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marine > 천천히 읽기와, 나의 성공담

도서관에서 책을 너무 많이 빌려 오는 바람에 날마다 빨리 읽어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리고 있다 그래도 뭐, 이런 압박감이라면 얼마든지 행복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 ^^

 작년에 읽은 책인데, 도서관에서 다시 빌렸다 그 때 아주 혹평을 했던 기억이 난다 당시 나는 하루에 책을 두 세권씩 읽을 때였는데, 이 아저씨는 그런 남독을 형편없는 독서법이라고 깍아 내릴 뿐더러, 내가 좋아하는 다치바나 아저씨를 욕하길래 너무 화가 나서 알라딘 리뷰에 나도 욕을 좀 해 놨다 그런데 요사이 독서에 대한 생각이 바뀌면서, 나도 슬슬 지독파로 바뀌고 있어서 다시 한 번 읽었더니, 뭐 그렇게 나쁘진 않았다 중요한 건 사람마다 독서 스타일이 제각각이고, 충분히 존중받을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이 아저씨는 학교 직원으로 (교사는 아니고 행정실에서 근무하는 듯) 다치바나처럼 직업으로 독서를 하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1주일에 한 권씩 천천히 읽으면서 직장이나 다른 생활에 방해가 안 되는 수준에서 책을 즐기고 싶다는 게 요지다 평범한 독서인의 당연한 태도이기도 하다 그런데 좀 웃긴 건 다치바나나 기타 유명한 사람들의 주장을 비판하므로써 자기 책을 선전한다는 느낌이 든다는 사실이다 잠깐 언급하는 건 좋지만, 200여 페이지 전체를 속독파 독서인 욕하는 걸로 끝나는 건 좀 심하지 않나?

 제목이 기가 막힌다 청춘의 문장들... 김연수 소설은 읽어 본 적이 없지만, 왠지 소설도 재밌을 것 같다 유머러스 하고, 솔직담백하다 이런 게 요즘 작가들의 특징 같기도 하고... 중국에서 소설 쓰고 있다는데, 중국어를 좀 하는 모양이다 이백 같은 당시를 중국어로 읽을 때 행복하다고 하니, 부럽기 짝이 없다 전업 작가들의 젊은 시절이 아무리 안 풀리고 막막했을지라도, 어쨌든 현재는 과거의 불운한 시절들을 책으로 엮어 팔 수 있을 정도의 위치에 서 있으니, 평범한 백수들과는 차원이 다르게 느껴진다 폴 오스터의 에세이를 봐도 (빵굽는 타자기) 유조선의 요리사를 할 정도로 최악의 시절을 보냈지만, 어쨌든 지금은 엄청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지 않았나? 품격이 다르긴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성공한 사람들의 자서전 같은 느낌도 든다 (너무 오버하는 걸까?) 어쨌든 당시와 일본시, 한시 등을 자유자재로 해석하고 그것에 감동받을 수 있는 저자의 지적 품격이 너무 부럽다 나처럼 한자에 대해 지식이 없는 사람들은, 주옥같다는 한시를 읽어도 그저 하나의 단어로 밖에는 보이지 않으니, 참 슬픈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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