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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사십사살
이성화 지음 / 한국산문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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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냄새나는 이야기가 모여있는 책. 바로 옆집의 그 아무개의 이야기 같은, 하지만 그게 내 이야기로 들리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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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오월을 닮았군요
박은실 지음 / 한국산문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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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표지에서부터 줄줄이 묻어나는 오월의 향기는 작가를 닮았습니다.
한 자, 한 자..... 꾹꾹 눌러쓴 일기를 보는 기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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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어게인 - 포르투갈을 걷다, 리스본에서 산티아고까지
박재희 지음 / 푸른향기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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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는 산티아고 순례길을 나도 걸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언제가 될지 모르고 내 삶에 그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지만 한 번은 경험해야 할 일이라는 막연한 생각만 하고 있던 중에 이 책을 알게 되었다.

작가는 많이 알려진 프랑스에서 출발하는 루트가 아닌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출발하는 루트를 선택했다. 프랑스 루트는 예전에 한 번 경험했다고 했다. 800킬로미터가 넘는 거리를 온전히 두 다리로만 경험한다는 일 자체가 쉬운 일은 아니다. 그 일은 ‘도전’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작가는 ‘도전’보다는 ‘경험’을 했다.

어떻게 생겨났는지 설명할 수 없지만, 이 길을 걷는 동안 사람들은 잃어버렸던 보들보들한 마음을 찾게 된다. 비를 맞는 친구 곁에서 함께 비를 맞는 마음, 우산을 들어주는 대신 기꺼이 빗속으로 들어가 함께 비를 맞아주는 마음 말이다. 그날 일기 끝에 나는 신영복 선생님 말씀을 적어두었다. ‘돕는다는 것은 우산을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비를 맞는 것입니다.’ - 78

작가는 순례하며 일기를 썼다. 책에 드문드문 일기를 기록했다는 말이 있다. 작가가 이 일기를 기록한 날짜는 없지만 마침 내가 이 부분을 읽을 때 내 옆에도 신영복 선생님의 마지막 강의 [담론]이 있었다. 신영복 선생님의 이야기는 한참 동안 곱씹고 다시 곱씹어야 어떤 의미인지 알 수 있기에 작가가 일기에 썼다는 이 문구가 [담론]에 언급되어 있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작가가 이야기한 것처럼 여행은 우연의 연속이기에 나 역시 [산티아고 어게인]을 읽을 때 [담론]을 읽고 있었다는 것도 우연인 것이다. 결국 나는 작가와 함께 책을 읽으며 여행하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세계 일주를 경험했을 때에, 그리고 세계여행을 할 때 나 자신에게 들었던 생각 역시 작가와 비슷했다.

“지구를 한 바퀴 돌아 다시 한국에 도착하면 나에게는 엄청난 변화가 있을 거야. 엄청나게 성장해 있겠지.”

하지만 생각과는 달랐다. 달라진 것은 하나도 없었고 무엇이 달라졌는지 스스로 수차례 질문을 해 봐도 그것이 무엇인지 찾을 수 없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세계여행을 출발하기 전의 나와 마친 후의 나는 분명 달라져 있다는 것을 안다는 것이다. 다만 무엇인지 구체적이지 않을 뿐이다. 

작가 역시 나와 같은 생각을 했다. 책의 제일 마지막에 이렇게 기록해 두었다.

이제 어디를 걷더라도, 걷지 않더라도 순례란 그냥 사는 것임을 안다. 하루하루 자신의 몫을 살아내는 것, 순간순간 나에게 주어진 몫의 기쁨을 누리는 것, 그런 사소하고 때로는 지치는 일상이 순례와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안다. 집으로 돌아온 후 내 생활은 그다지 변하지 않았다. 900km, 다시 800km가 넘는 길을 걸었지만 그것으로 도를 깨우친 것도 아니며, 게으르고 때로 성마른 나를 벗어나는 마법을 얻은 것도 아니다. 절절한 깨달음의 순간이 문득 떠오르지만 금방 사라지기도 한다. 걸으며 눈물로 맹세한 결심조차 잊고 지키지 못하는 것도 많다. 몇 백 킬로미터, 설사 몇 천 킬로미터의 길을 순례자로 걷는다 해도 그것이 다른 사람이 되는 방법은 아니다. 하지만, 다시 태어난 것은 아니라도 내가 길을 걷기 전의 나와 똑같은 내가 아니라는 것을 나는 안다. - 263

이 책을 읽기 전에 PCT(Pacific Crest Trail, 미국 시에라에서 캘리포니아 북부 캐나다 국경까지의 경로)를 완주한 한 여행가의 에세이를 읽었다. 당연히 물리적 거리는 PCT가 훨씬 더 길지만 느끼고 경험한 것은 비슷했다. 걸으면서 생각하고 느끼고 사람을 만나는 일련의 과정이 모두 “경험”이라는 한 단어로 귀결된다. 

