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이런 가족

어쩌다 이런 가족
전아리 지음 / 다산책방 / 2016년 8월

나에게 "가족"은 전부이다.

어릴 때 부모님과 함께 살 때도 그랬고

평생을 함께 하고픈 한 사람을 만나 새로운 가족을 만들어

아이의 엄마가 된 지금은 더욱 그렇다.

어쩌다 이런 가족

모든 가족은 막장을 겪는다

이 가족은 조금 더 막장이었을 뿐!

'가족'이라는 두 자 아래 철저히 분리되어 있는 자신의 공간안에

그려져 있는 한 가족의 모습이 보인다.

언뜻 봐도 가족간의 대화나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가족의 모습이 표지의 그림을 통해 전해지는 듯 하다.

아니나 다를까 책의  차례를 훑어 보아도 그랬다.

국내 최고 출판사를 운영하고 있고 영화와 건축업까지 승승장구인 아버지 - 서용훈

교수 집안의 자녀로 대학교 이사장의 딸이면서 유화를 전공한 우아함 그 차제의 어머니 - 유미옥

철저히 계획적으로 부모의 설계대로 고품격 교육을 받아온, 마더 테레사인 첫째딸 - 서혜윤 

잘난 언니와 늘 비교대상인 둘째딸 - 서혜란

스펙이 좋은  이 가족들~

말 그대로 금수저 가족이다.

식사 시간 외에는 말도 잘 안한다는 이 부족함 없는 조용한 가족에게

첫째딸 혜윤의 충격적인 사건은 이 가족에게 없던 소음을 만들어 준다.

그 상황에서 이 가족은 혜윤을 생각하는 마음에서라기보다는

각자 자신들에게 피해가 없기 위해 이 일을 해결하려고 한다.

이 사건의 당사자인 혜윤 역시 그러했고..

이 조용한 가족에게 있어 반가웠을지 모르는 가족들의 대화가

싸움과 큰 목소리로 찾아왔고, 어쩜 이 불행한 상황 자체도 이 가족에게는

반가운 소음이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씁쓸하기까지 했다.

감정이 어떤 형태로든 조금이라도 남아 있을 때, 우리는 소리를 내야만 한다.

그 사람이 내 말을 듣고 있지 않다는 걸 알더라도,

그 소리가 가끔은 소음일지라도 내가 지금 이런 감정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끊임없이 상대에게 알려주어야만 한다.

그리고 혹시나 내가 그 사람이 내는 소리를 놓치고 있는 건 아닌지 귀를 기울여야 한다.

관계가 어긋난 순간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쉬운 길은 상대를 포기하고 떠나는 것이다.

(p.226 ~p.227 작가의 말 중에서) 

고상한 첫째딸 혜윤의 동영상 유출이라는 충격적인 사건을 중심으로

흘러가는 이야기라 눈을 떼지 못하고 재미있게는 봤지만

이 책을 보고 다가오는 생각들은 내 옆에 가족들을 바라보게 한다.

책 속의 가족과는 다른 환경과 상황이지만 나의 소소한 행동들로

조금씩 감정을 숨기고 소리를 줄여가게 되지는 않을지 걱정이 되기도 한다.

처음에는 <어쩌다 이런 가족>이란 책의 뒷 표지에 쓰여진

모든 가족은 막장을 겪는다

이 가족은 조금 더 막장이었을 뿐!

을 보고 이해할 수 없는 문구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책을 다 보고나니  이런 가족은 누구나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책을 보고 '가족의 소통'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느낄 수 있었다.

내가 전부라고 말했던 내 가족들을 떠올리며

조금 더 크게 귀를 열고, 또 그 말에 반응하며,

소소한 내 감정이라도 가족들에게 전하면서

가족간에 흐르는 행복의 소리를 만들며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