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연남동 빙굴빙굴 빨래방
김지윤 지음 / 팩토리나인 / 2023년 8월
평점 :

눅눅했던 마음이 뽀송뽀송해지는 곳. 여기는 '연남동 빙굴빙굴 빨래방'입니다.
이젠 빨래방이다! 연남동 골목에 위치한 24시간 무인 빙굴빙굴 빨래방.
진돗개와 사는 독거노인 장 영감, 산후 우울증에 육아 스트레스를 겪고 있는 미라, 드라마 작가 지망생 여름, 관객 없는 버스킹 가수 지망생 하준, 데이트 폭력 피해자 연우, 보이스피싱으로 꿈많은 동생을 잃은 재열 그리고 장 영감의 아들이자 가족을 해외로 보내고 생활하는 기러기 아빠 대주. 평범하지만 인간적인 등장인물들에게 위로과 공감, 감동받게 되는 이야기 『연남동 빙굴빙굴 빨래방』
빨래방의 특별한 점은 빨래를 기다리면서 차를 마실수도 있고 무엇보다 연두색의 다이어리가 있다. 다이어리에는 빨래를 기다리는 동안 누군가가 끄적인 고민에 답글을 남겨 놓기도 한다. 남에게 털어놓자니 자칫 부담스러울 수 있는 자신의 고민을 누군가 들어주고 답글까지 남겨준다면 그것만으로도 작은 위로가 될텐데.. 등장인물들은 서로가 이어지는 인연이 되어 감동과 위로를 선사한다.
누구나 주인공이 되고 누구나 고민 해결사가 되는 연남동 빙굴빙굴 빨래방. 이런 곳이 있다면 정말 좋겠다. :)
장 영감과 아들 대주의 마찰이 어느 편에서도 이해가 되었다. 장 영감의 고마움이 미라의 가족에게 전달되는 따스함에 오랜만에 '정'을 느낄 수 있어서 너무 좋았고, 동생의 진심을 놓치고 후회하는 형의 모습에는 짠했고, 여름과 하준의 드라마같은 인연에는 설레기도 했고.. :D
온통 따뜻하고 다정했다. 과하지 않고 정말 딱 좋은 공감 가는 현실 속 우리들 이야기라서 책을 덮은 후에도 온기가 오래 남은 소설이었다.
"삼켜내기 힘든 하루가 있잖아. 그럼 퉤 뱉어버려. 굳이 그렇게 쓴 걸 꾸역꾸역 삼켜낼 필요는 없어. 마음도 체한다. 여름아." (p.116)
"빚진 마음이 들면 갚는 마음으로 살면 되는 거야. 그렇게 둥글게 다 같이 사는 게 사람 사는 거지. 혼자 그렇게 살 거면 달팽이처럼 네 등에 집 하나 얹어놓고 혼자 살아가지 그러냐." (p.302)
"나 왜 이러고 사냐……."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었다.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 본 적도 없었다. 그런데 대주 본인도 모르게 입에서 툭 튀어 나온 말이 방아쇠가 된 것처럼 눈물이 터졌다. 지저분한 패딩 점퍼에 쏟아지는 세탁기 속의 물처럼 눈물이 콸콸 떨어졌다. (p.337)
그리고 내 눈물 꼭지 틀어버린 문장. 진짜 진심. 펑펑 울게 만든 모먼트.
어쩌면 대주도 이 사서 하는 고생길의 원인과 결말을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알고 있지만, 알고는 있지만 끊임없이 부모 탓만 하고 싶었다. 모든 자식들이 그러하듯이. 치사하게. (p.346)
백화점, 찻집, 중고상점, 서점, 편의점, 사진관 등등등. 다양한 장소를 배경으로 그린 책들이 많이 출간되었는데... 개인적으로.. 다섯 손가락 안에 꼽는 책이었다!!! 아, 정말.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정말. 완전. 짱 좋았던 『연남동 빙굴빙굴 빨래방』
지친 삶의 끝에 위로가 필요하다면 추천..!! :D
#연남동빙굴빙굴빨래방 #김지윤 #팩토리나인 #추천도서
* 본 서평은 출판사 이벤트로 받은 도서이나 지극히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