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로쟈 > 최근에 나온 책들(59)

이 해가 가기 전에 두 차례 더 최근에 나온 책들을 소개하고자 한다(연말에 책들이 눈사태처럼 쏟아지지만 않는다면). 그러니까 내겐 패 두 장이 남아 있는 셈이다. 조금 아껴둘까 했지만, 그 중 하나를 펴보이는 것은 순전히 패트리샤 하이스미스(1921-1995) 때문이다. 그녀의 선집이 첫번째 책들이며, 올해는 그녀의 사망 10주기가 되는 해이기에 선집의 출간은 좀더 의미 깊어 보인다.

 

 

 

 

이번에 선집으로 나온 건 <동물 애호가를 위한 잔혹한 책>(민음사)을 포함해서 3권이다. 그 중 표제작은 올초인가 <세계의 문학>에 소개되었기에 출간이 임박한 줄은 알고 있었지만, 3권이 한꺼번에 나올 줄을 몰랐다. 2003년에 <낯선 승객>(해문출판사)과 <태양은 가득히>(동서문화사)가 번역된 바 있기에, 제법 하이스미스 컬렉션의 꼴이 갖추어진 셈이 된다. 다른 건 몰라도 알랭 들롱이 주연했던 르네 클레망의 영화 <태양은 가득히>를 기억하는 독자들은 많은 것이다(아찔한 영화 중 하나이다). 그리고 사실, 내가 접해본 하이스미스도 영화 <태양은 가득히>가 전부이다(그녀가 원작자라는 걸 알게 된 건 훨씬 나중이고). 당신도 사정이 비슷하다면, 초급 하이스미스를 뗀 것이 된다.

 

 

 

 

중급 하이스미스는 <낯선 승객>이 히치콕의 영화 <스트레인저>의 원작이라는 사실을 아는 것이다. 소개에 따르면 그녀의 첫 장편인 <낯선 승객>은 "1950년 출간되자마자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으며 앨프리드 히치콕 감독에 의해 영화화 되었다." 그게 얼마전 출간된 스포토의 <히치콕>(동인, 2005)에서는 <열차의 이방인>으로도 번역된 <스트레인저>(1951)이다. 그리고 물론 이 영화에 대해서는 지젝 등의 <항상 라캉에 대해 알고 싶었지만 감히 히치콕에게 물어보지 못한 모든 것>(새물결, 2001)을 참조할 수 있다. 패트리샤 하이스미스는 지젝이 자주 언급하며 높이 평가하는 현대 작가의 한 사람이다(덕분에 나로서도 친숙해질 수 있었던 이름이다). 이후 하이스미스가 1955년 발표한 <재주꾼 리플리>는 그녀의 이름을 가장 널리 알린 작품으로 르네 클레망 감독의 <태양은 가득히>, 앤서니 밍겔라 감독의 <리플리>로 두 번 영화화되었다. 이런 정도까지 카바하면 하이스미스 중급이 되겠다.

그리고 이제 고급 단계로 진입할 기회가 주어졌으니 그건 이번에 나온 선집들을 읽는 일이다. 다시 소개를 옮기면 그녀는 "1961년 이후에는 주로 프랑스와 스위스에 거주하면서 단편 작가로 활동했는데, 영어로 쓴 작품이 독일어로 먼저 번역.소개될 만큼 유럽에서 높은 인기를 누렸다. 하이스미스는 '20세기의 에드거 앨런 포'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두 사람은 112년의 세월을 사이에 두고 정확히 같은 날, 같은 미국 땅에서 태어나 고국보다 유럽에서 더 높은 평가를 받았다는 공통점 또한 가지고 있다."

그러니까 패트리샤 하이스미스를 기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20세기의 에드거 앨런 포'로 기억하는 것이다. 위의 이미지들은 차례대로, 최근간 포우 작품집, 포, 젊은 날의 하이스미스, 노년의 하이스미스이다. 젊은 날의 하이스미스는 패트리샤 카스 못지 않은 미모를 자랑하지만, 노년의 모습은 실례가 아니라면, <미저리>의 케시 베이츠를 떠올리게 한다(나이란 그런 것이다). 고급 하이스미시언이라면, 빔 벤더스의 영화 <미국인 친구>(1977)이 리플리 시리즈 중 한 편인 <리플리의 게임>(리플리스 게임)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는 것도 알아두어야겠다. 얼마전 개봉되었던 존 말코비치 주연의 영화 <리플리스 게임>(2003)도 같은 원작의 영화(두 영화를 아직 보지 못해서 비교는 못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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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에 실련던 소개 기사를 잠시 발췌해 보면, "이탈리아 여성 감독인 릴리아나 카바니가 2004년 연출한 <리플리스 게임>은 리플리 시리즈의 후기작으로 선과 악의 통념에 대한 반기라는 점에서 감독이 영화 속에서 지속적으로 펼쳐왔던 관심사와 원작의 주제가 맞아 떨어진다. 여기에 삼위일체를 이루는 것이 귀족처럼 우아한 말투로 섬뜩한 범죄자 역할을 능란하게 해내는 좀 말코비치의 탁월한 연기다. 알랭 들롱, 브루노 간츠 맷 데이먼 등 역대 리플리들이 하나같이 독특한 매력을 보여줬지만 <리플리스 게임>의 존 말코비치처럼 배우의 카리스마에 많이 기댄 리플리도 없을 것 같다."(비디오는 언제 나오나?) 

한편, 클로드 샤브롤의 <올빼미의 울음>(1987) 등도 하이스미스 원작이라고 한다(아직 국내에는 공개되지 않았다). 하이스미스의 소설들은 미국보다 유럽에서 더 인정받으며 유럽 감독들에게 인기가 더 많다는 걸 확인할 수 있겠다. 이 겨울의 추위가 덜 매서워 보인다면, 패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쿨한' 세계에 한번 빠져보시길...

두번째 책은 역시나 미국 작가 윌리엄 버로스(버로우즈; 1914-1997)의 <네이키드 런치>(책세상). 데이비드 크로넨버그에 의해서 동명의 영화로 만들어졌던 작품(1991)의 원작. 영화의 소개는 "인간과 다른 생명체와의 몽환적 결합을 그린 환타지물"로 돼 있다. 마약과 환각 등을 소재한 걸로 아는데, 그러한 경향은 작가가 속했던 1950년대 비트 제너레이션 문학(비트 문학)의 일반적인 성격을 이룬다(비트 세대의 대표적인 시인은 앨런 긴즈버그이다). <네이키드 런치>는 그 대표작이고 타임지 선정 100대 영문 소설에 뽑혔던 작품. 요컨대, <네이키드>는 (수치스럽게도!) 이젠 정장한 '클래식'의 반열에 들어간 작품이다.

 

 

 

 

세번째 책은 최근 몇 년간 한국 영화를 대표하는 감독으로 급부상한 박찬욱 감독의 문집 두 권이다. 보다 관심을 끄는 건 <박찬욱의 몽타주>(마음산책). 같이 나온 <박찬욱의 오마주>는 소개대로 이전에 나왔던 <영화보기의 은밀한 매력 - 비디오드롬>(삼호미디어, 1994)의 개정증보판이다. 나는 그 책을 10년쯤 전에 사서 읽은 듯하다. <달은 해가 꾸는 꿈>이나 <3인조> 같은, (보지는 않았지만) 그에 대한 평가를 아주 '쿨'하게 만들었던 영화들을 찍은 '너무 아는 게 많은' 영화감독이 아니라 예리한 감식안의 영화마니아의 모습을 그 책에서는 읽을 수 있었다(정성일의 평문들보다 기억에 남지는 않았지만). 개정증보판이라고 하니까 이후에 더 쓴 내용들이 얼마나 포함된 건지 모르겠다.

<내 인생의 영화>(씨네21, 2005)에 실린 꼭지글 등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이지만, 박찬욱은 필력으로도 영화인들 가운데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만한 위인이다(<씨네21>에 칼럼을 연재했던 김지운 감독도 책을 낼 만한 위인이고). 그걸 나에게 각인시켜준 게 언젠가 한 신문에(경향신문이었던 것 같은데) 실렸던 그의 칼럼이었다. 이후에 나는 그의 칼럼/산문들이 한 권의 책으로 묶이길 기대했는데, 그 기대가 생각보다는 빨리 충족되었다. 이 또한 <올드보이>의 힘이 아닌가 싶다. 나는 작년 11월말에 모스크바통신에서 <올드보이>의 러시아 개봉에 맞춰 이루어진 박찬욱 감독의 인터뷰를 옮겨놓은 바 있는데, 혹 생소하신 분들이 있을까 해서 여기에 발췌해놓는다(<아피샤>는 러시아의 공연전문 잡지이다). 나의 군더기말들은 빼고.  

 

 

  

 

아피샤: 서구에서는 요즘 많은 사람들이 당신을 천재라고 생각한다. 한국에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박찬욱: 나로선 자신에 대해 쉽게 그런 말을 할 수가 없다. 비록 내가 칸느에서 돌아왔을 때 나에 대한 주변의 태도가 달라지긴 했지만 말이다. 팬사인회에 초청됐고, 대통령은 나에게 공로 메달(훈장)을 수여했다. 솔직히 말해서, 전작(<복수는 나의 것>)을 찍었을 때는 나를 죽이려고들 했으니까, 사정이 좋아진 것만은 분명하다.

아피샤: 누가 죽이려고 했는가?

박찬욱: 관객들이다. 물론 말로, 비유적으로 그랬을 뿐이지만, 어쨌든 유쾌하진 않았다. 

아피샤: 원작만화인 <올드보이>는 원래는 다른 감독이 찍으려고 한 걸 당신이 그 프로젝트를 가로챘다고 하는데 사실인가?

박찬욱: 처음 듣는 얘기다. 나는 만화에 별로 관심이 없다. <올드보이>는 제작자가 나에게 읽어보라고 권해준 것이다. 내가 이 영화를 찍도록 한 건 순전히 그의 아이디어이다.


아피샤: <올드보이>가 우연히 칸느의 경쟁부문에 올랐다는 게 사실인가?

박찬욱: 그렇다. 영화사에서는 일반적인 제작 절차에 따라 영화를 (칸느에) 보냈을 뿐이다. 경쟁부분에 오른 건 정말로 예기치 않은 일이었고 기쁜 일이었다. 알다시피, 나의 전작들은 (경쟁부문은커녕) 칸느의 비경쟁부문에도 오른 적이 없다.

아피샤: <올드보이>의 두 주인공은 거의 동갑내기이다. 하지만 복수자를 연기한 유지태는 희생자를 연기한 최민식보다 두 배 정도 어리다. 왜 그런가?

박찬욱: 그건 아주 특별하다. 눈에 띌 정도이기 때문에 너무 거친 설정인지도 모른다. 복수자의 경우 40은 확실히 넘었을 텐데, 실제로는 훨씬 젊어 보인다. 나는 어떤 사람이 자신의 일생을 한 가지 목적에만 걸 경우 그렇게 된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그는 본질적으로 삶을 사는 게 아니므로 늙지 않는다. 복수자는 극단적으로 말해서 인간이 아니며, 그 자신이 자신을 그렇게 간주한다. 우리는 한 장면을 찍었었는데(최종 버전에서는 빠졌다), 거기서 복수자는 오대수와의 마지막 대화장면을 반복해서 연습한다. 제스처와 억양을 수정하고, 대화에서의 이런저런 화제 전환시에 어떻게 말해야 할지를 미리 준비한다. 이 장면을 이후에 잘라냈는데, 관객들이 마지막의 결정적인 대화장면에 대해서 미리 예측하는 걸 원치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유감스럽기까지 한데, 왜냐하면 그 장면이 많은 걸 설명해주기 때문이다. 알다시피, 보통의 사람은 특히 극한적인 상황에서 유창하게 말하지 못한다. 우물우물거리거나 더듬거리고 같은 말을 10번은 반복하게 될 것이다. 상대방이 모르는 걸 알고 있을 때에라도 마치 시간을 지배하듯이 모든 가능성에 대해서 미리 준비해야 한다. 한 스웨덴 작가가(이름은 잊어먹었는데) 학교에 관한 단편을 쓴 게 있는데, 거기서 교사들은 학생들의 생활을 초 단위까지 정확하게 통제한다. 그런 식으로 그들은 신이 된다. 복수자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그는 마치 감독처럼 자신의 희생자의 모든 행동 하나하나를 사전에 알고 있다. 그래서 오대수가 복수자의 계획을 거스르고자 할 때 그는 신에게 반항하는 인간에 견줄 수 있다. 말하자면 그렇다는 얘기다.

 

아피샤: <올드보이>는 원칙적으로 행복하게 마무리될 수 없는 영화이다. 그런데도 왜 해피엔드로 끝냈는가?


박찬욱: 그게 해피엔드라고 할 수 있는가.


아피샤: 하지만 주인공이 행복한 표정으로 웃지 않는가?

 

 

 

 

  

 

 

  

박찬욱: 그는 웃는다고 볼 수 없다.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의 마지막 장면에서 라프샤(*이 단어는 대문자로 돼 있는데 뭔지 모르겠다. 등장인물인가? 영화를 몇 번 봤었는데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가 웃는 모습이 기억나는가? 그건 망각의 기쁨이다. 그에겐 아무런 좋은 일이 없다. 나는 관객에게 위안을 준다거나 영화의 끝에 가서 낙천주의를 주입시키고자 하지 않았다. 거기에 대해서 물어본 거라면.


아피샤: 당신이 영화를 찍을 때 모든 일을 아내와 상의한다는 게 사실인가?


박찬욱: 그렇다. 모든 단계에서 나는 아내의 의견을 반드시 묻는다. 아내는 매우 분별력이 있고 사려 깊은 사람이고, 영화와는 아무런 관련도 갖고 있지 않다. 주부로서 그녀가 아는 건 생활이다. 때문에 그녀의 충고는 나에게 아주 소중하다. 감독의 일이란 건 신의 일과 닮은 데가 있어서, 일에 몰입하다 보면 정말로 자신을 신이라고 자만할 위험이 있다. 감독들은 종종 유머감각을 잃고 아주 바보스런 처지에 놓이기도 한다. 아내는 내가 이런 걸 피하도록 도와준다.

