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내 인생에서 남편은 빼겠습니다
아인잠 지음 / 유노북스 / 2019년 10월
평점 :
절판
개인적으로 에세이집을 좋아한다.
형식에 얽매이지 않은 작가의 경험과 생각, 느낌들을 통해
다양한 감정을 공유하고, 또 생각해 볼 수 있기에 에세이집과 함께 하는 시간이 즐겁다.
그래도 보통은 제목이 서정적으로 다가오는 책들을 선택하곤 했는데
이번 책의 제목은 뭔가 부정적인 느낌을 주는 반면,
왠지 더 읽고 싶은 충동을 일으키는 책이었다.

내 인생에서 남편은 빼겠습니다.
[당신이라는 존재가 사라진 순간 찾아온 나의 두 번째 인생]
[아인잠 / 유노북스]
내 인생에서 남편을 빼겠다는 말...
그렇게 마음먹기까지 저자는 얼마나 힘든 시간을 보내왔을까
같은 여자로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그렇게 그녀의 이야기를 통해 저자가 전해주는,
또 내가 이 책을 통해 얻게 되는 메시지가 궁금했다.
"아이 셋, 결혼 13년 차 경단녀, 평범한 전업주부"
저자를 표현한 말을 보며 어? 나도 그런데 라는 생각에 더 공감을 하며 읽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녀는 나와 달랐다.
결혼 13년 차지만 졸혼 1년 차이기도 하니 말이다.
책 속에는 "당신이라는 가장 완벽한 환상"이라는 표현을 시작으로
저자가 남편을 처음 만나 결혼을 하기까지,
또, 결혼 후의 시간들을 보내며 졸혼을 통해 독립하기까지의
저자의 에피소드들이 가득하다.
결혼 연차가 저자와 비슷하다 보니 책을 읽으며 얼마나 몰입이 되던지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다만 요즘 쏟아지는 잠 때문에 속도가 좀 더뎠다는 사실 ㅠㅠ*
나에게도 그랬던 호시절이 있었다.
결혼을 하더라도 사랑의 표현은 변할지언정 그의 인성은 변하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그는 내가 느끼기에 반듯했고 다정했고 변함없는 사람이었다.
한결같고 진중했고 친절했고 나에게만 섬세했다.
때론 어른 같았고 때론 오빠 같았고 아빠 같았고 친구 같았다.
그와 있으면 안전하게 느껴졌고 어떤 인생길이 나타나더라도
지혜롭게 판단하며 제 길을 찾아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 p.41 中-
세월이라는 시간이 흐르고 있기에 모든 사람은 그 시간속에서 변하게 한다.
나 자신도 예외가 아닌데 부부라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걸 알고 있으면서도 결혼 전에는 이 사람의 이것만은 그렇지 않을거야라고
믿게 되는 것들이 꼭 있는 것 같다.
어쩜 믿음보다 내가 상대에게 간절히 바라는 것에 가까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어지는 결혼 후의 저자 남편의 모습은 정말 너무하다 못해 화가 난다.
아무리 사람이 변한다지만 다른 사람 같았다.
그 좋았던 모습의 사람이 이렇게 달라질 수 있단 말인가?
특히 먼 곳에 사는 친구가 선물을 바리바리 싸가지고 집에 놀러 와서
고맙고 미안한 마음에 쌀을 퍼줬다는 저자의 말에 밥상을 엎었다니...
난 절대 용납이 안 된다. 그 어느 상황에서도 나올 수 없는 행동이다.
그것도 저런 이유로... 더 웃긴 건 신혼 때의 일이라니... 참 화가 난다.
그리고 그에 대한 저자의 상황과 이야기는 더 가슴이 아파왔다.
이혼을 결심해봐도 세 아이와 함께 할 경제력이 없다는 것...
전업주부로 살며 남편에게 의지하며 살 수밖에 없는 현실은
나 역시 공감되는 부분이라 더 씁쓸했다.
책을 읽으며 결혼에 대해 또 남편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다행스럽게도 난 나름 행복하다고 생각하며 결혼생활을 유지하고 있는 중이지만,
그래도 이젠 내 인생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생각해볼 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보기도 했다.
내 인생에서 결혼이란… ‘구두’ 같다.
내 발에 꼭 맞지도 않고 기대만큼 예쁘지도 않지만 신지도 못하고,
벗어던지지도 못하고, 버리지도 못한 채로 그냥 살고 있다.
그 구두가 애초에 내 것이었는지, 내 것이 아니었는지조차 모르지만 여전히 신발장 안에 있다.
이제 그 신발장 안에서 구두를 꺼내 던져 버리고,
내 발에 편한 운동화를 신고 세상을 향해 뛰어나가고 싶다.
- p.197 中-
결혼을 구두에 빗대어 이야기한 저자.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는 글이었다.
특히 저자가 꿈꾸는 결혼이 <신데렐라>의 '구두' 가 아닌
<달려라 하니>에 나오는 편한 '운동화'였을지도 모른다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그 누가 신데렐라의 유리구두를 마다한다 말인가?
편한 운동화를 신고 뛰어나가 응원과 격려를 받으며
자신의 일을 향해 가고자 하는 그녀를 향해 응원을 보내고 싶다.
자신의 경험이 누군가에겐 절망의 끝에서 일어서는 용기가 되길,
자신의 눈물이 누군가에겐 마음을 위로해 주는 따뜻함이 되길,
자신의 용기가 누군가에게는 삶의 끝에서 다시 주먹을 불끈 쥐는 힘이 되길,
자신의 책이 누군가에겐 세상에 홀로 남겨져 있지 않다는 깨달음이 되길,
누군가에겐 꿈을 다시 생각나게 하고,
진정한 자아를 회복하는 어느 한순간이 되길,
이것이 저자가 전하고 싶은 저자의 꿈이라는데
이 책을 통해 그 꿈을 이룰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이 책을 통해 내 삶의 의미를 진지하게 생각해볼 수 있어서 좋았고
무엇보다 요즘 나를 위한 무언가를 해보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저자의 글이 그 마음에 불을 지펴준 거 같아 고마웠다.
책 뒷부분의 세상밖으로 나오기 위한 마음가짐의 내용들은
나를 위한, 이 책을 읽고 있을 많은 기혼여성의
인생을 위한 좋은 조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