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너의 꽃이었으면
류인호 지음 / 이노북 / 2019년 8월
평점 :
절판


정에 약하고, 눈물이 많고,

때론 고집스럽지만 뒤끝이 없는....
그런 나여서인지 때론 감성에 젖는 시간이 참 행복하게 느껴진다.
책을 읽고 있는 요즘~
정작 내가 좋아하는 에세이집은 통 읽지 못하고 있었던 것!
오늘 이 책을 만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내가 너의 꽃이었으면
[류인호 / 이노북]


보라와 핑크의 그라데이션 효과로 더욱 예쁜 핑크빛을 띄는 표지~
달과 별이 있는 밤에 배낭을 멘 한 남자가 보인다.
두 손으로 핑크빛 꽃다발을 들고 걸어가는 남자..




그대를 가슴에 품을 거예요.
여행을 마치 후,
당신 앞에서 환하게 웃으며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꽃을 들고
자랑스럽게 설 수 있는 그 날을 그리며

 
궁금해 뒷면을 돌려보니 핑크 원피스를 입은 한 여자가 뒤돌아 서 있다.
이 장면만으로 그려지는 모습들....
책 제목도 너무나 예쁜
'내가 너의 꽃이었으면' 이다.


이 책은 한 사람을 마음에 품고 
1년간 30여 개국을 여행한 저자의 여행에세이이다.
그 속에는 저자가 여행을 다니며 만난 풍경과 일상의 사진들과 
저자의 가슴 속 그녀를 향한 사랑이 담겨 있다.





 
1년간 세계여행을 한 저자의 에세이여서 그런지
목차도 봄/ 여름/ 가을/ 겨울로 구성되어 있다.
각 장의 시작 페이지는 그 계절을 연상하게 하는 일러스트와
연인으로 보이는 남, 녀가 있어
홀로 떠난 여행이었지만 그의 곁에는
늘 그녀가 있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당신>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
나를 자랑스러운 사람으로 만드는 사람
내가 좋은 사람이 되게 해주는 사람
내가 살아가는 이유를 알게 해주는 사람

그냥 보면 행복해지는 사람
-p.25 中-

사랑하는 사람을 떠올리면 드는 생각..
아직 그녀를 사랑하는 저자의 마음이 느껴진다.
나도 한때는 내 반쪽에게 
내 반쪽이 나에게 서로 전한 말이었을 것이다.
세월이 흘러 사랑이란 감정이 익숙함으로 변했대도
사랑하고 있다면 평생 유효한 글^^
새삼 내 옆 반쪽에 대한 내 사랑을 확인해 본 순간이었다.


<피사체>

사랑하는 사람을
카메라에 담은 연인

그리고 그 둘을 담는 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진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담은 사진이겠죠.
-p.44 中-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진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담은 사진이라는 말이 와닿았다.
나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내 카메라에 자꾸 담게 되는 사람의 사진이
지금 보면 내가 사랑하는 이들이기에 말이다.
내 반쪽,
그리고 나의 모든 것인 우리 아이들,
부모님과 내 형제,
이렇게 담은 사진들을 한 장씩 넘겨볼 때마다
나도 모르게 웃게 되는 건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니 더욱 그럴 것이다.
저자도 사랑하는 연인의 모습을 자신의 카메라에 담으며
마음속 그녀를 떠올리고 있었구나 싶은 생각에
저자가 찍은 예쁜 사진을 보며 좀 안타깝기도 했다.

<기차>

기차를 탔다
좌석에 앉아 하늘을 바라보고 있다
티 없이 맑고 순수한 게
너의 웃음을 닮았다

어느덧 창가에는 달이 떴다
달이 내가 가는 곳을 쫓아오는 줄 알았는데
내가 너로부터 도망치는 것이었다

너는 항상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는데
내가 달아나는 것이었다

돌아가는 기차를 타야겠다
이번엔 내가
너를 따라갈 수 있게
너에게 닿을 수 있게
-p.56 中-

전에는 몰랐는데 이젠 알았어..
이젠 내가 갈게란 의미의 글~
매우 그리웠구나 싶다.
사랑할 때는 왜 더 깊이 생각하고 바라보지 못하는 걸까?
지나고나면 참 그 부분이 매번 아쉽다.
결혼을 하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살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난 그 순간순간마다 상대방의 진심을 모를 때가 많기에 말이다.

이 외에도 여행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글도 있다.
이렇게 저자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다 만나보고 나서
다음 페이지를 넘기면 책을 읽기 전 유심히 봤던 페이지가 보인다.



책 표지의 앞면과 뒷면을 연결해서 보며 상상했었는데
<너에게 가는 길>로 저자의 남은 이야기가 있었나보다.



 

그렇게 다음 페이지를 또 넘겨보면
저자가 여행한 싱가포르부터 발리까지의 사진이 왼쪽 페이지에~
오른쪽 페이지에는 그녀를 향한 한 줄의 글이 이어져 적혀 있다.
왜 한 페이지의 여백을 저렇게 비워놨을까?
곰곰이 생각해봤지만, 솔직히 저자의 의도는 잘 모르겠다.
그녀를 가슴에 품고 여행을 하며 더 커져 버린 그녀에 대한 저자의 사랑..
그리고 그 사랑의 크기만큼이나 커져 버린 그녀의 빈자리를 남겨둔 게 아닐까 싶다.

책을 다 보고 나니 한 남자의 사랑이 담긴 가슴 속을 들여다본 기분이다.
새삼 남자도 여자만큼 감성적이고 사랑에 있어서는 부드러울 수 있다는 걸 느낀 순간이기도 하다.
갑자기 이 책 제일 처음에 적혀있던 김춘수 선생님의 <꽃>이란 시가 떠오른다.
김춘수 선생님의 시의 꽃처럼 저자도 그녀의 꽃이었으면 하고 바랐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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