아피샤: 아이들이 몇 살 정도가 되면 <올드보이>를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박찬욱: 당신의 아이는 몇 살인가? 나의 딸아이는 지금 10살이다. 아이가 15살이 되면, 반드시 보여주겠다.

 

아피샤: 서구의 비평가들은 당신의 영화에서의 물리적 폭력이 강한 인간적 감정의 비유(=은유)라고들 쓴다.


박찬욱: 그건 헛소리다. 영화가 마음에 들면, 비평가들은 문화론적인 설명을 시도하려고 애쓴다. 만약에 그게 잔혹한 영화라면 그들은 아무리 환영적이고 부서지기 쉬운 것일지라도 자기 사회의 도덕적 표준과 일치하는 어떤 걸 가져와서 그걸 희석시키려고 애쓴다. 사회는 폭력을 단죄한다. 때문에 그들은 폭력이 비유라고 쓰는 것이다.


아피샤: 당신이 비평가였을 때에는 같은 일을 하지 않았는가?


박찬욱: 아니다. 나는 그런 짓은 하지 않았다. 나는 정직한 비평가가 되려고 노력했다.

 

아피샤: 당신은 <올드보이>의 미국판 리메이크를 찍을 저스틴 린을 만나 보았는지?


박찬욱: 나는 리메이크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그들은 단지 이야기와 제목에 대한 판권을 샀을 뿐이다. 나는 저스틴 린의 영화를 한편도 본 적이 없고 그를 알지도 못한다. 이름은 들어봤지만.

 

아피샤: 미국판의 주연도 최민식이 맡는다는 소문이 있다.


박찬욱: 아닐 것이다. 그보다는 벤 에플렉이나 누군가 미국에서 인기 있는 배우를 고를 것이다.

아피샤: 당신은 정말로 어떤 특정한 상황에서라면 납치가 그렇게 나쁜 행위는 아니라고 생각하는가?


박찬욱: 나에 관한 무슨 인터뷰를 읽어봤는가? 아마도 내 말을 잘못 번역한 것 같다. 종종 내 말이 잘못 옮겨지는 것 같다는 의심이 든다. 내가 분명히 말하고 싶었던 건 이런 거다. 만약에 누군가가 당신을 납치한다면 그게 아주 무용하지만은 않을 거라는 것. 자기인식과 개인의 어떤 예기치 않은 능력의 발견이라는 관점에서 말이다.

 

아피샤: 전작인 <복수는 나의 것>에서 당신은 자본주의 일반과 그 한국적 모델에 대해 혹독하게 비판했었다. 당신은 사회주의자인가?


박찬욱: 나는 자본주의를 비판하지 않는다. 나는 그저 그 특정한 결함들을 들춰낼 뿐이다.


아피샤: 그 말은 당신이 예술의 정치적 기능에 대해서 믿는다는 것인가?


박찬욱: 물론이다. 예술은 세상을 더 좋게 만들어야만 한다. 하지만, 나는 오늘날의 한국에 대해서 성급하게 폭로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우리에겐 비교의 대상이 있기 때문이다. 당신도 알겠지만, 1992년까지 우리에겐 독재정권이 있었다. 그리고 그 이후 최초로 선출된 민간 대통령에 의해서 우리 나라는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솔직히, 그때서야 나를 포함한 새로운 세대의 한국 감독들은 자신을 드러낼 기회를 갖게 됐다.

 

아피샤: 타란티노는 한해 내내 <올드보이>의 광고만 하고 다녔다. 어딜 가든, 어디에서건 이 영화가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영화라고 열변을 토했다. 물론 당신이 그의 찬사에 대해서 응답할 의무는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질문을 한다면, 당신은 <킬빌>을 보았는지? 두 사람의 영화가 아이디어상으로 서로 가깝다고 느끼지는 않는지?


박찬욱: 나는 1부만 보았다. 매우 아름다운 영화이다. 하지만, <올드보이>와는 아무런 공통점이 없다.


아피샤: 어떻게 아직까지 <킬빌2>를 볼 수 없었는지?


박찬욱: 나는 대체로 영화들을 많이 보지 못한다. 일이 너무 많다.

 

아피샤: 그럴 만하다. 이런 질문을 던지고 싶다. 당신 생각엔 어째서 당신을 포함해 타란티노와 라스 폰 트리에 등 몇몇 거장들이 거의 동시에 복수에 관한 이런저런 영화들을 찍었다고 보는가?

박찬욱: 복수란 건 촉매이다. 그 속에서 인간이 멋지게 드러난다. 거기에는 언제나 한 인간을 파괴한 어떤 객관적인 원인, 사건이 선행한다. 그런 상황에서 인간은 가장 솔직하고 가장 강렬한 감정을 드러낸다. 문명사회는 악에 대한 응징의 수단으로서 개인의 복수를 부정한다. 하지만, 복수에의 열망이 그 때문에 없어지는 건 아니다.


아피샤: 복수에 관한 당신의 3부작 중 마지막 편은 언제 나오는가?

 

박찬욱: 지금 막 찍기 시작했다. 생각에는 2월말이나 3월초까지는 끝내려고 한다. 이번 영화는 한 여자의 복수에 관한 것으로, <복수는 나의 것> <올드보이>의 모티브와 플롯을 합금한 것이다. 간략히 설명하자면, 한 여자가 15년간 감옥살이를 한다. 그리고 풀려나서는 그녀가 겪은 일에 책임이 있다고 간주한 남자들에게 복수를 한다.

 


 

 

 

 

  

   

아피샤: 3부작을 끝낸 뒤의 작업에 대해서는 이미 정해두었는가?

 

박찬욱: 뱀파이어에 관한 영화이다. 제목은 <살아있는 악>이 될 것이다.

 

아피샤: 자신의 영화의 주제(혹은 플롯)에 대해서 아주 빨리 고안해낸다는 것이 사실인가?


박찬욱: 그건 비교의 문제이다. 가령 김기덕은 (나보다) 훨씬 더 빨리 작업한다. 그와 비교한다면, 나는 스탠리 큐브릭이다.

 

아피샤: 당신은 큐브릭을 좋아하는가? 당신이 좋아하는 감독들은 누구인가?


 

 

 

 

 

 

   

박찬욱: 한국 감독 중에 김기영이라고 있었다. 백과사전에는 그가 한국 쓰레기 영화의 왕이라고 씌어 있다. 하지만, 실제로 그는 아주 대담하고 훌륭한 영화들을 찍었다. 그는 용기있고 타협하지 않는 예술가였다. 영화를 찍을 기회를 잃게 되었을 때, 그가 살던 집에는 화재가 일어나고 그는 불길에 타 죽었다. 비극적인 운명이었다. 그래서, 솔직히 말하자면, 그를 닮고 싶지는 않다.

 


 

 

 

 

 

 

 

아피샤: 그럼 당신이 닮고 싶은 사람은 누구인가?

 

박찬욱: 가능하다면, 마르 베르이만을 닮고 싶다...

 

 

네번째 책은 박찬욱 감독도 좋아하는 작가 도스토예프스키의 문학세계를 해설하고 있는 홍대화의 <도스또예프스끼>(살림)이다. 박찬욱은 도스토예프스키 소설의 유머에 대해서 언급한 적이 있는데, 그 유머는 내가 관심을 갖고 있는 주제이면서 그의 문학적 교양을 인정해줄 수 있는 근거가 되기도 한다. 실제로 <복수는 나의 것>에 나오는 아나키스트들의 집단 살인 장면은 <악령>에서 모티브를 얻은 것이라고 감독은 고백한 바 있다(말이 나온 김에 장석원의 첫시집 <아나키스트>도 신간이다). 참고로, 발레리 카프리스키가 주연한 안제이 줄랍스키의 영화 <퍼블릭 우먼>(1984) 또한 원작은 따로 있지만 도스토예프스키의 <악령>을 주된 모티브로 하고 있는 영화이다. 줄랍스키는 그 이듬해에 소피 마르소를 주연으로 하여 <격정>(<성난 사랑>으로도 출시돼 있다)을 찍었는데, 역시나 도스토예프스키의 <백치>를 모티브로 하고 있다.

 

 

 

 

 

 

 

 

 

고전으로 치자면, 세르반테스의 <돈끼호떼>(창비사)가 민용태 교수의 새로운 번역으로 출간됐고, 작년에 서거 100주년을 맞았던 안톤 체홉의 <4대 장막전>이 실제로 작품을 국내 무대에 올렸던 연출가 전훈 교수의 번역으로 출간됐다(이 번역의 의의는 레제드라마가 아닌 공연텍스트로서 '체홉'을 읽어볼 수 있다는 점이겠다). 그리고 20세기 영국문학의 대표 작가 중 한 사람인 E. M. 포스터 선집으로 나온 두 권 <전망 좋은 방>(열린책들)과 <모리스>. 제임스 아이보리의 영화들과 함께 컬렉션을 만들면 되겠다.

 

 

  

 

그리고 마지막 책은 오랜만에 출간된 모리스 블랑쇼(1907-2003)의 책 <밝힐 수 없는 공동체, 마주한 공동체>(문학과지성사). 소개에 따르면 "이 책은 조르부 바타유에 대한 해석을 거쳐 동일성 지배 바깥의 공동체, 즉 조직, 기관, 이데올로기 바깥의 '공동체 없는 공동체'에 대한 사유를 명확히 제시한 장-뤽 낭시의 논문 '무위(無爲)의 공동체'에 대한 응답으로 씌어진 모르스 블랑쇼의 '밝힐 수 없는 공동체'와 그에 대한 낭시의 재응답인 '마주한 공동체'를 함께 싣고 있다. 중심의 부재 또는 빈 중심으로 현시되는 역설적이고 '밝힐 수 없는 공동체', 내재주의와 전체주의를 넘어서 있으며 전체의 고정된 계획을 갖고 있지 않는 공동체에 대한 가능성을 프랑스 철학계의 두 거목이 함께 모색하는 이 책은 20세기 이후 '공동체'와 '우리'의 관계에 대한 가장 급진적이며 멀리 나아간 논의를 담고 있다."

 

최근에 국내에서 '민주주의'에 대한 관심이 다시 고조되고 있지만, 정치제도와 공동체라는 화두는 내년에 새삼/새롭게 숙고되어야 할 중요한 테마이다. 블랑쇼/낭시의 책은 우리의 사고를 점화시켜주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현대 프랑스의 대표적인 작가이자 비평가 중의 한 사람이 블랑쇼에 대해서는 김현의 <프랑스 비평사>(현대편)가 유용한 길잡이이다. 그리고 그의 절친한 친구였던 레비나스가 쓴 <모리스 블랑쇼에 대하여>(동문선, 2003)이 소개돼 있다(사진은 두 사람, 블랑쇼와 레비나스이다). 그의 비평서로는 <문학의 공간>(책세상, 1990/1998)과 <미래의 책>(세계사, 1993)이 번역/소개돼 있다. 소설로는 <죽음의 선고>, <알 수 없는 사람 또마> 등이 금성출판사의 세계문학전집에 수록돼 있었다. 한편, 2003년 블랑쇼의 죽음 이후에 한 대학원신문에서는 블랑쇼 특집을 꾸미기도 했었는데, 그때 이번에 출간된 책의 역자가 쓴 글을 잠시 옮겨본다.

 

-자크 데리다는 레비나스의 장례식에서도 그랬듯이 이번 블랑쇼의 장례식(그의 사망 나흘 후인 2003년 2월 24일)에서도 장문의 추도문을 낭독하였다. “어떻게 바로 여기서, 이 순간에, 이 이름, 모리스 블랑쇼를 말하면서 떨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로 시작하는 추도문은 블랑쇼를 읽었던 많은 독자들이 그의 죽음 앞에서 느꼈을 감정을 잘 보여주고 있다. 블랑쇼는 단순히 한― 아마도 위대하다고 불러야 할 ― 철학자도, 작가도, 문학비평가도 아니었다. 더욱이 그는 어떤 문예, 사상의 사조와 흐름을 주도하는 이론가도 아니었다. 그는 하나의 목소리였다. 벌거벗은, 초라한, 무력한, 사라져 가는 그러나 그래서 찬란한 우리 자신의 모습에로 우리를 부르는 목소리…. 그 목소리는 언제나 어떤 과거보다 더 먼 과거로부터 들려왔지만 또한 어린아이의 속삭임이기도 했고, 또한 절규이기도 했다. 같은 헐벗은 어린아이들, 즉 삶과 사회체제의 잔인함에 고통 받는 타자들의 숨결을 듣도록 우리를 부르는 소리 없는 절규….

-블랑쇼는 살아 있을 때, 은둔 때문에 오히려 ‘알려진’ 작가였다. 각종 매체(신문, 방송, 인터넷)에서 쏟아져 나오는 정보의 홍수를 문학이 비켜 나갈 수 없게 된 시대에, 각종 매체에 의존해 얻을 수 있는 선전효과를 무시할 수 없는 시대에, 블랑쇼의 은둔은 오히려 눈에 띌 수밖에 없었다. 아마 그의 은둔은 그의 사상을, 그의 글쓰기, 그의 작품을 신비화시켰으리라. 그러나 나는 그 신비화 가운데 그의 작품이 오해될 것이라고, 그리고― 다음의 말을 어떠한 감정의 과장도 없이 쓴다 ― 그 신비화에 블랑쇼가 저항했었을 것이라고 믿는다. 블랑쇼는 작품을 통해 자기 자신에 대해 말하고자 하지, 1인칭 ‘나’를 보여주고자 하지 않았다. 그는 거리 아무데나 흩어져 있는 이름 없는 자들, 하지만 ‘헐벗은 어린아이들’로서의 ‘그’들로 하여금 말하게 했을 뿐이었다. '그’들, ‘나’라고 말할 수 없는 자들, 어떠한 1인칭의 권력도 소유하지 못한 자들, 다만 헐벗음으로만 그 권력을 거부하고, 그 권력에 저항할 수 있었던 자들. 필요하다면 결국 자신의 사라짐·지워짐을 긍정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던 침묵의 제 3자들, 3인칭의 인간들, 다시 말해 ‘우리’와 다르지 않은 타자들. 

