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황석영 지음 / 창비 / 200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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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천재가 있어도 소설은 천재가 없다던가요? 손님이라는 소설을 쓸 수 있는 사람은 손에 꼽힐 것입니다. 한국 사람이어야 하고, 우리의 아픈 과거를 상당한 지근거리에서 지켜봤어야 하며, 세상살이의 신산을 몸과 마음으로 겪어낸 노련하고도 천재적인 작가여야만 합니다. 우선 소설의 소재는 참으로 손이 가기 어렵습니다. 아픈 동족상잔이 있고, 종교와 이데올로기마저 얽혀있습니다. 누가 옳은지, 누구에게 정의가 있는지, 누가 더 끔찍했는지를 따져보기를 독자인 저에게 요구할것을 예상했다면 이 책을 선뜻 구매하지는 못하였을 듯 합니다. - 어디선가 그러한 아픔을 풀어내려는 소설이라 하여 알라딘 장바구니에 넣었던 것입니다. 이러한 쓰라린 과거는 언젠가는 정리가 되기는 하여야 할 것입니다. 어디서부터 잘못되었고, 누구에게 얼마만큼의 책임이 있었는지 따져보고, 용서를 빌고 용서를 하고 이를 역사에 기록하는 정리는 어느 수준까지 필요하다고 봅니다. 하지만, 시간이 없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류요한, 류요섭, 박명선, 외삼촌, 형수... 현재 지구상의 70억중 손꼽히는 아픔을 살아내야 했던 분들에게는 이제 남은 시간이 별로 없습니다. 이 분들이 이 크나큰 아픔을 안고 세상을 떠나기 전에 황석영이 총대를 메고 필력과 연륜을 풀어 큰 굿판하나 벌여낸 것이 이 소설입니다. 자신들의 종교와 이데올로기, 입장과 가치를 위해 함께 고구마 구워먹고 놀던 이들이 서로를, 서로의 가족을, 서로의 이웃들을 죽입니다. 괭이로, 낫으로, 총으로, 개솔린에 불을 붙여 죽입니다. 그렇게 죽여가며 지켜내려 했던 것이 얼마나 가치있는 것이었나 물어보고도 싶습니다. 그나마 그 가치마저도 흐릿해진채 광기속에 살육을 저지르는 모습은 더더욱 의미를 부여할 수 없습니다. 끔찍하면서도, 한 편으로 그들 하나 하나가 타고난 살인마는 아니었습니다. 아니 오히려 끔찍할 정도로 평범한 인간들이었을 뿐이었습니다. 외삼촌이 탁자를 탕 치며 말합니다. ‎"가해자 아닌 것덜이 어딨어!" 뒤집으면 피해자 아닌 것덜이 어디있습니까? 우리모두 나약한 인간이었을 뿐이고 거대한 현실을 뛰어넘지 못하고 그 곳에서 주어진 역할을 하였을 뿐이라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서로가 서로에게 증오가 아닌, 나약한 인간에 대한 연민의 눈빛을 보이고 서로을 보듬어주며 그렇게 세상을 떠나는 것입니다. 그렇게 맺힌 한을 풀고 떠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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