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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끼고 아는 존재 - 인간의 마음은 어떻게 진화했을까
안토니오 다마지오 지음, 고현석 옮김, 박문호 감수 / 흐름출판 / 2021년 8월
평점 :
느끼고 아는 존재 | 안토니오 다마지오, 고현석, 박문호 저
간만에 뇌과학 책. 존재하고, 느끼고, 알아가는 과정으로 인류가 발전했다는 부분은 상당히 흥미로웠다. 더군다나 이성적으로 ‘알아가는‘ 과정에 앞서 감성적으로 ’느끼는‘ 과정이 앞서있다는 부분이.
느낀다(feeling)는 것은 단순히 감각기관에 의해서 수집된 감각을 감지한다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내부에서 그 감지된 정보를 수합하여 특정한 마음을 불러일으키는 감각을 의미하는 것이라 이해했다. 예를 들면, 추운 겨울날 열린 창문으로 들어오는 찬 바람에 ‘차갑다’라는 느낌을 가지는 것을 피부의 감각수용기를 통해 감지된 단순한 감각이라고 본다면, ‘차갑다’는 정보를 가지고 ‘감기에 대한 염려의 감정‘ 또는 ’얼마전 헤어진 연인을 그리워하는 감정‘을 느끼게 되는 것은 그보다는 한 단계 더 나아간 ‘느낌’의 영역이라는 것이다. 이는 다분히 외부세계와 개인 내부의 양방향성의 소통이며 개인의 경험과 기억에 크게 좌우될 수 있겠다.
실제로 이 책의 저자 다마지오는 안외전전두엽에 종양이 생긴 환자를 관찰하면서 감정이 거의 사라진 사람이 생존에 중요한 판단력이 흐려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판단력은 이성이 아니라 감정에서 생긴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다양한 느낌을 가질 수 있도록 많이 경험하고, 감성을 풍부하게 배양하는 것이 앎에 다가가는데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일 텐데, ‘감성보다는 이성’이라 생각했던 이전의 사고방식에 전환이 필요한 시점일 듯 하다. 감정적인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봐야 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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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여기까지 이끈 생명의 역사가 서로 확연히 구분되면서도 연속적인 세 가지 단계로 이루어졌다. 첫 번째 단계는 ‘존재being’의 단계다. 두 번째 단계는 ‘느낌feeling’의 단계다. 그리고 세 번째 단계는 일반적인 의미에서의 ‘앎knowing’의 단계다.
기억된 이미지의 공통부분이 개념이 되고 이미지가 부호로 전환되어 언어가 출현한다. 이미지가 언어로 표상되면서 대규모의 정보에 신속하게 접근하게 된 상태가 바로 의식이다. 인간은 확장된 항상성인 느낌과 의식의 작용으로 통합된 정보를 즉시에 이용할 수 있는 유일한 종이 되었다. 통합된 정보가 바로 지식이며 앎의 세계이다. 그래서 다마지오의 뇌과학은 존재에서 느낌으로 느낌에서 앎으로 나아간다. 알았다는 상태가 바로 의식이다. 그래서 의식은 지식이다.
인간의 지능과 감성이 만들어낸 위대한 예술 작품으로부터 우리가 느끼는 조화로움이나 공포 뒤에는 그와 관련된 행복감, 즐거움, 괴로움, 고통의 느낌이 존재한다. 이런 느낌 뒤에는 항상성 요구를 따르는 생명 상태와 그렇지 않는 생명 상태가 존재한다. 또한 이런 상태 뒤에는 생명 유지와 우주의 항성들과 행성들의 움직임을 조율하는 화학적·물리적 과정들이 존재한다. 이런 우선순위를 인정하고 상호의존성을 인식하면 인간이 지구와 지구상의 생명체들에 가하는 피해를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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