-블랑쇼가 거부하고자 했던 1인칭의 권력(그 권력을 그가 의도 가운데 원했을지 모른다고 말할 수 있지만, 중요한 것은 그가 은둔을 통해, 나타나지 않음으로 그 권력을 행사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을 그에게 돌려주어서는 안 된다. 신비화된 1인칭 블랑쇼로부터 그의 작품을 읽어서는 안 된다. 문제는 다만, 단순히, 그의 작품에서 3인칭의 인간들, 타자들의 목소리를 듣는 데에, 작품으로부터 그를 이해하는 데에, 작품으로부터 한 개인 블랑쇼의 은둔·지워짐이란 3인칭이 말하기를 원했던 그에게는 바로 글쓰기의 실천이라는 것을 이해하는 데에 있다. 그는 살아있을 때, 단어들, 문장들 사이로 사라지기를 원했고, 이제, 그의 죽음 이후로, 그 사라짐을 영원한 것으로 만들어야 할 과제는 그의 독자들의 몫으로 남는다. 

-블랑쇼는 “‘내’가 죽는 것이 아니라”, 우리들 중 아무나, “‘그 누군가’가 죽는다”라고 여러 차례 말했다. 그 말은, 정확히 하이데거에 반대해, 죽음으로의 접근의 경험이 ’나‘의 본래성을 회복하게 해주지 않는다는 사실, 오히려 ’나‘를 이름 없는 자의 비본래성으로 되돌아가게 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죽음으로의 접근, 즉 ‘나’아닌 타자가 되기, 비인칭적 실존에 기입되기, ‘내’가 통제할 수 없는―의미로, ‘나’의 존재의 ‘의미’로 포착할 수 없는― 익명의 실존으로 되돌아가기. 그렇게 귀결되는 블랑쇼의 죽음에 대한 사유와 그 자신의 죽음 사이에 어떤 연결끈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인가? 블랑쇼가 마지막으로 써서 출간한 작품에 붙인 제목은 <나의 죽음의 순간>(1994)이었다. 거기서 그는 나치의 총구와 마주한 그(또는 나)의 죽음의 순간에 대해 이렇게 말하고 있다. “나는 그를 대신해 이 가벼움의 감정을 분석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아마 갑작스럽게 다가온, 물리칠 수 없는 감정이었을 것이다. 죽는―죽을 수 없는. 아마도 황홀경. 차라리 고통 받는 인간성에 대한 연민의 감정, 죽을 수 없는 것도 아니고 영원히 사는 것도 아니라는 것에서 오는 행복감. 그때부터 그는, 은밀한 우정으로, 죽음과 맺어졌다.” ‘나’의 죽음, 심각한 것이 아님, 정확히 말해 심각할 수 없음―수동성으로서의 죽음의 체험―, ‘가벼움’ 또는 아니면 ‘행복감’. 우리들 중 누구도 블랑쇼의 죽음의 순간을 목격하지 못했다. 그의 옆집에 살던 한 대학생이, 그가 죽은 지 얼마 후, 언론·방송에 그의 죽음을 알렸고, 그에 따라 그의 사망소식이 전해졌을 뿐이다. 

-위대한 한 작가의 죽음인가? 그의 죽음은 의미심장한 것인가? 아마, 다만, 단순히, 우리들 중 아무가 죽어갔을 뿐이다. 그러나, 분명, 우리 안에 있는 ‘내’가 죽어나간 것이고, 한때는 ‘나’(지금 쓰고 있는 필자, 내가 아니라 그의 독자 중 아무나 될 수 있는 ‘나’)를 스쳐갔던 시간이 이제 결코 돌이킬 수 없이 사라져버린, 아니 죽어버린 것이다. 결국 블랑쇼의 죽음이 전해주는 감정은 ‘나’의 어떤 부분이 도려내어질 때 다가오는 통렬함이다. 그러나 그 통렬함을 느끼는 이유는 그가 ‘내’가 잘 아는, ‘나’와 가까운 자였기 때문이 아닐 것이다. 아마도 그가 결코 자신에 대해 말하지 않으면서, 나아가 무엇도 ‘가르치지 않으면서’, 글쓰기를 통해 전달되는 우정으로, ‘나’로 하여금 ‘우리’를 만날 수 있게 해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재난의 글쓰기’ 또는 ‘우정의 글쓰기’, 그 글쓰기를 그의 죽음과 별개로 여길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멀리서나마 다시 고인의 명복을 빈다.    

 

그렇게 죽음에 대해 가장 깊이 몰입했던 한 비평가의 죽음은 또한 그의 새로운 삶이기도 하다. 텍스트로서의 삶. 우리에게 그 삶이 주어졌고, 우리에겐 지금 그걸 읽을 '자유'가 있다...

 

05. 12. 06. 

 

P.S. 개인적으로 바타이유와 블랑쇼 읽기는 내년의 과제 중 하나이다. 그의 책들이 '고아원'에 보내지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내년엔 아마 벤야민이나 들뢰즈만큼 이들의 이름을 자주 들먹이게 될 것이다. 책이란 게 도대체가 읽어치워야지만 버릴 수라도 있는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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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물만두 > 문예춘추 선정 일본 미스테리 100선

001 옥문도 1947 요코미조 세이시 

002 허무에의 공물 나카이 히데오

003 점과 선 1957 ; 마츠모토 세이초

004 불연속 살인사건 1947 ; 사카구치 안고

005 흑사관 살인사건 1934 ; 오구리 무시타로

006 도구라 마구라(환마술) 1935 ; 유메노 규사쿠

007 혼징 살인사건 1945 ; 요코미조 세이시

008 검은 트렁크 1956 ; 아유가와 데츠야

009 회귀천 정사 1980 ; 렌죠 미키히코

010 문신 살인사건 1948 ; 다카키 아키미츠 

011 산고양이의 여름 1984 ; 후나토 요이치

012 대유괴 1997; 텐도 신 

013 이전동화 1923 ; 에도가와  "음울한 짐승"에 수록

014 음수 1928; 에도가와 람포  "음울한 짐승"

015 제로의 초점 1959 ; 마츠모토 세이초 "점과 선"에 수록

016 11매의 트럼프 1976 ; 아와사카 츠마오

017 아 아이이치로(악애일랑)의 낭패 1978 ; 아와사 카츠마오 

018 기아해협 1962 ; 미나카미 츠도무

019 고메스의 이름은 고메스 1962 ; 유키 쇼지 

020 위험한 동화 1961 ; 츠치야 다카오

021 점성술 살인사건 1981 ; 시마다 소지 

022 흩어진 기계 장치 1978 ; 아와사카 츠마오

023 사건 1977 ; 오오카 쇼헤이

024 우리 1983 ; 기타가타 겐조

025 심리시험 1925 ; 에도가와 람포  "음울한 짐승"에 수록.

026 상자 속의 실낙 1978 ; 다케모토 겐지

027 굶주린 늑대 1981 ; 시미즈 다츠오

028 백주의 사각 1959 ; 다카키 아키미츠

029 황토의 분류 1965 ; 이쿠지마 지로

030 도망의 거리 1982 ; 기타가타 겐조

031 야수는 죽어야 한다 1958 ; 오야부 하루히코 

032 인형은 왜 죽는가? 1955 ; 다카키 아키미츠 

033 나메쿠지 쵸야 체포 소동 1968 ; 츠츠키 미치오.

034 끝없는 추적 1967 ; 이쿠지마 지로

035 고양이는 알고 있다 1957 ; 니키 에츠코

036 섬머 아포칼립스 1981 ; 가사이 기요시

037 고도의 마인 1929 ; 에도가와 람포 "외딴 섬 악마"

038 검은 백조 1959 ; 아유가와 데츠야

039 타오르는 파도 1982 ; 모리 에이

040 변호인측의 증인 1963 ; 고이즈미 기미코

041 그림자의 고발 1963 ; 츠치야 다카오

042 악마의 공돌이 노래 1957 - 요코미조 세이시

043 기울어진 집의 범죄 1982 ; 시마다 소지 

044 여덟 개의 묘가 있는 마을 1949 ; 요코미조 세이시

045 신사동맹 1980 ; 고바야시 노부히코

046 징기스칸의 비밀 1958 ; 다카키 아키미츠

047 갈라진 해협 1983 ; 시미즈 다츠오

048 리라 장 사건 1968 ; 아야가와 데츠야

049 오시에와 여행하는 남자 1929 : 에도가와 람포

050 마른 풀의 뿌리 1961 ; 친신

051 밤의 오딧세이아 1981 ; 후나토 요이치

052 고층의 사각 1969 ; 모리무라 세이이치 "고층의 사각지대"

053 모래그릇 1960 ; 마츠모토 세이초

054 바이 바이 엔젤 1979 ; 시미즈 다츠오

055 한시치 체포 기록 1917 ; 오카모토 기도

056 파노라마 섬 기담 1926 ; 에도가와 람포

057 한 개의 납 1959 ; 사노요

058 사루마루 환상 여행 1980 ; 이자와 모토히코

059 고양이 혀에 못을 박아라 1961 ; 츠즈키 미치오

060 초대받지 않은 손님 1980 ; 사사자와 사호

061 직튼 갈색의 파스텔 1982 ; 오카지마 후다리

062 인생의 바보 1936 ; 기키 다카타로

063 배덕의 메스 1960 ; 구로이와 쥬고

064 증발 1972 ; 나츠키 시즈코

065 나폴레옹 광 1979 ; 아도타 다카시 " Y위 거리"에 수록

066 부호 형사 1978 ; 츠츠이 야스다카

067 샤라쿠 살인사건 1983 ; 다카하시 가츠히코

068 잠 없는 밤 1982 ; 기타가타 겐조

069 나비부인 살인사건 1946 ; 요코미조 세이시  "혼징 살인사건"

070 죽음이 있는 풍경 1965 ; 아유가와 데츠야

071 살인귀 1931 ; 하마오 시로

072 불꽃에 그림을 1966 ; 친신

073 검은 화집 1960 ; 마츠모토 세이초

074 아쿠쥬로 체포기록 1939 ; 히사오 쥬란

075 W의 비극 1982 ; 나츠키 시즈코

076 베를린 1888년 1967 ; 가이도 에이오

077 안녕 아프리카의 여왕 1979 ; 모리 에이

078 단쥬로 할복 사건 1959 ; 도이다 야스지

079 거대한 환영 1962 ; 도가와 마사코

080 마리오넷의 함정 1977 ; 아카가와 지로

081 완전범죄 1933 – 오구리 무시타로

082 내일 날시로 해두게 1983 ; 오카지마 후다리

083 삼중노출 1964 - 츠즈키 미치오

084 살아나는 황금늑대 1964 ; 오야부 하루히코

085 어두운 낙조 1965 ; 유키 쇼지

086  인간의 증명 1975 ; 모리무라 세이이치

087 유령 열차 1976 - 아카가와 지로

088 뺑소니 1969 ; 사노 요

089 유괴작전 1962 - 츠즈키 미치오

090 비합법원 1969 ; 후나토 요이치

091 장미여자 1983 : 가사이 기요시

092 스탈린 암살 계획 1978 ; 히야마 요시아키

093 친구여 조용히 잠들라 1983 ; 기타가타 겐조

094 돌밑의 기록 1948 - 오시타 우타루

095 추락 1958 ; 다카가와 교

096 우리들의 시대 1978 ; 구리모토 가오루

097 호크씨의 타향의 모험 1983 ; 가노 이치로

098 기타노유츠루 2/3의 살인 1984 ; 시마다 소지

099 50만 년의 사각 1976 ; 도모노 로

100 살인에의 초대 1973 ; 텐도

뒤에 실려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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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딸기 > 네무코님을 위한 중동/이슬람 책소개

어차피 저는 일 때문에 이쪽 분야의 책을 읽는 것이고, 네무코님이야 일 때문에 공부를 하셔야 하는 입장은 아니니까 그냥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것들, 제가 본 것 중에서 일러드릴께요. 도움이 됐으면 좋겠네요. :)

★ 이슬람에 대한 개설서들

1001개의 거짓말 - 문학동네 세계문학
라픽 샤미 지음, 유혜자 옮김 / 문학동네

이 책은 이슬람에 대한 책은 아닙니다. 그냥 소설입니다.
하지만 중동 쪽에 관심이 전혀 없으시더라도 꼭 한번 읽어보시라고 추천해드리고 싶어요.
'술탄 살라딘을 읽으셨으니, 다음엔 이 책 한번 읽어보세요.
라픽 사미는 시리아 작가인데, 이 소설 증말증말 재미있습니다!


중동의 새로운 이해 - 국가안보정책연구소 기획총서 1
손주영 외 엮음 / 오름

저는 이 책을 읽었지만 이게 좀 옛날 책이예요.
아무튼 이슬람에 대한 개괄서를 한권 읽으시는 편이 좋습니다.
'이슬람'이라는 제목으로 이희수 교수의 책과 손주영 교수의 책이 나와있는데,
둘 다 안 읽어봤습니다만-- 저라면 손교수 책을 읽겠습니다. 
국내에는 저명한 중동학자 버나드 루이스의 책도 몇권 나와 있지만,
사실 루이스의 책은 '재미'는 별로 없습니다. 굳이 공부하실 것이 아니라면 
이 정도로도 충분할 것으로 생각해요.


이슬람문명
정수일 지음 / 창비(창작과비평사)

이 책도 괜찮을 것 같아요. 고졸한 문체에, 글 읽는 맛이 있거든요.
(이렇게 말하는 저도 아직 다 읽지는 못했습니다 ^^;;)
위의 이슬람 책이나 이 책, 둘 중에서 골라서 읽으셔도 무방할 듯.

★ 조금 더 나아가고 싶으시다면


이슬람 1400년
버나드 루이스 엮음, 김호동 옮김 / 까치글방

루이스의 책으로는 '중동의 역사'와 '무엇이 잘못되었나'도 나와 있는데요,
'중동의 역사'나 이 책 중에 한권 골라보시면 될 듯.
둘 중에선 이 책이 더 쉽게 읽힐 것 같아요.