나 역시 경험을 아주 소중히 생각하기에 나의 세계여행 경험 역시 글로 옮겨두고 있다. 

작가의 이야기에서는 사람 냄새가 난다. 사람이 느낄 수 있는 수많은 감정이 드러난다. 그리고 그 속에 행복이 있다. 나도 나의 행복을 다시 느끼기 위해 나의 경험을 돌이켜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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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개의 보따리
이종식 지음 / 지식과감성#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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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이종식 장편소설, 지식과감성, 260쪽


제목을 보고 상상했다.

세 개의 비슷한 이야기, 혹은 같은 주제로 풀어낸 세 개의 옴니버스 식의 이야기를 생각하며 첫 장을 넘겼다. 표지를 넘기고 책날개에 쓰여 있는 작가의 한 마디를 읽고 적잖은 감동을 받았다.


혹여 공감이나 동의되지 않으실지라도 다른 세상 구경하는 심정이라도 드릴 수 있기를 바라며……


한 권의 책을 써낸 저자가 독자에게 이리도 낮은 자세의 감사인사를 할 수 있을까 싶었다. 마지막은 말줄임……. 흰색 찻잔에 담긴 맑은 물에 푸른 잉크 한 방울 떨어뜨린 것처럼 보였다. 그렇게 서서히 퍼져나가는 잉크처럼 목차를 살폈다.


6개의 큰 제목, 그 안에 적게는 12개, 많게는 19개의 이야기가 담겨있었다. 모두 93개의 짧은 이야기. 단편소설집도 아니었고 제목을 보고 상상했던 옴니버스 이야기도 아니었다. 궁금증을 가지고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한 여자의 이야기, 귀하게 태어나 곱게 자랐고 지금도 여전히 고울 것 같은 한 여자의 이야기가 담겨있었다. 더없이 평범한, 옆에 서있으면 그 존재조차 알아채지 못할 만큼 평범한 한 사람의 이야기였다. 태어나고 자라고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아주 평범하기에 더없는 공감이 가득 남았다.


짧은 이야기가 아주 호흡 빠르게 이어졌고 93개의 이야기는 각각으로도 하나의 완전한 수필이었다. 그래서 더 편안히 읽을 수 있었다. 아니, 수필보다 조금 더 소중하고 조심스러운 일기처럼 느껴졌다. 속을 전부 보여주지 못하는, 누구에겐가 확인을 받아야 하는 방학숙제 일기처럼 천천히 주인공의 속을 드러내며 이야기는 이어지고 또 이어졌다.


책을 읽는 동안이 너무 편안했다. 짧은 호흡의 이야기들이라 편하게 읽을 수 있었다. 장편소설이지만 짧은 글을 모아 하나의 커다란 흐름으로 이어지는 이야기. 소설보다는 이야기라 부르고 싶다. 하지만 이야기는 이야기로만 이루어지지 않았다. 은유와 비유로 그리고 어떤 부분은 마치 시(詩)처럼 나의 모든 감각을 일깨워주기도 했다.


한 시간쯤 어딘가 사라졌다가 땀과 흙탕물에 흠뻑 젖은 지친 모습으로 돌아온 그들을 정성스레 씻겨 털을 곱게 말리는 작업에 열중하던 오라버니의 모습은 물기 마르지 않은 봄날의 수선화처럼 늘 생생한 그리움으로 남아있다. - P.29


눈으로 읽으며 머릿속에 배경이 그려지고 가슴속에 사람과 행동이 그려졌다. 글은 그림이 되고 그 그림은 짧은 영상이 되어 내 머릿속에서 재생되고 또 다음 장면으로 그대로 흘렀다. 93개의 이야기는 그렇게 내 마음속에서 장편 영화가 되었고 주인공의 대하드라마처럼 그려졌다. 그것이 작가가 이야기를 풀어내는 능력이지 싶었다. 거부감 없이 이야기를 받아들이고 가까운 사람의 감춰져 있던 놀라운 일들을 이야기로 듣는 듯한 착각에 빠지곤 했다. 그리고 이야기는 작가의 삶이었다. 


책의 뒷부분에는 주인공이 그림을 마주하는 장면이 나온다. 도대체 어떤 그림인지 궁금해서 화가의 이름으로 검색을 했고 책에서 설명한 그림이 바로 이 그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인공은 이 그림에서 많은 생각을 얻었는데 그림만 봐서는 큰 감흥이 오거나 하지는 않았다. 잠을 자고 있는 목동 혹은 여행자의 꿈에 세 명의 천사가 찾아와 선물을 건네주는 그림이다. 오르세 미술관은 파리를 여행할 때에 하루를 꼬박 걸려 전시품을 감상했던 적이 있다. 하지만 미술관에는 엄청나게 많은 미술품이 있어 내가 이 그림을 마주했었는지는 기억이 없다. 

