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찮은 인간, 호모 라피엔스
존 그레이 지음, 김승진 옮김 / 이후 / 2010년 8월
평점 :
절판


 

0.

처음 기대는 잡학다식한 지식인의 시니컬한 인간 까대기였습니다만 예상이 빗나갔습니다.

-떠오르는 책은 스티븐 제이 굴드의 '풀하우스'네요.

 

1.

초반부에 너무 묵직한듯 이런저런 철학자를 깔때는 선입견과 달라서 그냥 책을 덮을까 싶었는데

읽어갈수록 빠져들면서 정신을 못차리겠습니다.

 

책은 도끼다 - 라는 말이 맞다면 이 책은 제 머리를 수백번 휘갈기는 도끼였습니다.

칸트, 헤겔, 하이데거에서 시작하여 마르크스, 비트겐슈타인에 자본주의, 진보, 휴머니즘 등등 전방위적으로 때려댑니다. (까지 않는건 쇼펜하우어, 흄, 노자, 장자 정도?)

그런데 '하찮은' 제 머리로는 그대로 두드려 맞을 수 밖에 없네요.

 

열심히 살겠다. 진보를 믿겠다. 역사를 믿겠다

-라는 마음을 여지없이 뭉게 버리는데 반론할 엄두가 안납니다.

 

2.

고수분들의 독후감을 검색좀 해봐야겠습니다. 도저히 제 머리로는 벅찹니다.

진중권이나 한윤형 같은 분이 읽고 독후감 써주시면 재미나게 읽을텐데 싶네요.

아니면 관련 서적이나 이 분의 책 한 두권을 더 읽어보고 싶습니다.

 

3.

다 까니깐 그럼 도대체 어떻게 살까? 싶으니 책의 마지막쯤에 이렇게 이야기해줍니다.

 

오늘날 우리가 추구할 수 있는 좋은 삶은, 과학과 기술을 한껏 활용하되, 그것이 우리에게 자유롭고 합리적이며 온전한 정신을 주리라는 환상에는

굴복하지 않는 삶이다. 평화를 추구하되, 전쟁없는 세상이 오리라는 희망은 갖지 않는 삶이다.

자유를 추구하되, 자유라는 것이 무정부주의와 전제주의 사이에서 잠깐씩만 찾아오는 가치라는 점을 잊지 않는 삶이다.

 

좋은 삶이란 진보를 꿈꾸는데 있지 않고 비극적인 우연성을 헤쳐 나가는 데 있다.

우리는 비극의 경험을 부정하는 종교와 철학에 길들여져 있다. 우리는 '행동'이 주는 위안에 기대지 않는 삶을 상상할 수 있을까?

아니면, 너무 무식하고 게을러서, 그런 삶을 꿈꾸지도 못하는 것일까?


 *노회찬과 X파일, 국방부 장관 내정자의 휴대폰 고리 사진, 법무부 장관 내정자와 안수기도 이야기들을 접한 상태에서 이 책을 읽으니 몰입도가 쩌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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