근본주의의 충돌 - 아메리코필리아와 옥시덴털리즘을 넘어
타리크 알리 지음, 정철수 옮김 / 미토

'술탄 살라딘'의 그 작가, 타리크 알리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책입니다.

베이루트에서 예루살렘까지
토머스 L. 프리드만 지음, 장병옥.이윤섭 옮김 / 창해

아무래도 이쪽 책을 읽다보면 (맘에 안 드는 부분도 있긴 하지만)
프리드먼을 피해갈 수는 없습니다. 이 책은 쓰여진 시기가 좀 오래되긴 했고,
이후 프리드먼의 관점도 달라지긴 했지만, 그래도 이 책을 읽고나면
중동 뉴스가 좀 달리 보일 거예요 ^^
프리드먼의 또다른 책 '경도와 태도'를 읽으셔도 좋고요.


★ 더 세분화된 주제들을 다룬 책으로는


추악한 전쟁 - 아프가니스탄, 미국 그리고 국제 테러리즘
존 K. 쿨리 지음, 소병일 옮김 / 이지북

9.11과 빈라덴, 아프간, 그리고 이른바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에 대해
이 책만큼 잘 서술한 책은 못 봤습니다.
문제는... 번역이 개판 x 50000000000000000000000 이어서요... ㅠ.ㅠ


예루살렘
토마스 이디노풀로스 지음, 이동진 옮김 / 그린비

네무코님께서 관심을 갖고 계신, 예루살렘에 대한 책입니다.
작가가 그리스정교 쪽 사람인지라 아무래도 편견이 없진 않습니다만
그래도 재미있게 읽으실 수 있을 거예요.


팔레스타인
조 사코 지음, 함규진 옮김 / 글논그림밭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지역 르포를 만화로 담은 건데요,
이걸로 그 동네 사정을 알기는 사실 힘듭니다만. 우선은 이걸 보시면
'선입견' 같은 것은 많이 없어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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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thirsty > 영어사전에 대하여

내가 가지지 못한 좋은 영어사전을 남들이 가진 걸 보고 “사촌이 논 샀을 때처럼 배 아파 해” 본 적이 있는가? 두꺼운 영어사전을 처음 들칠 때 풍겨 나오는 약간은 이상한 냄새를 오히려 매혹적인 향기로 착각해 본 적은 없는지?

요즘에야 세태가 변하여 사전은 내가 찾는 것이 아니라 남이 찾아주는 것 또는 사전은 날렵한 전자기기나 PC 기능의 하나쯤으로 보는 생각이 오히려 상식이 된 만큼, 지금 책으로 된 영어사전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 평생 “논을 산 사촌”이라고는 가져보지 못한 필자가 이런 옛말 쓰는 것 만큼이나 고리타분할 이야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나, 아래 글은 그냥 필자가 평소 애용하는 종이사전에 대한 소회(素懷)이자 찬가(讚歌)이니, 행여라도 만가(晩歌)라는 생각은 하지 마시길.

전자사전의 장점은 우선 간편해서 휴대하기에 편리하다는 점이겠다. 주머니에도 쏙 들어가는 크기에, 발음 기능도 있고, 5 ~ 6종의 사전을 한꺼번에 수록한 요즘의 전자사전을, 아무렴 옛날 도시락이니 책으로 무거운 가방 속에 그래도 악착같이 넣어 다녔던, 그래서 1년만 지나면 너덜너덜해지고 김치국물 냄새가 풍기고 했던 종이사전과 비교할 수가 있겠는가? 정말 좋은 세상이라고 말 할 수 밖에. 더불어 전자기기라는 장점을 이용, 막강한 검색기능까지 가졌으니, 참으로 편리하다 하겠다.

그러나, 필자가 보기에는 아무리 세상이 전자적으로 편리해져도 종이로 된 사전의 유용성은 없어지지 않을 것 같다. 똑 같은 글이라도 종이로 된 책에서 보는 것과 디스플레이를 통해서 보는 것의 눈과 정신의 피로도 차이가 심하다는 것은 누구나 느낄 수 있으리라. 종일 휴대전화, 전자사전에다 MP3 Player까지, 젊은 사람들의 귀와 눈 상태는 과연 얼마나 나빠지고 있는 것일까(아니면 정보시대에 걸맞게 귀와 눈이 튼튼해지는 진화를 하고 있는 건지?) 또 한 화면에 보여줄 수 있는 정보량을 보아도, 현재의 디스플레이 기술로서는 전자기기보다 책쪽이 훨씬 우위에 있을 것이다. (그런데, 학교나 도서관, 독서실, 학원 등에 전자사전이 아닌 이 많은 종이사전을 어떻게 들고 다니느냐 비웃을 분은 이 글의 마무리 부분으로 바로 가시기 바란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필자가 특히 좋아하는 무한 roaming 또는 browsing이 종이로 된 책이 아니라 전자기기에서 가능할 것으로는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무한한 정보의 바다를 슬슬 헤엄치며 정보를 낚아 올리는 것이 아니라 날렵한 서핑 보드로 쌩쌩 지나가서는, 글쎄 과연 무엇을 낚아 올릴 수 있을지? 한 단어를 찾으러 사전을 펼쳤다가 숙어에다가, 관련된 다른 단어를 찾아보고, 또 그 단어와 관련된 단어를 찾아보고, 꼬리에 꼬리를 물고, 또, 또, …날 저무는 줄 모르고 들판을 헤매며, 네 잎 클로버를 찾던 어릴 적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이런 즐거움을 주는 한 종이사전 나아가서 종이책은 결코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종이사전에 대한 찬사는 이 정도로 거두고, 필자가 쓰는 사전을 소개해 보도록 하겠다. 국내에서 팔리는 것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는데, 어디서 샀는지 기억이 안 나서 구분해서 적지 못했으니, 국내에서 사고싶은 분은 인터넷 서점에서 검색해 보시길(그래도 기억이 나는 책은 국내 가격을 표시하였는데 인터넷 서점의 할인가격을 기준으로 적었다.) 가격은 참고용으로 책에 나와 있는 정가(미국에서 나온 책은 보통 책에 정가가 표시되어 있으나, 영국 책은 책값이 표시되어 있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 아마 출판사 정가제가 아니라 유통망을 통해 가격이 결정되는 것을 합리적인 것으로 보고 있는 듯 하다)를 표시하였으나, 외국의 인터넷 서점에서는 보통 20% ~ 30% 할인이 가능하며, 1~2권 살 때는 국내 서점이 싸지만, 여러 권 살 때는 postage & handling(배송비용) 포함해도 외국의 인터넷 서점이 싸질 경우가 많으므로, 환율까지 계산해 보시고 유리한 쪽에서 사시면 된다. 필자는 편의상 몇 년 전부터 Amazon(www.amazon.com)만 이용하고 있는데 대략 주문 후 2주일 가량 걸리며, 한 번도 배달에 문제가 있었던 적은 없다(그 이전에는 www.bestbookbuys.com이란 사이트에서 가격을 일일이 대조해 보고 산 적도 있지만 보통 여러 권 몰아서 사다 보니 귀찮아서 그만 두었다.) 

1. 정통 영어사전류

(1) Shorter Oxford English Dictionary 5판, 전2권, 2002,12, Oxford University Press, Hardcover, 3,750 페이지, 220x285mm, 가격 U$ 150.

무려 50년이라는 세월을 자기 집 뒤뜰에 마련된 작업실에서 사전 편찬에만 보낸 사람이 있었다면 믿어지는가? 그래서 나온 산물(産物)이 사전의 기념비이자 지금도 최고 최대의 사전으로 꼽히는 Oxford English Dictionary(OED)라면? 제임스 머리(James Murray:1837-1925)가 바로 그런 사람이었다. 나중에 편집인이 추가되기는 했어도 이 사전은 Murray 없이는 생각할 수 없다. 그의 사후인 1928년 12권이 출판됨으로써 초판이 완간된 이 사전은, 1989년에 3판이 나왔는데 무려 20권으로 분량이 늘어났으며 464,000 단어가 수록되어 있다. 책 가격이 1,500불, 온라인 사전 개인 1년 이용료(http://www.oed.com/about/)가 300불, 말썽 많은 CD-ROM 버전이 역시 300불인 이 사전은 사실 전문적인 영어학자나, 중세 영문학 연구가들이 아니라면 보기조차 힘들다(그런데 관심 있는 분들께 말씀 드리자면, 이 사전은 Amazon의 정가보다 훨씬 싸게 파는 전문 가게들이 있으며, 이런 사이트들은 Amazon에서 이 사전을 검색해 보면 링크가 걸려 있어서 쉽게 접속할 수 있다.)

오죽하면 같은 출판사에서 22불, 200페이지 짜리 guide book이 다 나와 있겠는가? 사전에 가이드 북이라… 어원(語源: etymology) 설명이 가장 큰 장점이라 하지만, 어떤 일반인들이 한 영어 단어의 출현이 12세기라는 사실, 그 이후 수 세기 동안 몇 년도에 어떤 작가에 의해 어떤 뜻으로 사용되었다는 세세한 사실로 가득 차서 한 단어의 설명이 한 페이지를 넘어가는, 그래서 지금 과연 어떤 뜻으로 주로 쓰이는지 헷갈리게 하는 그런 사전을 필요로 하겠는가?

그래서 도서관 비치용이라고 할 OED의 대안이 필자가 가진 이 축약판 옥스포드 영어사전(SOED)이다. 2권짜리 이 사전은 OED와 같은 50만 가까운 어휘와 OED 설명의 1/3 정도를 커버한다고 되어 있으며, 1700년부터 현재에 이르는 영어, Shakespeare와 Milton, the King James Version of the Bible까지 포함하고 있어, 어지간한 영문학자를 포함해서 일반인들은 이 사전으로 충분할 것이다. 현재 5판이 나와 있으며, 초판은 우리에게 “5형식”으로 익숙한 원래 OED 편집자 C. T. Onions가 편집을 맡았었다.

예를 들어 과학잡지를 읽다가 ‘miogeoclinal’이란 단어를 만났다고 하자. 대다수의 사전에서는 찾을 수가 없을 것이지만 이 사전을 찾아보면(제1권 1787페이지에 나온다), ‘miogeocline’이란 단어가 지질학 용어로 ‘next’와 같은 뜻이며, ‘miogeoclinal’이 그 형용사형이라고 되어 있다. 제대로 된 영어사전 구하는 분께 강력 추천. 역시 OED에 기초한 ‘Compact Oxford English Dictionary(COED)’, ‘New Oxford Dictionary of English’라는 것들도 있으므로 주의 요망.
 
(2) Pocket Oxford English Dictionary 9판, 2002, Oxford University Press, Hardcover, 1,083 페이지, 115x185mm, U$17.95
유명한 영문법 학자 Fowler 형제가 초판을 만든 휴대용 옥스포드 영어사전(POED). 12만 단어를 수록하고 있으나 보통 우리나라의 영한사전 크기에 불과하므로 설명이 간단하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요새 젊은 사람들은 이 정도를 휴대용이라면 아마 코웃음 칠 수도 있겠다.

(3) The American Heritage Dictionary of the English Language, 4 판, 2000. 1, Houghton Mifflin, Hardcover, 2,074 페이지, 220x285mm, U$60.
OED와 쌍벽을 이룬다고 할 대작 사전 Webster를 제외하고, 미국을 대표할 만한 2000페이지급 사전. 사실, 수록 어휘로 사전을 선전하는 것은 어디까지를 수록 어휘로 볼지, 즉 동의어나 파생어, 숙어까지 포함하는 사전도 있고 순수한 entry만 수록 어휘로 보는 사전도 있고 해서 통일된 형식이 없는 만큼 극히 불분명한 일이라서, 또 제한된 지면에 어휘 수를 늘리면 설명이 부실해지기 마련이어서, 큰 사전들 중에는 이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는 것도 있다. 이 사전도 책이나 선전에서 구체적으로 몇 단어가 수록되어 있다는 사실은 기록되어 있지 않다. 예문이 없고, 큰 사전일수록 Countable, Uncountable 같은 외국인에게 필수적인 항목이나 Idiom같은 항목이 나오지 않는다는 점으로 미루어 보아 삼십만 가까운 단어가 올라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백과사전을 지향하는 것인지는 몰라도 4,000개의 도해와 사진, 각종 도표 같은 추가 정보가 풍부하다. 미국에서 시행하는 각종 Standardized Test(예: TOEFL, SAT, GRE, GMAT)를 목표로 하는 사람들에게 유용하며, 이 사전의 usage note(용례 설명)를 기초로 만든 별권의 책이 아래에서 소개하는 The American Heritage Book of English Usage이다.
 
(4) The New Oxford American Dictionary, 2001.9, Oxford University Press, Hardcover, 2,023 페이지, 220x285mm, U$55.
영국 영어사전의 권위인 Oxford 출판사가 미국 영어에까지 손을 뻗친 사전으로 여러 가지 면에서 위의 American Heritage 사전을 목표로 한 것으로 보인다. 수록 어휘 25만 단어이며 말미에 미국 헌법 및 수정 조항 전문을 싣고 있다는 점이 특이하다. 새로운 미국 영어사전의 권위가 과연 될 수 있을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써 본 사람들의 서평은 매우 호의적이다. 여기 25불짜리가 공짜로 포함되었다고 선전하는 CD-ROM은 사용이 불편하여 필자의 경우 설치했다가 지워 버렸다.

