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름다운 죄인들 문지 푸른 문학
김숨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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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버스가 한 두대 정도 들어오는 첩첩산중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하는 소설들에는 비슷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특히 주인공이 어린 소녀일 경우, 그녀를 할머니나 친척집에 맡기고 도시로 간 아버지나 어머니가 있다.  아버지가 무능력하거나 알코올 중독에 가정폭력의 주범인 경우가 많으며 그게 아니면 어머니가 바람이 나 집을 나가거나 일찍 죽는 식이다. 어쨌든 한 쪽의 부재가 또 한 명의 부재를 불러오는 식이다. 그리고 소녀는 낯선 공간과 캐릭터가 뚜렷한 사람들 사이에서 어둡고 외롭게 성장한다. 김숨의 '나의 아름다운 죄인들'은 그런 이야기 유형에서 벗어나지 않는, 그래서 참신하다고는 할 수 없는 작품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가 등장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음에는 그녀 특유의 내면화된 문체와 인물들의 삶을 때론 잔인하다 싶을 만큼 정공법으로 보여주는 묘사, 소녀의 어둡지만 매혹적인 상상력 등에 빚진 작품의 매력을 이야기해야 겠지. 그녀의 초창기 작품이 읽기에 괴로운, 독자로 하여금 뭔가 결심을 하지 않고는 페이지를 넘기기 힘들게 만드는 면이 있었다면 이 작품은 상대적으로 부드럽다(청소년을 독자로 염두에 둔 이유일까). 그렇지만 여전히 김숨 특유의 묘사들이 살아있고,  여전히 그녀는 어둡고 회피하고 싶은 무언가를 똑똑하게 직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아, 그녀의 작품이다, 싶었다.  

얼마 전 읽은 그녀의 단편도 오래 기억에 남았는데, 그녀가 쓰는 소설을 좋아한다고 말할 수는 없어도 나는 그녀의 작품을 중간에 놓아본 적이 없다. 읽고 나면 에너지가 많이 소모된 느낌이 들곤 하지만 그것이 또한 작가의 힘이라면 힘이랄까. 말수가 적고 얌전하지만 기싸움에는 절대 지지 않는 상대와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눈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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