Pierre Puvis de Chavannes의 le Rêve [출처 : 위키미디어]

마지막 장을 덮었을 때, 내가 숨 쉬고 있고 살아있음에 감사할 수 있었다. 지금이 힘든 사람들, 가족과 사람들 사이의 관계 속에서 힘들어하는 이들에게 조심스럽게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다. 자신의 이야기가 될 수도 혹은 이 이야기를 읽으며 나 자신에게서 한 발자국 떨어져 스스로를 바라볼 수 있는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하는 조심스러운 생각이 든다.

세 개의 보따리가 무엇인지는 여기에서 밝히지 않겠다. 내가 느낀 보따리 세 개가 정답은 아닐 테니 말이다. 직접 읽어보고 무엇인지 알아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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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염전 - 태양과 바다와 갯벌과 바람의 신을 만나다
곽민선 지음 / 지식과감성#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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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염부(鹽夫)”가 표준어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단어의 의미를 모르는 사람이 없다.

그런데도 국어사전에는 방언으로만 존재하는 단어다.


소금은 공기, 물과 더불어 생명의 필수 요소이다.

공기, 물을 만드는 이는 천지 창조주이다.

소금도 본디 창조주의 몫이었다.


창조주의 대리인으로

자연과 교감하며

소금을 생산하는 일에 종사하는 이들이

“염부”이다. - P.58


이 책을 감상하며 충격적으로 다가온 단어가 “염부”였다. 물고기 잡는 사람을 “어부(魚夫)”, 농사짓는 사람을 “농부(農夫)”, 광산에서 일하는 사람을 “광부(鑛夫)”라 하니 소금이 나오는 염전에서 일하는 사람을 염부라 부르는 게 마땅하다 생각했다. 하지만, 염부는 국어사전에도 전남 신안지방의 방언이라고 기록돼있다. 염부는 제대로 된 이름도 갖고 있지 못하는 직업이다. 


초가을은 햇볕이 좋고 바람이 선선해 소금이 오기에 좋은 환경이다. - P.52


소금은 바닷물에서 오기도, 생겨나기도, 태어나기도, 만들어지기도, 그리고 만들기도 한다. 또 바닷물에서 내기도 한다. 바닷물을 가두어 증발시키면 갯벌의 수많은 미생물이 그 바닷물을 정제한다. 옆으로 옮겨 한 번 더 증발시키고 그 물을 저장해 두었다가 볕 좋고 바람 좋은 날 소금을 불러온다. 기다란 막대기 끝에 달린 “대파”를 가지고 소금을 긁어모아 비로소 소금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천일염은 신이 만들어 낸다고 작가는 말한다. 바람의 신, 갯벌의 신, 태양의 신, 그리고 바다의 신이 함께 불러오는 것이다.


한낮 태양이 내리쬐는 염전에서 염부는 매번 태양의 신을 만난다.

태양신은 투명한 바닷물을 백색의 생염(生鹽)으로 창조한다. - P.35


아무것도 없는 것 같은 투명한 물에서 흰색의 소금을 만들어내는 태양.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것이 신의 속성이라면 소금은 태양의 신이 만들어낸 창조물이다.


소금 입자에 공간이 있는 것은 빛과 바람이 머물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 P.145 


소금값이 제법 오르고 있다고 한다. 후쿠시마 원전의 오염수 방류 때문이다. 하지만 책은 소금의 생산자나 소비자의 입장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소금을 불러오는 신, 소금을 긁어모으는 염부, 그 소금에 섞여 있는 땀, 그 속에서 우리가 알고 있어야 할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소금을 이야기하지만, 소금의 이야기는 전부가 아니다. 


책을 처음 받았을 때 판형이 커서 부담스러웠다. A4용지 한 장 보다 조금 더 큰 판형으로 무게도 제법 묵직해 잠자리에서 읽기는 어렵겠다 싶었다. 하지만 책의 겉장을 여는 순간 첼로를 안고 자세를 취한 작가의 사진에서 유쾌함이 느껴졌다. 어느 농부는 키우는 작물들에게 클래식 음악을 들려준다던데 작가는 소금에게 첼로 소리를 들려주는 것일까 하는 엉뚱한 상상을 하며 책장을 넘겼다.


책의 머리말을 쓴 건 4년 전으로 기록이 되어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출간까지 제법 시간이 걸렸다. 새벽의 염전 이야기로 시작해서 소금의 생산과정으로 끝을 맺고 있다. 하지만, 책 전부는 그것이 아니다. 글은 시()의 형태를 띠고 있지만, 내용은 시보다 더 진한 여운이 있다. 함축적인 단어, 공감각적인 특별한 요소가 없는데도 읽는 순간 그대로 시가 된다. 그것이 이 책의 매력이다. 


* 본 글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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