(5) Merriam-Webster’s Collegiate Dictionary 제11판, 2003.7, Merriam-Webster, Hardcover, 1,622페이지, 180x250mm, U$26.95
미국의 대학생용 reference 사전으로 활자가 작고 빽빽하다(16만 5천 entry에 대한 25만개의 정의가 1,622페이지에 들어차 있다.) 교육용 사전치고는 수준이 높아, 명사의 가산성(Countable, Uncountable) 같은 기본적인 항목, 동사의 문형에 따른 예문 소개 같은 영어 배우는 사람에게 꼭 필요한 부분은 아예 없다. 어휘가 풍부하고, 미국에서 출판된 대학생용이니 만큼, 단어의 해설, 정의가 SAT, GMAT, GRE 등 미국의 대학(원) 진학을 목표로 공부하는 분에게는 유용하다. 1828년 미국의 노아 웹스터(Noah Webster)에 의해 “American Dictionary of the English Language”가 출판된 이래, 웹스터라는 이름은 참 굴곡이 많았는데, 현재 이 이름은 독점적인 지위조차 잃어버려, 여러 군데서 이 이름을 쓴 사전이 나오고 있지만, 아직은 앞에 Merriam이 붙은 웹스터 사전, 즉 Merriam-Webster가 정통성을 유지하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나오는 웹스터 대사전은 Webster’s Third New International Dictionary, Unabridged(2002.1, Merriam-Webster, 2,783페이지, 45만 단어, U$129)이다. 

(6) Oxford Advanced Learner’s Dictionary(OALD), 6판, 2002, Oxford University Press, 1,539페이지, 155x235mm, U$25.95, 국내 인터넷 서점에서도 판매.
8만 단어를 3천 단어를 사용해서 설명. 지금은 고인이 된 영국의 영어학자 겸 영어선생님 A.S. Hornby(1898 ~ 1978) 가 초판을 만든 학생용(교육용) 영어사전으로 그의 이름을 따서 아직도 혼비 영어사전이라 불리기도 한다. 1942년 그가 영어를 가르치던 일본에서 처음 나온 이 사전은, 외국인들에게 교육용으로 필수적인 명사의 가산성 구분, 동사의 문형(verb pattern), 단어의 어울려 쓰임을 알려주는 연어 정보(collocational information) 같은, 요즘은 우리가 이런 종류 사전에서 당연히 기대하는 그런 항목들을 최초로 포함한 선구적인 사전이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으며, 지금도 동사 문형(verb pattern) 연구에는 필수적인 사전이라고 하겠다.

영어 공부가 조금 익은 분들은 영어를 쓰다 보면 동사의 쓰임, 예를 들어 consider라는 동사의 경우 뒤에 어떤 형태의 보어가 오는가 궁금해질 것이다. 여기에 that절이 오는지 to-inf가 오는지, V~ing가 오는지 간접 목적어와 직접 목적어가 올 수 있는지, 온다면 어떤 형태가 올 수 있는지 등등. 이런 정보는 큰 사전에서는 찾아볼 수 없고 오직 교육용 사전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데, 특히 이 사전과 바로 아래의 Macmillan 사전이 잘 되어 있다. 아쉬운 점은 영국식 영어 위주로 되어 있어 미국식 영어가 더 많이 쓰이는 우리 현실과 안 맞는 점이 있다는 점이며 이는 바로 아래의 것으로 보충하면 될 것이다. 나중에 따로 이야기 할 기회가 있겠지만, 우리가 학교에서 문법 사항을 놓고 논란을 벌이는 상당한 부분이 미국식 영어와 영국식 영어의 차이일 수도 있는 것이다.

(7) Macmillan English Dictionary for Advanced Learners, 2002 초판, Macmillan Education, 1,658 페이지, 155x235mm, Amazon 정가 U$39, 국내 인터넷 서점에서도 팔고 있음.
10만 단어를 2,500단어를 사용하여 설명. 영국의 여러 유명 사전편찬자(lexicographer)들이 모여 만든 최신 사전으로 체제면에서는 위의 OALD를 본으로 삼았으나, 국내에 주로 유통되는 것이 American English판이라서 미국식 영어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특히 유용. 여기 CD에는 미국식 외에도 영국식 영어 발음도 함께 수록되어 있으며,  책은 빨간 색과의 2색 인쇄로 되어 있고, 핵심 어휘 7,500단어가 별도로 표시되어 있다. 그런데 국내에 주로 유통되는 것은 위의 OALD나 아래 둘 포함해서 주로 중국에서 인쇄 제책한 것이라 인쇄나 종이 질이 국내 책보다 못한 점이 아쉬운 점. 그런데 이런 사전을 사면 단어나 찾는 정도로 그치지 말고 앞 뒤의 책에 관한 정보, 중간 별지 섹션 등도 읽어보는 수고를 해야 사전과 이용법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므로, 영어 공부 하는 셈치고 꼭 읽어보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8) Longman Dictionary of Contemporary Dictionary, 2판, 2003. 3, Pearson ESL, 1,949 페이지, 155x235mm, Amazon 정가 U$35.93, 국내 인터넷 서점에서도 팔고 있음.
2,000개의 설명용 어휘(defining vocabulary)로 106,000단어를 해설하고 있으나, 영어 공부가 높아지면 이 설명 어휘가 너무 적은 것이 아쉽게 느껴지는 만큼 초급자에게 적합할 것이다. 3색 인쇄에다 기본 3,000단어는 빨간 색으로 별도 표시되어 있음. 영국 영어학계의 권위 랜돌프 쿼크경(Professor the Lord Quirk – 영어 연구로 남작 작위까지 받은 분이다)이 서문을 썼다는 특색이 있으며, 이 LDOCE는 가능하면 CD-ROM이 포함된 판을 사는 것이 좋은데, 작동시간이 느린 흠은 있지만, 가격이 비싼(정가는 U$ 46.20) 아래의 Longman Language Activator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9) Collins-Cobuild Advanced Learner’s English Dictionary, 3판, 2003.9, HarperCollins Publishers, 155x235mm, 이 교육용 사전(6번~9번)의 국내 가격은 대략 4만원 안팎으로 값이 비슷하다.
2,500 defining vocabulary로 11만 단어 수록. 특이한 단어 해설법으로 ‘환경 속의 어휘(vocabulary in context)’, 즉 실제 사용법을 그대로 사용한 어휘 해설 방법으로 한 때 각광을 받았으나, 진부하다고 싫어하는 사람도 많다. 예를 들어 ‘particular’란 단어를 찾는다고 하자. 이 사전 설명은 ‘a particular thing or person is the one that you are talking about, and not any other’이라 되어 있는 반면, OALD를 보면, ‘(only before noun) used to emphasize that you are referring to one individual person, thing or type of thing and not others’로 되어 있다. 콜린스 코빌드 설명에 의하면 실제 이 단어가 문장에서 어떻게 쓰이는지(a particular thing or person) 보여주었으며 이렇게 하면 어학 학습에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행간에는 물론 명사 앞에 쓰인다는 뜻이 숨어 있다는 것. 하지만 Oxford 식 설명이 더욱 사전적이라고 좋아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모든 단어가 이런 콜린스 코빌드 식으로 설명되어 있다고 생각하면 사실 조금 끔찍한 생각이 든다. 한편 요즘 모든 사전의 CD-ROM에 보안 장치가 포함되어 있어, 복제를 금지한다든지, 일정 기간 안에 한번씩 원본 CD를 넣으라든지 귀찮은 점이 있는데 이 사전은 그렇지가 않은 점이 편리하다.
  
2. 특화된 사전류

(1) The Oxford Dictionary of Quotations, 2001년 수정판, Oxford University Press, Hardcover, 1,136페이지, 170x240mm, GB £ 25.
유명한 명사들의 명구(名句)가 어디에서 나온 것인지 또는 어렴풋이 기억 나는 명구의 중심 단어만으로도 그 명구를 찾아 볼 수 있는 사전. 예를 들어 아래에서 소개될 ‘The Elements of Style’이라는 책을 보다가 미국 독립운동 당시의 사상가 토마스 페인(Thomas Paine)의 “These are the times that try men’s souls(이 시대는 사람의 영혼을 시험해 보는구나) ”라는 글을 보게 되었다고 하자. 이게 어떤 책에서 어떤 맥락으로 쓰였는지 알고 싶을 때 이 사전을 보면, 우선 성씨 순으로 p 항목에서 찾아 볼 수 있어, Thomas Paine의 16번째 항목에서 이 글이 1776년 The Crisis란 글의 서문에서 쓰였음을 알게 된다. 그런데 문장 속에서 times나 souls는 생각나는데 누구더라 할 때는 뒤의 index에서 times나 souls를 찾아보면 ‘times that try men’s souls(PAIN 563:16)’이라고 되어 있어 563페이지 pain(e)의 16번째 항목에 나온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영어로 글을 쓰거나 연설이 필요한 분 또는 심각하게 영어 공부하시는 분께는 많은 도움이 된다. 원래 이런 종류의 책으로는 “Bartlett’s Familiar Quotations”라는 책이 유명하지만 필자는 Amazon 서평을 참고하여 이 책을 구입했다. 2만 개의 인용구가 들어 있다.
   
(2) Merriam-Webster’s Biographical Dictionary, 1995.1, Merriam-Webster, Hardcover, 1,184 페이지, 185x250mm, U$29.95
고유 명사의 발음, 특히 사람 이름의 발음은 영어 발음 공부하는 사람들에게는 제일 어려운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위에서 말한 OED의 편집자(James Murray)같이 유명한 사람도 국내 관련 서적에 보면 대개 ‘제임스 머레이’로 되어 있지만, 이 책을 보면, ‘제임스 머리’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또 아래에 나올 Roget’s Thesaurus로 유명한 영국 의사 Roget가 프랑스계로 이름을 ‘로제이’로 발음해야 한다는 것도 알 수 있다. 3만 개의 유명인의 이름과 간략한 이력이 소개되어 있는 사전. 발음 이야기 나온 김에 덧붙이면, 우리가 익숙한 국제음성학회의 발음 기호를 그대로 쓰는 영미 사전은 없다고 봐야 한다. 다들 그들 나름대로 익숙한 기호를 사용하고 있으며(워드나 아래한글에 이 국제음성학회식 발음기호가 없어 얼마나 불편한가?), 사전 앞 뒤에, 심지어 이 책이나 American Heritage Dictionary같은 경우는 매 페이지 하단에 발음기호를 표시하고 있을 정도이지만, 이런 이상해 보이는 발음기호 설명도 우리가 잘 아는 단어의 발음을 들어 예시하기 때문에, 읽어보면 직관적으로 이해가 가고 어려운 점은 없으니 참고하시기 바란다.

(3) Merriam-Webster’s Geographical Dictionary, 3판, 1997.4, Merriam-Webster, Hardcover, 1,361페이지, 185x250mm, U$32.95
바로 위의 책과 자매 책이나 내용은 이번에는 인명이 아니라 지명이다. 우리나라의 서울(Seoul)을 찾아보면 ‘soul’과 같은 발음으로 표시되고 있다(s에다가 go할 때 o, 마지막 l). 총 54,000개의 지명 수록.

(4) Longman Dictionary of English Language and Culture, 2판 5쇄, 2002, Pearson ESL, 1,568페이지, 155x235mm, U$40.6
영어사전과 백과사전을 합친 듯한 구성으로 영미문화에 대한 항목을 특히 많이 포함하고 있다. 예를 들어 commuter라는 명사를 보자. 일반 사전에는 ‘통근자, 통학생’이란 해설뿐이겠지만, 여기는 밑에 ‘cultural note’가 붙어 있는데, “In the US, people mainly think of commuters as people who spend a long time driving to work, especially because of TRAFFIC JAMs. In the UK, the STEREOTYPE of a commuter is of a person wearing formal business clothes who sits and reads a newspaper on the train to the office and does not talk to anyone else.(대문자는 연결 항목을 보라는 뜻).”라고 되어 있어 단어에 생생한 현장감을 부여한다. 외국어는 단지 말 자체 뿐이 아니라 contents를 알아야 대화에 깊이가 생긴다고 했으니 영미문화를 이해하려는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사전이다.  2,000 defining vocabulary를 이용하여 8만 개의 어휘와 1만 5천 개의 문화(정치, 역사, 지리, 과학, 예술, 팝 문화 등) 용어 설명이 들어 있다.
 
(5) Longman Language Activator, 2판, 2002, Pearson ESL, 1,530 페이지, 155x235mm, U$46.20
보통의 사전이 어떤 단어의 뜻을 해명하는 것(to decode the words into ideas)이라면 이 사전은 반대(to encode the ideas into words)라는 것이 특색이다. 즉, 이러이러한 맥락에서는 정확히 어떤 단어가 와야 하며, 특정 동사와 어울리는 주어와 목적어는 무엇이며, 같이 쓰이는 단어나 구(연어: 連語,collocation)는 무엇이냐 하는 것까지 한꺼번에 소개하고 있다.  당연히 keyword를 중심으로 배열을 할 수 밖에 없으며 이 2판에서는 자주 쓰이는 개념 분류를 중심으로 한 862개 단어가 keyword로 등장한다.

예를 들어 ‘happy’라는 항목을 찾아보자.  우선 관련 단어로 ‘ 문제가 생겼거나 불행했던 시간 후에 행복을 되찾다’라는 뜻으로 ‘recover’와, ‘enthusiastic/unenthusiastic, enjoy, smile, laugh, satisfied/not satisfied, excited/exciting, confident/not confident’라는 단어들과 개념적으로 관련이 있다는 설명이 나온다. 이어서 1번 항목인 ‘feeling happy’는 ‘happy, content, cheerful, cheery, be in a good mood’ 다섯 개와 관련이 있고, 각자 어떤 경우에 쓰인다는 설명 및 예문이 나오며, 2번 항목으로 ‘happy because something good has happened’… 9번 항목 ‘a film, story, piece of music that makes you happy(이 경우에는 ‘heart-warming, feel-good’과 비슷하다)’까지 총 1페이지 반에 걸쳐 해설이 되어 있다. 한 마디로 말하자면, 영어 단어의 심화 연구 또는 작문(또는 발화) 사전이라고 하겠다. 순전히 한영사전에서 찾아낸 뜻만으로 만들어 내는 콩글리쉬식 작문이 아닌 제대로 된 본토식 작문을 원하는 사람에게는 필수적이라 하겠다.

