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사 문장력 특강 - 단계별로 나아가는 문장력 훈련
김민영 외 지음 / 북바이북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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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많이 읽으면 문장력이 좋아지나요?”

“책을 읽어도 어휘력이 느는 것 같지 않아요.”

현장에서 자주 듣는 말입니다. 대부분은 독서량과 어휘력, 문장력이 비례한다 생각하는데요, 때로는 그 믿음이 맹목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 고민의 해답이 바로 ‘필사’라는 믿음으로 이 책을 기획했습니다.(p.5)

 

글쓰기를 배우려는 사람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그들은 대개 SNS를 통해 자신을 표현하고 소통한다. 소수만이 자신을 드러내고 존재감을 표현했던 시대에서 누구나 자신을 알리고 만인과 공존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글을 잘 쓰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하나? 역시 기본적으로 좋은 문장을 많이 접해야한다. 그리고 수준높은 글쓰기 기회도 스스로 만들 수 있어야한다.『필사 문장력 특강』이 바로 그런 책이라 소개한다.

 

이 책은 명문장을 발췌, 필사, 분석하고 첨삭하는 방법을 디테일하게 알려준다. 총 네 개의 장으로 구성되었으며, 1장은 필사의 방법과 효과를 소개한다. 2장은 현장에서 받은 질문을 요약하여 거기에 답하는 형식으로 구성되었다. 3장은 분야별 필사법이다. 문학, 비문학, 미디어로 매체를 나누어 각 특성에 따라 필사하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4장에서는 초급, 중급, 고급 단계별로 코칭한다.

 

‘필사’가 유익하다는 건 이미 다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단순히 ‘옮겨 적는 것’만으로는 양질의 결과를 만들어내기 어렵다. 저자는 “‘좁은 범위(다섯 줄 내외)’와 ‘명확한 장점’이 필사의 필수 조건(p.15)”이라며, 다섯 줄 내외의 명문장을 선별하여 지속적으로 연습하라고 조언한다.

 

그리고 현장의 질문을 정리, 분류하여 각각 해답을 제시하였다. 독자들도 부딪히는 문제점들이라 친근하게 다가온다. 질문을 여덟 개로 요약하여 명문장을 발췌하고 같은 소재 다른 글을 비교 분석하며 답을 달았다. 코치 내용을 발췌해보면 이렇다.

 

“글을 읽으면서 숨차지 않은가. 다소 장황하다.(...) 형용사, 부사 사용이 많고 동어 반복도 눈에 띈다. (...) 이렇게 쓰면 문장이 장황해 전달력이 떨어진다. 리뷰를 단문으로 고쳐본다. (...) 열 줄이 네 줄로 요약됐다.”(p.52)

 

동어반복을 걱정하는 이들에겐 문학 필사를, 어휘력이 부족한 이들에겐 한국 문학 필사를 각각 권했다. 특히, 글쓰기 자체가 “어휘력의 결과물”(p.65)이라며 어휘력 향상에 노력할 것을 강조하며 소설 <토지> 필사를 종용했다.

 

‘분야별 필사법’부터는 독자가 참여하는 수업이다. 먼저 명문을 예시글로 제시하고 그 글을 해체, 분석하여 설명한다. 다음 페이지는 독자가 필사하고 작문해야 할 빈 공간으로 남겨두었다. 작문할 때 규칙은 예시글의 구조 즉, 틀을 깨지 말아야 하며, 소재나 용어, 조사 등을 대체하여 완성하는 것이다. 작문 예시를 두어 참고하도록 하였다. 그렇게 각 매체마다 다섯 문장씩. 총 열다섯 문장을 연습하도록 하였다. 그리고 비문학 필사를 할 때는 “저자가 왜 이렇게 생각했을까? 에 대한 답을 구하고 자기만의 정의를 내려보”(p.118)는 것이 문장력 향상에 더 도움이 된다고 했다.

 

‘단계별 필사 작문 코칭’에서는 조금더 세밀해진 기법을 제시한다. 예시문을 주고 분석 포인트와 설명을 이어가는 건 같은데, 전편에서 참고로만 사용되어졌던 작문 예시에 첨삭을 한 것은 다른 점이다. 독자는 그 첨삭 내용을 참고하여 그 예시 작문을 고쳐야한다. 이 훈련을 초급, 중급, 고급에 나누어 열 일곱번을 거친다. 총 서른 두 번의 이 과정은 글쓰기 실력을 향상시키는 기폭제가 될 것이다. 저자는 “그대로 옮겨 적기 필사가 패키지 관광이라면 작문은 자유 걷기 여행”(p.233)이라고 했다. ‘옮겨적기’만으로 불투명했던 필사에 걸었던 기대가 필사, 작문, 첨삭 과정을 거치며 비로소 투명해지는 것을 경험할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

 

이 책의 저자는 네 명이다. 이들은 독서공동체 숭례문학당에서 함께 책을 읽고 글을 쓰는 학우들이다. 지도자의 길을 같이 걸으며 현장에서 터득한 노하우를 풀어내었다. 검증을 거친 자신감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문체는 리드미컬하면서 친근하다. 실전 코칭이 진행되는 3장과 4장은 일정한 패턴을 유지하고 있어 자칫 지루해 질수 있는 요인이다. 하지만 양질의 정보를 동반한 저자의 안정되고 매끄러운 문체는 그것을 리듬감으로 바꾸어놓았다. 오히려 가독성을 높이는 요건이 된 것이다. 책 한 권으로 명문장을 한꺼번에 영접한다는 사실 또한 이 책을 읽는 묘미가 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독자들에게 할애된 빈 공간이 주는 여유로움과 배려는 읽는 이로 하여금 긴장감을 불러오는 동시에 흥미로움을 안겨준다. 깔끔한 디자인과 내 외지 색상, 서체 등도 눈을 시원하게 하는 역할을 하였다.

 

필자는 서두에서 글을 잘 쓰려면 수준높은 글쓰기 기회를 스스로 만들 수 있어야한다고 했다.『필사 문장력 특강』을 통해 수준높은 명문장을 만나고, 작문을 해보고 첨삭받는 호사를 누려보길 바란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으로 글을 쓰지 않을 방법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숨쉬기는 자연스러운 동작이고 명상은 의식적인 행동이다. 독서자들에게 읽기는 편한 호흡처럼 자연스러운 동작일지 모른다. 그러나 필사는 명상처럼 의식적인 ‘몰입’을 요한다. 집중하지 않고 필사를 하면 아무런 효과가 없다.(p.29)

매일 운동한다고 생각하고 조금씩 연습해야 한다. 필사는 단지 모방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문장으로 재창조될 때 응용력이 생긴다. 좋은 문장을 베껴 쓴 후 분석하여 작문하는 작업은 모방을 넘어선 창조의 과정이다.


필사와 작문으로도 부족해 굳이 첨삭 과정까지 거쳐야 할까? 그래야 한다. 명문의 비밀을 캐내 체화하기 위해서다. 그대로 옮겨 적기, 필사가 패키지 관광이라면 작문은 자유 걷기 여행이다. 고생스럽지만 잊지 못할 체와의 시간이다.
마지막 첨삭은 다시 원문으로 돌아가는 귀갓길이다. 작문을 하다 멀어졋던 원문으로 돌아가기 위해 ‘첨삭(코칭’이란 보조 장치가 필요한 셈이다. 걷기 여행을 마친 후 집으로 돌아오면 우리의 문장력은 한 뼘 성장해 있지 않을까.(p.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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