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병동 홍신 엘리트 북스 68
알렉산드르 솔제니친 지음, 홍가영 옮김 / 홍신문화사 / 1993년 12월
평점 :
절판


2014-03-26

다시 한 번 더 읽었습니다. 
아래 내용중에는 스포일러가 많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0.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에서도 느꼈지만 솔제니친이 사랑하는 부류가 있습니다. 
일머리가 있으며 옳고 그름에 대한 중심, 정의감이 잡혀있는 든든하게 느껴지는 사람. 

1.
두 번이나 재미있게 읽으면서도 이 책을 어떻게 이야기해얄지는 모르겠습니다. 
너무나도 생생한, 살아있고 떠나보내기 아쉬운 인물들을 하나씩 떠올려볼까 합니다. 

먼저 환자들.
1)코스토글로토프
streetwise라는 단어가 떠오릅니다. 사막에 던져져도 자기 몫은 해가며 살아남을 듯한 인물.
주인공입니다. 수용소 생활까지 거치면서 온갖 험난한 일을 겪었지만 어딘가 꼿꼿합니다. 
나쁜 놈이라 생각되면 한바탕 난리를 부려 혼쭐을 내주기도 하지만, 좋은 사람에겐 다정다감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베가와 잘되었으면 좋으련만

2)루사노프
한마디로 나쁜 놈입니다. 남을 밀고해가면서 자기 가족들을 호의호식하게 한 사람입니다. 
대한민국에도 득시글하지요? 이런 놈들의 자기 마음속 합리화가 늘 궁금했는데 어느정도는 
옅볼 수 있습니다. 

암병동을 처음 읽고 기억에 남았던건 루사노프의 야비한 갈구기 하나였습니다. 맘에 안드는
부하직원을 다음날 사무실로 찾아오게 지시해버리면, 그 부하는 다음날 아침까지 엄청나게 
겁을 먹게 되는 겁니다. 

또다른 환자인 예프렘은 코스토글로토프의 권유로 톨스토이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를 
읽게 됩니다. 그 속에는 구두를 주문한 부유한 사람이 나오는데 그는 정작 자신이 그날 죽는다
는걸 모르지요. 
루사노프가 바로 그 사람입니다. 그는 소설 말미에 완쾌한 것으로 알고 퇴원하지만 암의 전이는
예정된 것이고 잘해야 1년의 삶이 남아있습니다. 

3)프로시카
코스토글로토프는 환자들의 알 권리를 주장하며 의사들과 다투기도 합니다. 
하지만 정작 프로시카가 퇴원하게 되며 받은 진단서에 대해서는 침묵해버리고 맙니다. 
"Tumor cordis, casus inoperabilis" 심장 종양, 수술불가능의 증례
퇴원에 기뻐 들뜬 프로시카에게 진실을 이야기할 수 없었던 겁니다. 

4)좀카
조금은 모자라지만 사랑스러운 막내동생의 이미지입니다. 
다리를 자르게됩니다. 

5)아샤
팔딱뛰는 물고기를 연상시키는 그녀는 오른쪽 가슴을 잘라내야 한다는 걸 알게되고, 
좀카에게 잘리기 전 그녀의 가슴을 빨게 해줍니다.

6)예프렘 슐루빈
교수에서 나락으로까지 떨어지는 사람입니다. 
지식인으로서 살아남기위해 끝까지 떳떳하지 못한 삶을 이어갔기에 더더욱 자신을 부끄럽게 
생각합니다. 그야말로 살아남은 자의 슬픔.

그리고 의사, 간호사들
1)돈초바 
암병동의 무게중심입니다. 참으로 열심히 살고 훌륭한 의사이지만
입장이 바뀌어 환자가 되자 모든게 달라보입니다.

2)간가르타
사랑하는 사람이 전쟁터에서 죽고 십여년이 넘게 혼자입니다. 
아름답고 여리지만 또한 돈초바를 이을 훌륭한 의사입니다. 
코스토글로토프와 이어질듯 하지만...