(6) Oxford Collocations Dictionary for Students of English, 초판 4쇄, 2003, Oxford University Press, 897페이지, 155x235mm, U$23.95
위의 Longman Language Activator의 특징 중 세 번째인 연어 관계만 실려 있는 사전으로, 9천 개의 주요 품사(명사, 동사, 형용사)에 대한 15만 개의 연어가 올라 있다. 위에서 예를 든 ‘happy’라는 항목을 보면, 이 형용사의 첫째 용법인 ‘feeling pleasure’의 뜻일 때, 주로 같이 쓰이는 동사는 ‘appear/be/feel/look/seem/sound/become/make somebody/keep somebody’ 등이 있고, 한편 어울려서 쓰이는 부사로는 ‘extremely/only too/particularly/really/very/completely/perfectly/qutie/genuinely/truly/far from/not altogether/not at all/not entirely/not exactly/not particularly/not too/not totally/fairly/pretty/reasonably/relatively/just’ 등이 있다고 되어 있다. 따라서 아주 행복하지 않은 경우에는 ‘not totally happy’라는 표현은 쓰지만, 아주 행복하다고 해서 ‘totally happy’란 표현이나 ‘hugely happy, tremendously happy’같은 표현은 쓰이지 않는 것을 알 수 있다.

연어가 이렇게 단어의 어울림을 말한다면 idiom(숙어, 관용구)는 이렇게 대체 사용도 허용되지 않게 굳어진 표현을 말하는데, 예를 들어 ‘beat black and blue(멍이 들도록 패다)’라는 표현의 뒤쪽을 ‘beat black and red(멍이 처음 들면 붉지 않는가?)’라는 식으로는 전혀 쓸 수 없는 것이 바로 idiom인 것이다(idiom이나 아래에 나오는 phrasal verb는 또, 단순히 단어의 뜻을 합산하는 것으로 전체를 짐작할 수 없는 경우도 많다는 특징을 가진다.) 한편 이것이 문장 단위가 되면 usage(가장 넓은 의미의 용례, 관용법. 앞의 연어나 idiom을 다 포함하는 뜻으로도 쓴다.)가 되고, 이것들은 모두 어떤 법칙에 따른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grammar(문법)와 구별이 된다. 사실 문법적으로 말하자면 모든 부사는 동사를 수식할 수 있지만, 위와 같은 예에서 보면 아무 것이나 쓴다고 되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는데, 이와 같이 어떤 언어 모국어 사용자의 집단적 언어 사용 관습을 usage라고 하며, 가장 넓은 의미에서의 문법에 들어가고, 사실 고급영어로 가는데 있어서 굉장히 중요하다. 이 usage에 관한 사전은 아래 별도로 소개한다.

(7) Oxford Guide to British and American Culture, 3쇄, 2001, Oxford University Press, 599 페이지, 155x235mm, U$16.95
이 사전에는 아예 일반적 어휘 설명은 없고 영국과 미국의 문화(역사, 문학과 예술, 신화와 관습, 장소, 제도, 스포츠, 연예오락, 그리고 일상사) 1만여 개 항목에 대한 백과사전식 해설과 풍부한 사진, 삽화가 있을 뿐이다. “영국의 사법제도를 설명해 보라”라는 질문을 받았다고 하자. 이를 알아내고 정리하려면 얼마나 힘들겠는가? 이 사전에는 영국 미국 각각의 사법제도가 한 페이지씩 요약, 설명되어 있다는 것을 알면, 얼마나 유용한지(특히 back-ground 지식이나 번역하는 분들에게) 짐작이 갈 것이다.
 
(8) Oxford Photo Dictionary, 13쇄, 2003, Oxford University Press, 125 페이지, 170x230mm, 국내에서 10,350원
앞에서 콜린스 코빌드식 단어 공부법 이야기가 잠깐 나왔지만, 필자가 보기에는 이 사전을 이용한 단어 공부법이 더 현실적이다. 예를 들어 욕실(화장실: bath room)과 관련된 영어 단어 표현을 알고 싶다고 하자. 이 책 17페이지에 보면, 욕실의 실물 사진이 나오고 그 속 물건이나 시설에 각각 번호가 붙어 있으며 그 아래에 28개 항목 설명이 영미식 나누어서 나온다. 이런 식으로 약 70개의 장소나 활동을 보여주는데 이런 식으로 단어를 외우면 단어 공부의 2가지 측면 중 하나(사물 개념의 지시성 이해. 나머지는 추상적 단어 쓰임. 예를 들어 부엌에서 쓰는 그릇도 종류가 다 다른데 각자 무어라고 부르는가? 같은 질문은 이런 종류의 사전이라야 답변이 가능할 것이다.)는 완벽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 몇 페이지에 걸쳐 연습문제도 실려 있다. 이런 종류의 사전으로는 photo dictionary와 picture dictionary 두 종류가 있는데 아래에서 picture dictionary도 한 권 소개하였다.

(9) Word by word English/Korean(영한도해자전), 1996, Pearson ESL, 152페이지, 210x280mm, 국내에서 13,500원
앞의 사전과 같은 형식이나 실물 사진 대신에 삽화가 들어있는 점, 각 항목마다 연습문제가 있는 점이 다르며, 121개 장소나 활동별로 3,000개 단어가 실려 있다. 내용은 많이 들어있으나 아무래도 사진보다는 사실감이 떨어지며, 초중학생용으로 좋다.

(10) NTC’s Dictionary of American Slang and Colloquial Expressions, 3판, 2000, NTC Publishing Group, 560페이지, 150x230mm, U$14.95
이 출판사에서는 미국의 생활 영어에 특화된 사전을 만들어 내고 있다. 이 사전은 그 중에서도 특히 속어나 구어체 표현만 모은 것으로, 우리가 이런 표현을 굳이 쓸 필요는 없지만, 알아는 들어야 한다는 뜻에서 필요하다. 예를 들어 ‘the whole nine yards’같은 표현은 보통 사전에서는 찾아볼 수 없지만 여길 보면, ‘the entire amount; everything’이란 뜻이며 ‘어원은 불확실하지만 아마도 cement mixing truck, 즉 레미콘 트럭의 표준 크기가 9 세제곱 야드였던 데서 유래한다’고 되어 있고, “You’re worth the whole nine yards.”같은 예문을 들어 놓았다.
 
(11) Common American Phrases in Everyday Context(정통 미국 회화표현), 미국 McGraw-Hill & NTC, 한국 넥서스 출판사 번역판, 초판 2쇄, 2004, 612 페이지, 175x245mm, 21,500원(카세트 불포함 가격)
 1,900여 개의 핵심 표현에 대화문 6,000여 개가 들어있다고 되어 있다.  이 사전은 상황별로 분류된 것이 아니라 순전히 시작 단어의 알파벳에   따라 나열되어 있고, 뒤의 index도 단어로 찾기 때문에 이런 상황에서는 어떻게 말할까 하는 것이 궁금한 사람은 아래 사전을 이용해야 함.  물론 한역이 있다는 것이 좋은 점.

(12) NTC’s Dictionary of Everyday American English Expressions(최신 미국 실용영어 대사전), 2003, 김태희 역, 에듀조선, 446 페이지, 150x230mm, 16,000원
7,000여 개의 표현을, 쇼핑, 여행, 교통, 건강 등 17개 소주제별로 나누어 수록하였고, 대체 어휘가 표시되어 있는 점, level(대화의 수준을 형식적, 격의 없는, 농담조, 비꼬는, 공격적 등 등급으로 나눈 것) 표시가 있어, 언제 누구에게 해도 무방한가에 대한 정보가 있다는 점에서 실제 사용에 매우 유용한 장점이 있다.

(13) Longman American Idioms Dictionary, 초판, 1999, Pearson ESL, 402 페이지, 125x195mm, 국내 가격 20,700원
4,000여 개의 미국 idiom이 실려 있다고 하여 특별한가 사 보았으나, 사실 이 정도 내용은 Macmillan 사전이나 NTC 사전에 다 나오기 때문에 중복 투자가 아까우니 가능하면 사지 마시길. 시험으로 미국식 속어 idiom인  ‘when the crap hits the fan’를 찾아 보았는데 나오지 않았다.
    
(14) Collins-Cobuild Dictionary of Phrasal Verbs, 2판, 2003, HarperCollins Publishers, 492 페이지, 125x195mm, 국내 가격 20,700원
이 사전을 찾는 분들은 구동사(句動詞)의 중요성과 유용성을 느끼게  된 사람들일 것이다. ‘이어동사(二語: two-word verb)’ 또는 ‘다어동사(多語: multi-word verb)라고도 불리는 이 phrasal verb는 일상 영어에서는 필수적이라 하겠다. 친근하며 배운 티를 안 내기 때문. 동사와 ‘파티클(particle)’로 구성된 이 구동사를 알파벳 순으로 배열한 앞 부분은 사실 웬만한 교육용 사전에도 다 나오기 때문에 필요성이 떨어지지만, 뒷
부분 54페이지에 이르는 ‘particle index’ 부분이 유용한데, 파티클 순으로 중요한 뜻과 거기에 해당하는 구동사를 모아놓은 형태로 되어 있다.

예를 들어 파티클 ‘about’에는 여섯 개의 중요한 뜻(movement, inactivity and aimlessness, encirclement, turning, action, introduction of subject)이 있고 각각 해당하는 구동사를 일일이 나열했는데, ‘action’이란 뜻일 때는 "bring about, come about, go about, set about” 같은 것이 있다고 한다. 

3. Thesaurus(유의어 반의어 사전류)

영국의 외과 의사 Peter Mark Roget(1779 ~ 1869)는 나이 들어 의사를 그만 둔 후 소일거리로 ‘단어의 의미 분류’라는 독특한 취미를 가졌고 그 결과가 1852년 아주 긴 제목으로 나왔으니, 바로 후일 ‘thesaurus(유의 개념 사전)’이라 불리게 된 것이었다. 그 이후 여러 편집자들에 의해 계속 Roget라는 이름을 달고 출판되어온 이 사전은 현재는 가장 유명한 아래 (1)번 외에도 여러 종류가 나오고 있다. Roget에게는 여러 개념의 범주화 및 이에 따른 단어의 분류가 가장 중요한 일이었으나, 이는 그가 이 사전을 만드는데 필요한 도구이었을 뿐(수많은 영어 단어를 그의 개념 분류에 따라 나눈 결과가 바로 이 사전), 오늘날 사용하는 사람들은 아무도 이 개념 분류에 신경을 쓰지 않으며 오로지 알파벳 순으로 나열된 항목 순서를 찾아 원하는 결과를 얻는다는 점이 아이러니라고 할 수 밖에. 강을 건너고 나면 배를 버리는 법.

예를 들어 바로 아래 책의 최근 판에 의하면 모든 단어는 10개로 분류된 대주제 아래 또 여러 개의 소주제, 그 밑의 소항목들로 분류되어 있으니, ‘thesaurus’라는 단어 자체를 개념 분류에서 찾아보면, ‘Fields of Human Activity – Communications – 280(이렇게 총 870개 소항목으로 구성되어 있다) publication : advertisement’ 아래에 나타나지만, 오늘날 이렇게 분류를 연구하여 찾아보는 사람은 없고, 쉽게 알파벳순으로 검색하여 802페이지에 있다는 것을 알 따름이다. 또한 여기에도 ‘thesaurus’의 뜻이 ‘dictionary of synonyms and antonyms(유의어 및 반의어 사전)’이라고 되어 있음에도 막상 자신은 유의어밖에 수록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 아쉽다. 

(1) Roget’s 21st Century Thesaurus, 2판, 1999.7, Dell Publishing, 957페이지, 130x205mm, U$14.95
2만 개의 표제어(entry)에 50만 유의어(類義語: 우리가 보통 동의어라고 하는 것을 엄밀한 언어학적 견지에서는 ‘어떤 두 단어도 완전히 같은 것은 아니다’라는 의미에서 유의어라고 한다)를 수록. 여기 있는 사전 중에서 이 책의 활자가 가장 작다. 더구나 똑 같은 제목과 내용에 이 것보다 약간 작고, 가격도 싼 판이 나와 있어 주의를 요한다. 필자는 작은 것을 쓰다가 도저히 눈이 피로해 볼  수 없어 조금 더 나이 젋고 눈이 튼튼한 사람에게 넘겨준 적이 있을 정도이다.

위에서 말한 ‘thesaurus’의 유의어로 ‘glossary, language reference book, lexicon, onomasticon, reference book, sourcebook, storehouse of words, terminology, treasury of words, vocabulary, word list’를 들고 있으며 그 개념 분류 소항목인 ‘advertisement’을 찾아보면 다음과 같은 유개념을 거론한다, ‘advertisement, almanac, anthology, article, authority, autobiography, bible, bill, biography, book, brochure, canon, cartoon, catalog(ue), daybook, dictionary, directory, edition, erotica, fiction, glossary, guidebook, handbook, issue, journal, journalism, ledger, lexicon, literature, magazine, manual, memoir, newsletter, newspaper, novel, organ, pamphlet, paper, periodical, press, print, publication, publicity, reference, release, review, romance, satire, tabloid, text, textbook, thesaurus, tome, treatise, vocabulary, volume.’
 
(2) Oxford American Thesaurus of Current English, 1999, Oxford University Press, Hardcover, 863 페이지, 155x235mm, U$18.95
15,000 주 표제어(mail entry)와 35만 개의 유의어 외에도 반의어가 cross-reference로 표시되어 있다. 활자도 커서 보기에 편하며, 위의 Roget’s와 달리 개념 분류표 같은 것은 아예 없고, ‘thesaurus’같은 항목은 나오지도 않으며(사실 누가 ‘thesaurus’의 유의어를 찾아 보겠는가?), ‘dictionary’ 항목을 보면, ‘glossary, lexicon, wordbook, vocabulary list’ 달랑 넷을 들고 있지만, 배우는 입장에서는 오히려 이 쪽이 편리할 수 있다(특히 SAT나 GRE같은 시험을 목표로 하는 수험생들에게는).

