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모유키 - 제10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조두진 지음 / 한겨레출판 / 2005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은 무엇일까. 경주 감은사탑과 문무대왕릉이 있는 바닷가에서 일어나던 질문이다. 호국을 위해 위태로운 탑을 세워두고 죽어서도 호국하겠다며 왕은 스스로 수중에 묻혔다. 모래사장에는 여기저기 삼삼오오, 혹은 홀로, 술병을 세워두거나 과일을 늘어놓고 추운 곳에서 미동하지 않고 수평선을 향하고 앉아 무언가를 열심히 빌며 제사지내는 이들이 있었다. 묘한 대조라고 생각했다. 탑 쌓기를 지시하고 무덤을 세운자들과 제사지내는 이들은 서로 바라는 바가 다르다. 경계가 중요한 자들과 생이 중요한 자들은 바라는바가 서로 다르고 전쟁의 의미도 서로 다르다. 도모유키는 민초들에게 전쟁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글이다. 여전히 이라크나 팔레스타인, 아프리카 등등의 내전과 외전 가운데 전쟁을 지휘하지 않는 이들에게 전쟁은 적아의 구분없이 대개는 생을 멸하는 폭력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쟁이 진행된다는 것은 가끔은 의아한 일기도 하지만 거부와 저항은 간단한 일은 아니다.

보불전쟁을 배경으로 하는 모파상의 '비계덩어리'에는 독일병이 프랑스농민을 도와 농사일을 나누며 이웃처럼 동병상련하는 장면이 나온다. 독일로 돌아가면 그도 농민이고 전쟁이 어서 끝나 가족과 함께 평화롭게 농사짓고 살기를 바라는 독일병사에게 프랑스 농가는 지켜주고 싶은 가족처럼 보였던 것이다. 그들 사이에 사사로운 적대감이나 대립해야할 이유는 딱하니 없다. 도모유키는 임진왜란을 겪는 일본인 민초와 민초출신 병사들의 삶의 내력을 그리며 전쟁의 실상을 직시하게 한다. 민초들에게 전쟁은 대개가 허무하다. 극단의 폭력인 전쟁은 거부되어야 한다.

한국인이 일본인을 주인공으로 소설을 쓴다는 아이디어가 좋았다. 작가의 아름다운 문장력이 개성있는 문체로 뒷받침 되어 좀더 작가의 색깔과 힘이 실리기를 바란다. 청소년들에게, 특히, 전쟁을 전략구사와 게임의 하나로 여기기 쉬운 청소년들에게 좋은 소설이겠다. 성인들에게도 물론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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