3)조야
코스토글로토프는 간가르타와 조야 양쪽을 오갑니다. 그렇다고 바람둥이로 보이지는 않고
뭐랄까 감정에 솔직하다고 할까요? 
간가르타에 비해 많이 어린 그녀의 해맑음이 오히려 코스토글로토프에게는 부담일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2.
느낌이 오는데로 밑줄을 그었습니다. 
혹은 국어시간에 공부하듯 중요 단락과 작은 이야기들을 나누기도 했네요. 
밑줄들을 나눠보고 싶습니다. 

39p.결국 성실한 사람은 한 사람 몫에 성실하지만, 게으른 사람은 두 사람 몫으로 게으른 것이다.
솔제니친의 성실한 사람에 대한 애정+게으른 이에 대한 얄미움이 묻어납니다. 

48p."그때 그녀는 정말 내가 생각했던 것처럼 그렇게 완벽한 여성이었을까...... 스물다섯때 뭘 알았겠어......"
사랑이라 생각했던게 돌아보면 이렇게 느껴질때도 있지요.

91p.제발, 지금 저를 놓아주세요! 나는 개처럼 내 굴로 돌아가 한가롭게 누워서 지내고 싶을 뿐입니다."
암병동의 치료를 불신하며 남은 삶을 자신의 의지대로 살고 싶다며 외치는 코스토글로토프입니다.

104p.그렇지만 그녀는 치료가 잘된 경우나 또 어렵게 성공한 일에 대해서는 얼마 후 아주 깨끗이 잊어버리게 되지만 오히려 반대로 운명의 수레바퀴 밑에 짓밟힌 몇사람의 환자에 대해서는 쉽게 있지를 못했다 
이것이 돈초바의 기억의 특별한 점이었다. 
돈초바의 성격이 묻어나는 대목입니다. 

134p."바보는 가르치고 싶어하지만, 영리한 사람은 배우고 싶어한다."
코스토글로토프의 할아버지가 해준 말

175p."썰매는 여름에, 마차는 겨울에 준비하라"
조야의 할머니가 해준 말. 

192p.그 얼굴에 잘생긴 데라고는 조금도 없었으나, 그렇다고 못난 곳도 지금은 눈에 띄지 않았다.
조야가 코스토글로토프에게 호감을 넘어선 남자로 인식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부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나누고 싶은 부분이 너무 많네요. 
코스토글로토프와 간가르트의 달콤한 순간의 부분으로 마무리 할까 합니다.

252p.코스토글로토프는 선 채로 여의사의 목덜미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뒷덜미에 가운의 깃이 살짝 들려져 있고, 동글하게 작은 뼈가 보였다. 잔등 맨 위쪽 첫번째 등뼈였다. 그것을 손가락으로 만져보고 싶었다. 




2008-11-13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보다 암병동이 더 좋은 이유는 딱 하나 입니다.
암병동이 더 두껍고 더 내용이 많습니다.

노벨문학상이라는 무게와
러시아 문호다운 솔제니친이라는 어려운 이름,
게다가 수용소, 공산주의, 박해 등등의 단어가
우리를 솔제니친의 작품들에 섯불리 다가가지 못하게 하지만
그의 작품들 하나하나는 지혜롭게 늙은 하얀 머리의 할아버지의
아직은 또렷한 목소리를 통해 듣는 삶에 대한 풍성한 이야기입니다.

방금 암병동을 다 읽었습니다.
위에 언급한 거리감에다가 아픈 사람들의 이야기라니.... 선뜻 손이 가지는 않았으나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에서 얻은 믿음으로 이 책을 넘겨가기 시작했습니다.

병실의 풍경. 환자와 의사와 간호사들
후줄근한 삶들과 지친 표정들에서 나에게까지 피로가 몰려올듯한 느낌이었으나
이 마술같은 작가는 그 하나하나에 펜을 가져다가 생명을 불어넣기 시작합니다.
초라하고 못난 사람이 새로 등장할때마다 되려 작가가 또 어떤 숨결을 불어넣을까 기대하게 만듭니다.

-태그:대표적저작인수용소군도는정말어렵긴하다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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