(3) The Oxford Study Thesaurus, 1992, Oxford University Press, 555페이지, 130x205mm, 국내 가격 8,100원
위의 Oxford Thesaurus가 부담스러운 분들에게 좋은 책이다. 크기는 작지만, 2만 표제어에 15만 유의어와 반의어가 들어 있어, 웬만한 용도에는 다 쓰일 수 있다. ‘dictionary’ 항목은 ‘concordance, glossary, lexicon, thesaurus, vocabulary, wordbook’으로 오히려 위보다 유의어가 많고, ‘thesaurus’도 비록 “‘book’의 명사에서 ‘여러 가지 책’을 찾아보라”는 정도이지만 독립 표제어로 등장한다. 사실 수험 대비용으로는 그냥 영영사전보다도 이 유의어 사전이 훨씬 유용할 때도 있다. 모르는 단어가 나왔을 때 영영사전을 찾는 대신에 이 ‘thesaurus’를  이용하면, 여러 유의어 중에는 분명히 아는 단어가 나오므로 뜻도 알게 되고, 더불어 유의어, 반의어도 알게 되는 ‘일석삼조’라고 할까?

(4) The Merriam-Webster Dictionary of Synonyms and Antonyms, 1992, Merriam-Webster, 443페이지, 100x170mm(페이퍼 백), U$4.99
4,880개 표제어에 불과하고 크기가 작은 만큼 내용이 적을 수밖에 없지만, 그래도 중요 표제어에 대해서는 일일이 다른 용례를 표시하고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위의 ‘dictionary’나 ‘thesaurus’같은 단어는 나오지도 않지만, ‘desire’를 찾아보면 ‘wish, want, crave, covet’가 있다는 것 외에도 이 5개의 단어가 어떻게 다르게 쓰이며 각각 반의어가 뭐라는 것도 나와 있으니 생각보다는 알차다고 할 수 밖에. 가지고 다니기 십상이다.

4. Usage Guide류

앞에서 잠시 언급하였지만 왜 usage가 중요한가? ‘아카데미 프랑세즈’ 같은 국가기관이 문법을 규제하는 프랑스나 우리나라처럼 한글이 법정 국어라서 그 사용을 일부 국가에서 규제하는(한글 맞춤법 같은 것이 그 예) 나라의 언어와 달리, 영어는 그 사용지역이 넓은 데다가, 규제기관이 없어서 사실 잘못하면 ‘언어의 무정부’ 상태에 빠질 위험이 높다. 그래도 이를 자율적으로 규율하는 것이 문법 외에도 바로 이 usage인 것이다. 중세 규범문법은 거의 사문화되었고, 있다면 학교문법(school grammar) 외에는, ‘누구 문법’하는 식으로 영문학자 개인 이름이나 학파 이름이 붙어 불리는 것이 전부이며, 이런 점에서 언어 사용 대중(언중)의 집단적 관습이라고 할 이 usage가 그래도 언어 결속에 지배적인 힘을 미치는 것이다.

물론 이 usage는 standard written English에 국한되므로, 그들이 일상 사용하는 언어는 이 usage를 무시한 것이 태반이다. 예를 들어 ‘주격과 목적격의 혼용(‘I’ 대신에 ‘me’를 사용하는 것, ‘whom’ 자리에 ‘who’를 사용하는 것)’은 일상 대화에서는 다반사이지만, 학교문법이나 격식을 따지는 글에서는 여전히 금기사항이다.

오랜 기간 우리나라 영어교육을 지배해 온 영국식 일본영어에 대한 반감으로, 요즈음 우리나라 영어는 거의 informal한 미국식 회화 위주로 나아갔지만, 이런 식으로 글을 쓰던지 점잖은 자리에서 말을 하면, 못 배운 소치로 취급당하기 십상이니, 주의해야 한다. 이런 점을 알게 되면, 왜 SAT, GRE, GMAT같은 미국 시험제도가 우리가 볼 때 영문법 같지 않은 특이한 문법을 고집하는지 이해가 쉽다. 그런 데서 주장하는 문법은 일종의 학교 문법으로 usage에 가까운 것이 많기 때문이다(이 usage는 그럼 누가 정하는가? 특성상 글 쓰는 일에 관계된 전문가 집단의 의견을 주기적으로 조사하든지-American Heritage 시리즈의 usage panel이 이런 것이다-아니면 요즘 유행하는 corpus를 조사해 통계를 내든지 - 대부분의 영국 사전) 따라서 이런 영어를 이해하려면, 문법책(grammar book)과 사전 외에도 다음과 같은 usage guide를 공부해야 한다.

이런 usage의 특색은 문법적인 규칙이 아니라는 점과 그냥 그 사람들이 그렇게 쓰고 이해한다는 점, 특성상 주관이 개입되므로, 학자나 책끼리도 서로 틀릴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중고급 영어교육이 헤매고 있는 이유 중의 하나가 이 usage와 grammar 구분이 안 되게 배우고 가르치고 사용한다는 점, 즉 영어의 native speaker들이 분명히 이렇게 말하는데, 바로 그 내용을 왜 시험에서는 틀렸다고 하는지 그 이유도 모르는 채, 대강 뉘앙스가 어쩌고 하고 넘어가며, 답에 끼어 맞추기를 하는 것도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1) Merriam-Webster’s English Usage Dictionary, 1994, Merriam-Webster, Hardcover, 978페이지, 180x250mm, U$27.95
그래도 이 방면에서는 권위 있는 책이나 나온 지가 꽤 되었고, 문법과 달리 usage라는 것은 훨씬 빨리 변하기 마련이므로, 이 책의 내용이 벌써 고리타분한 것 아니냐는 미국 독자들의 서평도 있지만, 잘 정리된 내용으로 2,300개 항목에 걸쳐 20,000개의 실제 사용 예문을 인용하여 설명. 예를 들어, 우리가 보통 영국쪽이 이런 언어 규칙에 민감하고, 미국쪽이 훨씬 자유스럽다는 선입감과 달리, 몇몇 항목에서는 미국쪽이 오히려 까다로운데, 그 중 하나로 관계대명사의 사용을 들 수 있다.

우리가 학교에서 배운 문법(고등학생이 보는 성문영어류에서부터 대학생용 영어교재에 이르기까지)에서나 아래의 영국 책 Practical English Usage같은 영국 문법서에 보면, 비제한적(non-restrictive) 용법의 관계대명사(학교문법에서는 보통 ‘계속적 용법’이라고 하며, 앞에 반드시 콤마가 오고, that은 이 용법으로 쓸 수 없다고 하는)는 앞의 특정한 명사가 아니라 앞 문장 전체 또는 상황을 선행사로 취할 수 있는 것(which referring to a whole clause or sentence)으로 되어 있다. He got married again a year later, which surprised everybody같은 문장에서 which의 선행사는 ‘그가 1년 후에 재혼했다는 사실’ 즉, 앞 문장 전체이다. 그런데 위의 미국식 standardized test를 공부해 보신 분은 이런 콤마 달린 계속적 용법의 which나 who라도 반드시 명사나 대명사를 선행사로 가져야 한다는 주장을 보고 그 근거를 알 수 없어 고개를 갸우뚱했지만, 시원한 답변을 찾을 수 없어 그냥 그러나 보다 하고 말았을 것이다.

그런데 미국에서 나온 이 책과 아래의 American Heritage Book of English Usage에 이 문제가 언급이 되어 있다. 후자에서는 그렇게 주장하는 일부 사람들이 있지만, 비제한적 용법의 관계대명사가 앞 절 전체를 선행사로 가지는 것은 역사적으로도 타당한 용법이라는 설명이 나오는 반면, 이 책에서는 그런 용법에 반대하는 주장을 소개하고 그러니 사용에 조심하라고 되어 있다. 즉, 미국의 시험 출제자들은 이 문제에 관한 한 이 책의 설명을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필자가 가끔 이용하는 미국의 영어교육 사이트에서 최근에 이런 질의 응답을 본 적이 있다. 다음 문장이 괜찮은지 질문에 대하여, "More than 2.5 million people from south Florida to Daytona Beach were told to flee their homes, which is the largest evacuation in state history."  이런 답변이 나왔다(답을 한 사람은 전문가이다). " You can use 'which is', but I would avoid doing it in formal serious writing. In this sentence, the relative clause modifies the idea of the whole preceding clause. It is better for a relative pronoun ('which') to have a specific noun as an antecedent." 앞의 문장도 질문자에 의하면 현지 신문 보도에서 나온 것이라 한다. 즉, 미국 사람 자신들도 보통 무심코 이런 표현을 쓰지만, 이런 것을 굉장히 싫어하는 따지기 좋아하는 사람들도 많다는 것을 보여주며, SAT, GRE, GMAT 같은 시험은 외국인이 아니라 미국사람 자신들을 원래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국어의 올바른 사용'과 관계되는 중요한 문제라서 자주 시험에 나오는 것이다.

관계대명사에 관한 논란 거리 2가지를 추가하자면, 이런 까다로운(어떻게 보면 hypercorrection으로 보일만한) 미국사람들은 관계대명사 that을 사람 선행사인 경우 who 대신으로 쓰는 것도 반대한다는 것도 참고하시길. 또한 관계대명사 that는 제한적으로만 써야 하고, which는 비제한적(계속적) 용법으로만 써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 앞의 명사를 특정한 것으로 지정하는 핵심적 정보를 주는 형용사절 또는 구를 제한적 용법(restrictive use), 이미 알고 있는 사실에 대한 추가 정보 제공의 용도이고 반드시 앞에 콤마가 선행하는 형용사절 또는 구를 비제한적(non-restrictive use) 용법이라고 하며 후자는 두 문장으로 나누어도 충분하다. 예를 들어, He has two sons who became lawyers에서 제한적 관계절 ‘who became lawyers’는 앞의 명사 ‘two sons’를 특정 짓는 역할을 한다. 즉, 그에게는 변호사가 된 아들이 2명 있다는 것으로, 변호사가 되지 않은 아들도 있을 소지가 있는 반면, He has two sons, who became lawyers라고 비제한적 용법으로 쓰면 2명 아들이 있다는 사실을 밝힌 뒤 그런데 그들이 (둘 다) 변호사가 되었다는 추가 정보를 준 형태가 되므로, 이렇게 2개의 절로 나눠 써도 무방하다. He has two sons and they became lawyers.  

(2) The Elements of Style, Strunk & White, 4판, 2000, Pearson ESL, 105페이지, 110x180mm, U$7.95
이 책에 관해서는 여기 서평을 올려두었으니 참고하시기 바란다. 미국에서 고교, 대학에서 교재로 사용되어 한 시대를 풍미했고 여전히 이 계통에서는 중요하게 대접받는, 문체(style: 문장론. 어떻게 하면 효율적이고 애매하지 않은 표현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한 연구) 및 usage에 대한 책으로, 미국의 문필가들이 많은 영향을 받은 책. 오죽했으면 이 책에 대한 반발로 ‘Adios! Strunk & White”란 제목의 책이 다 나왔겠는가?
 
(3) Garner’s Modern American Usage, Brian Garner, 2판, 2003, Oxford University Press, Hardcover, 175x245mm, 879 페이지, U$39.95
개인이 펴낸 usage guide로 grammar, usage, style을 다 다뤘다고 써 있다(사실 깊게 파고 들면 이들 사이의 경계도 애매할 때가 있다.) 분량이나 내용으로 보아 위 (1)의 책과 상당히 보완이 된다. 이 Garner란 사람은 이 책의 축약판인 아래 (5)번 책의 저자이며, 또 아래 (4)번 책 중 한 chapter인 제5장 Grammar and Usage의 저자이기도 하다.

(4) The Chicago Manual of Style, 제15판, 2003, The Chicago University Press, 956페이지, 155x235mm, U$55.
‘작가, 편집인, 교정인, 색인 만드는 사람, 광고문안 작성자, 책 디자이너, 출판인’ 등 모든 분야에서 필수적인 참고서적이라고 선전하는 이 책은 과연 그 명성답게 글과 책에 관한 모든 분야를 망라하고 있다. 하지만 이 점이 오히려 영어 배우려는 사람에게는 미흡할 수도 있다 – 누가 영어로 책 만들기나 교정쇄 만들기, 원고 정리, 인덱스 만들기 같은 것에까지 관심이 있겠는가? 따라서 이런 세세한 데까지 관심 있는 분들만 구입해야 후회가 없을 것.

(5) The Oxford Dictionary of American Usage and Style, Bryan Garner, 2000, The Oxford University Press, 360 페이지, 140x210mm, U$17.95
위의 (3)번 책의 축약판이다. 간단하여 휴대에 용이. 2,000여 개의 실제 생활(책, 잡지, 연설 등)로부터의 인용문을 이용하여, usage 외에도 자주 틀리는 문법 사항, spelling 등을 다룬다. 위 (3)번이 부담되시는 분께 권할 만 하다.
 
(6) Practical English Usage, Michael Swan, 2판 16쇄, The Oxford University Press, 2003, 658페이지, 155x235mm, 국내 가격 23,400원
영국식 usage의 집대성이나 미국식 영어와의 차이점도 설명하려 노력(하지만 위에서 말한 비제한적 용법의 관계대명사의 양국간 차이 같은 내용은 없다.) 이 책을 보면 어디까지가 문법 사항이고 어디까지가 usage인지 모를 만큼 온갖 사항이 다 망라되어 있다는 것을 느낀다. 아무래도 usage라는 말의 용법이 미국과 영국 양국이 다른 것은 아닌가 하고 생각될 정도이다. 알파벳 순으로 무려 605개 항목에 대한 설명이 들어 있다. 필자가 가장 많이 들춰보는 책 중의 하나. 이 책의 자매 편으로 이 책의 workbook 비슷한 How English Works란 책도 있다. 물론 이 책이 훨씬 많은 내용을 다루기는 하지만, 우리나라의 보통 문법책과 다루는 범위나 내용에서 비슷한 데가 많아 친숙하게 느껴질 것이다.

(7) American Heritage Book of English Usage, 1996, Houghton Mifflin, 290 페이지, 150x230mm, U$16.
위에서 소개한 American Heritage Dictionary의 usage note에다 일부 내용을 추가하여 별권으로 만든 책. 다음과 같은 항목으로 구성되어 있다. Grammar, Style, Word Choice, Gender(왜 요즘 중성명사의 인칭대명사로 he/his/him이 사라지고 them이나 his or her같은 것이 쓰이는지 등), Science Terms, Pronunciation Challenges, Names and Labels, Word Formation, E-Mail. 상당히 알찬 내용으로 추천하고 싶은 책이며, 인터넷에서 공짜로 볼 수 있다(http://www.bartleby.com/64/). 이 사이트에서 찾아보면 위의 American Heritage Dictionary도 공짜로 볼 수 있다.

