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읽으면서 얼마 전 개봉했던 <헨젤과 그레텔>이라는 영화를 계속 떠올렸다. (스포일러 주의) 이 영화의 주인공은 교통사고를 당했다가 한 번 들어가면 빠져나갈 수 없는 숲 속에 들어가게 된다. 그는 여기서 세 명의 어린이를 만나게 되는데, 기실 그들은 잔인하고 폭력적인 어른에게 고통받다가 신비한 힘을 얻어 어른을 물리치고 영원히 아이로 남게 된 ‘386 세대’였다. 폭력적인 어른의 세계로 진입하지 않고 영원히 성장을 멈춘 채 아이로 남고자 했던 그들의 실체, 즉 중년의 형상을 발견한 주인공은 경악하게 된다. 이미 그림 동화를 유년기에 읽었던 청소년과 부모들은 이 책을 통해 그림 동화를 아주 낯선 모습으로 조우하게 된다. 특히 부모나 어른이 되어버린 세대는 <헨젤과 그레텔>에서 성장하지 않은 채 영원히 유년기를 벗어나지 않는 ‘중년의’ 아이들이 된 심정으로 어슴푸레한 유년으로 되돌아가는 느낌을 맞게 될 것이다. 독일 유학 이전, 학생들에게 논술과 독서를 가르쳤던 저자는 그림 동화를 면밀히 분석한 선대의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상세하고 치밀한 해설을 전개한다. 어원과 문헌학적 사례에 힘입어 기존의 두루뭉술한 번역이 놓치고 있었던 그림 동화의 본래 모습이 드러난다. 원문 어디에도 없는 백설‘공주’라는 명명에 대한 지적으로부터 비롯된 작품에 대한 꼼꼼한 분석과 해설, 그리고 특히 우리 교육의 구조적인 문제점인 상상력 빈곤과 문제의식의 부재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강의식 전개 방식은 고색창연하면서도 새로운 느낌이다. 왜냐하면 성장중인 청소년들이나 이미 성장해버린 어른들은 자신들의 유년기에 동화 한 편, 한 구절, 한 마디를 곰씹어 읽고 상상하고 느꼈던 원형적인 독서로부터 너무 멀리 벗어났기 때문이다. 공부란 모름지기 반복과 반추의 힘을 바탕으로 하는 것인데, 실상 우리의 독서는 단편적인 지식의 형식적 습득에 그쳐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말장난 같겠지만) 한국적 번역 풍토에 동화(同化)되었던 그림 동화(童話)의 세계는 참으로 생경한 느낌이었다. 그림 동화를 비롯한 외국의 동화가 한국에 수용되면서 많이 왜곡되었거나 본래의 느낌에서 거리를 두고 있다는 풍문은 사실 새로운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지적과 보완 작업은 그림 동화의 진정한 소비자인 어린이들에게 가 닿지 못했었다. <헨젤과 그레텔>, <신데렐라>로 이어질 예정인 저자의 작업은 그림 동화의 진면목과 원형질을 맛보게 될 것이라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