 자리들" 이라는 지점에서 이 소설은 아름답다. 


2-1. 

이 소설과 반대의 위치로 보자면 신조협려의 양과와 소용녀가 떠오른다. 

소용녀가 너무나 완벽하기에 신조협려는 오히려 위대할 수는 없는게 아닐까? 


2-2.

이 소설과 같은 완벽하지 않음의 미학의 예로는 두 가지가 생각난다. 

1)원스 어펀 어 타임 인 아메리카 : 누들스는 데보라를 너무나 사랑하지만 동네의 "걸레"에게 욕정을 풀기도 하는 남자이고, 심지어는 순간의 격정에 몸을 맞겨 데보라를 강간하기까지 한다. 


2)현진건의 "그립은 흘긴 눈" 이라는 단편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기생과 격정적 사랑의 극한에 이른 남자는 기생과 함께 죽기로 하고 함께 약을 먹는다. 하지만 결정적 순간에 너는 죽지 말라며 기생의 입을 열어 약을 뱉게 하려던 남자는 기생의 혀 밑에 숨긴 약을 발견하고 죽음의 순간에 기생을 흘겨본다. 기생은 세월이 흘러 그 남자의 흘긴 눈을 그립게 추억한다. 

위대한 개츠비의 깜찍한 한국버전이라 할 만하지 않은가? 기생처럼 개츠비의 데이지도 세월속에서 개츠비를 가끔씩 떠올리며 그리워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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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빤스 2013-09-08 17: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디카프리오가 나오는 영화를 보고나니 데이지에 대한 평가를 너무 잔인하게 한것 같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