(8) A Dictionary of Modern English Usage, 초판 1926, 2판 1966, Oxford 출판사에서 고전 시리즈 재간행으로 2002년 재출판, 742 페이지,130x195mm, U$15.95
유명한 영문법 학자 Henry Fowler의 책으로 고리타분하다고 치부할 수도 있지만 영문법으로는 고전 반열에 오른 책이니 만큼 참고할 가치가 있다. 왜 미국사람들이 Mr.라고 쓰는 것을 영국사람들은 period 없이 Mr라고 쓰는지 아는가? 이 책 430페이지 Period in Abbreviations란 항목에 의하면, 원래 mister를 줄인 것이 Mr이므로, 약자에서 원래 단어의 맨 앞과 맨 뒤를 표시하고 중간을 줄인 것은 마침표를 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며, Capt.같이 captain을 줄이다 보니 맨 뒤에 뭔가 줄었다는 표시를 할 때에는 마침표를 한다는 것이다. 과연 격식 따지는 영국영어식이구나! 라는 감탄이 절로 난다.

(9) Longman Dictionary of Common Errors, 2판 10쇄 2002, Pearson ESL, 375 페이지, 140x215mm, 국내 가격 14,400원
외국인 중급자 이상을 대상으로 자주 틀리는 문어체 영어를 알파벳 순으로2,500여 항목 배치하고, 정답 및 틀리는 예 몇 가지, 해설까지 첨부되어 있다. 예를 들어 ‘while’이란 항목을 보자. While I drove to the airport, my car broke down이란 문장과 Who will look after the children while you will be at work?란 문장은 틀렸다. 맞는 문장으로 고쳐보면? While I was driving to the airport(지나간 행동과 while이 같이 쓰이면 진행형으로 써야 한다), Who will look after the children while you are at work(while은 시간 접속사이므로 부사절에서는 현재시제로 미래를 대신함).

(10) Words You Thought You Knew, Jenna Glatzer, 2004, Adams Media, 310 페이지, 135x155mm, 국내 가격 13,000원
이 책은 usage 중에서 word choice 즉 단어 사용에 관련된 내용만 모은 책으로 흔히 (미국에서) 잘못 쓰이는 단어 1001개에 대한 해설을 수록했다. 이런 종류의 내용은 ‘The Elements of Style’, ‘American Heritage Book of English Usage’, ‘The Chicago Manual of Style’ 등에서도 일부분으로 다루고 있으나,  이 책은 완전히 단행본이라는 점에서 다르며, 읽어볼 만은 하지만, 완전히 저자의 견해가 정설이 아닌 항목도 있어서 조금은 유보하는 심정으로 대하시길 바란다. SAT나 GRE 보시는 분께 도움이 될 것이다.

예를 들어 ‘aggravate’와 ‘agitate’라는 단어를, 전자는 ‘악화하다’, 후자는 ‘선동하다, 부추기다, 성가시게 하다’로 완전히 분리해서 써야 한다는 주장을 하나-이 점은 ‘The Style of Elements’와 일치-, ‘The American Heritage Book of English Usage’에 의하면 원래 라틴어 어원도 그렇고 또 17세기로부터의 확립된 용례에 따라 ‘aggravate’를 ‘agitate’의 뜻으로 쓰는 것도 정당하다고 한다. 이것은 usage가 어느 정도 주관이 개입되기 때문에 생기는 어쩔 수 없는 혼란이라 봐야 하며, 진지한 영어 연구자라면 여러 책을 대조하여 가능한 다수설을 따르는 방법을 취하는 수 밖에.

5. 국내사전류

(1) 엣센스 영한사전, 9판, 2002.1, 민중서관, 3,246 페이지, 127x188mm, 29,600원
초판본일 때부터 필자가 애용해 오던 사전이라 다른 영한사전은 현재 갖고 있지 않다. 동아 프라임, 메이트 영한사전, 시사엘리트 영한사전, 금성사의 영한사전 등도 잠깐씩 사용해 보았으나 역시 필자는 엣센스 취향인가 보다. 물론 직접 영어에서 만드는 것이 아니라(영어의 ‘말모둠’인 corpus를 가지고 있지 못한 우리나라에서 영어사전 만드는 법은 어차피 외국 책의 번역일 수 밖에 없다. 어떤 것을 주로 모범으로 삼느냐 하는 문제에 따라 스타일이 다를 뿐이다), 일본사전의 번역본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하고 있긴 하다. 영어사전 좋다고 영한사전이나 한영사전 너무 멀리 하면 우리말 사용이나 번역에 문제가 생기므로 같이 쓰는 것이 낫다. 표제어로만 15만 단어가 올라 있으므로 어휘 수가 많이 부족한 것은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영한사전은, 용례나 예문의 부족, 동사 문형 해설의 미흡함, 가산성 구분에서의 오류 같은 공통적인 문제점을 지니고 있으며, 이 책도 예외는 아니다. 시사영어사의 책은 필자 경험상 다른 영어 서적에서 수 많은 오자, 탈자 등 안 좋은 추억이 많아 선뜻 내키지 않는다. 

(2) 프라임 한영사전, 3판, 2001, 두산동아, 2,838페이지, 130x195mm, 27,200원
이 책도 수록 어휘에 대한 정보는 없다. 예문이 풍부하며 한국영어영문학회 추천이라는 점을 감안하여, 오래 써 온 아래 엘리트 한영사전대신으로 바꾸어 선택했는데 아직 우열을 비교할 만큼 써보지를 못해 무어라 말할 수 없다. 이 책이든 아래 사전의 최근 판이든, 이보다 더 큰 한영사전이 과연 영어 배우는 사람에게는 필요한 지는 의문이다. 특별히 한영 번역을 위한 목적이 아닌 한 한영사전은 이 정도로 하고, 필요하면 인터넷 검색 등을 이용하는 것이 효율적이며 경제적이란 것이 필자 생각이다.
  
(3) 엘리트 한영사전, 2판, 1992, 1900페이지, 115x180mm
필자가 10여년 써 온 한영사전이니 요즘과는 시대 감각이 약간 떨어질 수 밖에. 오래 써 온 정 때문에 여기에는 직접 써 본 구판을 올리지만, 이 사전의 현재 판은 2002년 1월에 나온 것으로 인터넷 서점에서 27,200원에 팔리고 있다. 구판의 경우 권말 부록이 알차서 유용하였던 기억이 있다(세계의 주요 인명, 지명, 미국과 영국 영어의 차이, 상업 서식, 정부기구 이름 등).

(4) 동시통역 기초사전, 이진영, 2004.1, 이화여자대학교 출판부, 830 페이지, 125x185mm, 22,500원
동시통역사로서의 다년간 경험을 지닌 저자가 내어 놓은 이 책은 초판이다 보니 일부 실수나 오타가 있는 점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개념의 한영사전으로 보아, 필자로서는 상당히 점수를 주고 싶다. 가나다 순 배열이 아니라, 사회, 문화, 언론 등 24개 분야로 나누어 관련 항목을 한국어와 영어로 설명하고 예문까지 깃들여 있으니 어떤 분야에 대한 통번역에 관심을 가지신 분은 이 책을 이용해서 자기만의 단어장을 만들어 나가면 좋을 것이며, 그럴 경우 앞에서 소개한 picture dictionary나 photo dictionary처럼 사진, 그림은 없지만, 역시 관련 단어를 한꺼번에 공부할 수 있는 효율적인 단어 학습법이라 하겠다.

 

긴 글이 끝났다. 이 글에서 언급하지 못한 사전이 있다면, 그 사실은 그 사전이 나쁘다는 뜻이 아니라, 필자가 게을러서 그것까지 미처 보지 못했다는 사실을 의미할 뿐이다(Cambridge 계열 사전이 통째 빠졌다는 점은 알고 있지만 필자는 이 계열 사전에서는 특이성을 발견하지 못하여 필요하면 on-line으로 이용할 뿐이다.) 또한 외국책에 비해 영한사전이 너무 빈약한 것이 아니냐고 할 수도 있지만, 어디까지나 영어는 외국어라는 점, 국내 서적에 대해서야 다들 경험이 충분하리라는 생각, 또 사실 더 이상 써본 국내사전이 없다는 점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행여 이 글을 보고 그럼 이 많은 사전을 다 사서 읽으라는 뜻이냐고 얼굴 붉힐 필요는 없다. 영어가 수단이지 어디 목적이냐고 힐난할 이유도 없다. 韓擄逐塊 獅子咬人!(한로축괴 사자교인: 돌을 던지면 X개는 던진 돌을 따라 가지만, 사자는 당장 던진 사람을 물어버린다) 내게 필요한 책을 발견하는 기쁨을 누리든지, 그렇지 못할 경우에라도 아! 이러이러한 책은 사면 안 되겠구나! 하면 그뿐.

전자사전을 주로 보시던 보조로 보시던 꼭 필요하신 분들이라면 전자사전 선택에 위의 정보를 쓰시면 된다. 사고자 하는 전자사전에는 과연 어떤 종류의 사전이 포함되어 있는지는 알고 사야 되지 않겠는가? 목적에 따라, 예를 들어 SAT, GRE, GMAT 공부하시는 분은 반드시 Merriam-Webster's Collegiate Dictionary나 American Heritage Dictionary가 포함된 것으로 해야 하고, 초중급자로서 동사 문형이나 idiom 공부가 목적인 분은 OALD가 들어 있는 것으로 사야 후회가 없을 것이다. 

“영어사전 가까이 하는 사람이 영어 잘 하더라”라는 평범한 말을 가슴에 두고 꾸준히(몇 달 수준이 아니다! 몇 년, 몇 십년을 이야기하고 있다) 정진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 그만큼 외국어로서의 영어 공부는 어려우니, 일찍 출발해서 부지런히 발품을 판 사람이라야 저물 녘에는 쉴 곳을 찾을 수 있으리라. 

 

* 미국 Standardized Test(SAT, TOEFL, GRE, GMAT) 보실 분들을 위한 패키지(5권)

1 - (5) Merriam-Webster's Collegiate Dictionary : 단어의 뜻

1 - (7) Macmillan Enlgish Dicionary for Advanced Learners: 동사 문형 및 Idiom

3 - (3) The Oxford Study Thesaurus: 간단한 유의어 반의어 사전

4 - (2) The Elements of Style: style, usage 및 일반적인 영작문 요령

4 - (7) The American Heritage Book of English Usage: style and usage(usage guide에서 주의할 점은 앞에서도 이야기 했지만, 어떤 한 권이 그렇게 주장한다고 100% 받아들이면 안 된다는 점이다. Official Guide가 있는 시험은 그 OG에 따르는 것이 우선이고, 여러 책들이 달리 주장하는 경우에는 가능하면 보수적으로 해석하는 것이 안전하다.)   

(Th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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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marine > 천천히 읽기와, 나의 성공담

도서관에서 책을 너무 많이 빌려 오는 바람에 날마다 빨리 읽어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리고 있다 그래도 뭐, 이런 압박감이라면 얼마든지 행복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 ^^

 작년에 읽은 책인데, 도서관에서 다시 빌렸다 그 때 아주 혹평을 했던 기억이 난다 당시 나는 하루에 책을 두 세권씩 읽을 때였는데, 이 아저씨는 그런 남독을 형편없는 독서법이라고 깍아 내릴 뿐더러, 내가 좋아하는 다치바나 아저씨를 욕하길래 너무 화가 나서 알라딘 리뷰에 나도 욕을 좀 해 놨다 그런데 요사이 독서에 대한 생각이 바뀌면서, 나도 슬슬 지독파로 바뀌고 있어서 다시 한 번 읽었더니, 뭐 그렇게 나쁘진 않았다 중요한 건 사람마다 독서 스타일이 제각각이고, 충분히 존중받을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이 아저씨는 학교 직원으로 (교사는 아니고 행정실에서 근무하는 듯) 다치바나처럼 직업으로 독서를 하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1주일에 한 권씩 천천히 읽으면서 직장이나 다른 생활에 방해가 안 되는 수준에서 책을 즐기고 싶다는 게 요지다 평범한 독서인의 당연한 태도이기도 하다 그런데 좀 웃긴 건 다치바나나 기타 유명한 사람들의 주장을 비판하므로써 자기 책을 선전한다는 느낌이 든다는 사실이다 잠깐 언급하는 건 좋지만, 200여 페이지 전체를 속독파 독서인 욕하는 걸로 끝나는 건 좀 심하지 않나?

 제목이 기가 막힌다 청춘의 문장들... 김연수 소설은 읽어 본 적이 없지만, 왠지 소설도 재밌을 것 같다 유머러스 하고, 솔직담백하다 이런 게 요즘 작가들의 특징 같기도 하고... 중국에서 소설 쓰고 있다는데, 중국어를 좀 하는 모양이다 이백 같은 당시를 중국어로 읽을 때 행복하다고 하니, 부럽기 짝이 없다 전업 작가들의 젊은 시절이 아무리 안 풀리고 막막했을지라도, 어쨌든 현재는 과거의 불운한 시절들을 책으로 엮어 팔 수 있을 정도의 위치에 서 있으니, 평범한 백수들과는 차원이 다르게 느껴진다 폴 오스터의 에세이를 봐도 (빵굽는 타자기) 유조선의 요리사를 할 정도로 최악의 시절을 보냈지만, 어쨌든 지금은 엄청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지 않았나? 품격이 다르긴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성공한 사람들의 자서전 같은 느낌도 든다 (너무 오버하는 걸까?) 어쨌든 당시와 일본시, 한시 등을 자유자재로 해석하고 그것에 감동받을 수 있는 저자의 지적 품격이 너무 부럽다 나처럼 한자에 대해 지식이 없는 사람들은, 주옥같다는 한시를 읽어도 그저 하나의 단어로 밖에는 보이지 않으니, 참 슬픈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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