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큰 컨트리
클레어 레슬리 홀 지음, 박지선 옮김 / 북로망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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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에 잡은 순간 멈추지 못하고 계속 읽어내려갈 수밖에 없었다. 현재와 과거가 한 페이지씩 교차되며 흥미롭게 전개되고, 누군가 가지고 있을 법한 첫사랑의 기억과 비극적인 현실이 비교되는 가운데 안타깝게 헤어졌던 첫사랑의 남자를 눈앞에 마주한 여자 주인공의 심리상태야 말로 다음내용을 궁금하게 하는 소재로 충분했다. 더군다나 2년 전 남편의 부주의 때문에 어린 아들을 사고로 잃었고, 그 이후로 지금까지 부부사이가 공허하게 되어버린 상황이라면 그 남자의 출현으로 그녀가 느꼈을 마음의 흔들림은 이해되는 부분도 있다. 엄밀하게 말하자면 전체 이야기의 틀은 이혼한 채 아들을 데리고 나타난 전남친과 어찌됐든 결혼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유부녀 사이의 불장난 때문에 벌어진 시동생의 사망사건이다. 그러나 그 뒷면에는 몇 년동안 사람들이 숨겨왔던 비밀과 오해에 얽힌 가슴아프고 안타까운 진실도 담겨있어 죄의 잘잘못과 소설을 결말을 쉽게 예상하기 어렵게 만든다.

상당히 귀족적이고 잘생긴 첫사랑의 남자 게이브리엘은 전형적인 자기만족과 자존심으로만 똘똘뭉친 미성숙한 남자의 전형이다. 여기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속물적이고 여성스러운 인형같은 여자들과는 달리 독립적이고 자유스러움이 가득한 시골소녀 베스에게 첫눈에 호감을 느낀 것은 너무나 당연했다. 그렇게 사랑하고 애인관계가 되었지만, 자신의 애정이 의심받았다는 사실에 분개하여 결국 그녀와 헤어지고 만다. 결혼과 이혼을 거치며 다시 그녀를 만났을 때 또다시 그녀와 심각한 관계가 되지만 모든 것이 밝혀질 위기상황에서 그는 베스를 위해서 직접 행동하기 보다는 그녀가 선택해주기를 바란다.

“그래서 넌 어떻게 하려고?” 게이브리엘이 나지막이 물었다.
우리가 아니라 ‘너‘였다. 딜레마에 빠진 사람은 그가 아니라 나였다. 게이브리얼은 원하는 누구든 사랑을 할 수 있는 상황이다. 그 사랑을 자유롭게 되돌려줄 수 없는 여자를 선택한 건 그저 운나쁜 일일 뿐이었다. __276쪽

너무 짜증난다. 베스를 사랑하지만 안전하고 아름답게 사랑할 수 있을 때만 그렇게 하겠다는 느낌. 이에 비해서 베스의 남편 프랭크의 사랑은 그야말로 지고지순, 희생적인 사랑이다. 13살 때 스쿨버스 안에서 그녀를 눈여겨 보았을 때부터 키워온 시골 농장주인의 우직함이 묻어나는 흔들림없는 사랑. 결국에는 자신이 모든 것을 다 떠안고 묵묵히 짐을 감당한 후에 자신이 그리던 행복한 미래를 현실로 실현시킨다. 출소 후 마침내 미뤄왔던 자신의 딸 그레이스와 눈부신 농장의 햇살 아래서 첫대면을 하는 세 가족의 재회 장면은 너무나 아름다웠다. 첫사랑을 실현시키는 사람들은 얼마나 행복할까 싶기도 하지만, 평생을 함께 할 제대로 된 사람을 만나는 것이 더 중요할 거 같다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된다. 영화로도 만들어진다니 기대가 되기도 하고.

섬세하고 치밀하게 빚어진 완벽한 스토리
-단 1만 단어로 에이전트 계약 성사
-출간 전 소니 픽쳐스 영상화 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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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들도 엄마랑 아빠처럼 평생 한 사람을 사랑하나요? 아니면 다른 사람을 먼저 사랑할 수도 있나요?” 바비가 느듯없이 내게 물었다.
아이의 다정하고 순수한 목소리가 식탁 위를 가르자 다른 대화는 이내 수그러들었다. 방 안에 어색함이 뚜렷해졌다. 니나는 혼자만 뭔가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당황했다. 아무도 나서서 말하지 않았고 대답은 내게 맡겨졌다.
“한 사람만 사랑하는 게 가장 단순하지. 하지만 중요한 건, 평생을 함께 보낼 올바른 사람을 찾는 거야. 어떤 과정을 거치든지 말이야.”

브로큰 컨트리 | 클레어 레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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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오 이후의 중국
프랑크 디쾨터 지음, 고기탁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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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옌의 <개구리>, 위화의 <인생> <허삼관매혈기>, 다이허우잉의 <사람아, 아, 사람아!> 같은 작품들을 재미있게 읽으면서 중국혁명사를 알면 이해가 쉽겠다 하는 아쉬움이 늘 있었는데, 그런 갈증을 바로 이 책이 모두 해소해주었다. 모택동이라고 배웠던 마오 주석 시대부터 가장 최근까지 어마무시한 권력을 쟁취하기 위한 공산당 내부 유력자들의 엎치락뒤치락하는 권력투쟁과정, 권력의 크기에 비해 무계획하고 무능력한 권력자들, 비폐해지는 나라꼴에도 불구하고 절대 놓지못하는 중국식 사회주의와 무참한 학살의 역사 등등 너무나 흥미진진한 중국의 모든 이야기들이 담겼다. 


초고속 성장을 거둔 중국의 지난 40여 년간의 현대사 이면에는 강력한 통제, 모순과 환상, 끊임없는 권력 암투가 자리해 있다. 당의 주도하에 질서 정연하게 발전해 나가며 경제 기적을 일으켰다는 평가는 그저 외형적 서사에 불과하다. 특히 2008년 금융 위기 속 독단적 행보, 서구의 간섭을 향한 적대감, 세계에서 가장 정교한 감시 체계를 갖춘 독재 체제로 나아가는 과정에 주목한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공산당의 목표는 민주주의 진영에 합류하는 것이 아니라, 그에 저항해 우위를 점하는 것이라고 결론짓는다. 


책을 읽으면서 오래 전 호주에 있을 때 텔레비젼에서 봤던 ‘탱크보이’에 대한 다큐멘터리도 다시 기억이 났다. 알고보니 2차 천안문 사태 때 맨몸으로 탱크 앞에 나서서 학살을 멈추라고 일침을 놓았던 용감한 시민에 대한 이야기였다. 이번에 책을 읽으면서 1차, 2차 천안문 사태에 대해서도 처음 제대로 알아보는 기회가 됐다. 천안문 사태 때마다 부정부패와 관료주의, 나아지지않는 궁핍한 생활 때문에 대학생과 지식인을 중심으로 한 중국인민들 사이에서 ‘민주주의’를 원한다는 구호가 나왔다는 것은 정말 깜짝 놀랄만한 정보였다. 


가진자들의 수탈에서 벗어나 모든 사람들이 똑같이 일하고 똑같이 나눈다는 공산주의도 결국은 권력을 탐하는 지도자들 때문에 원래의 아름다운 취지 따위는 무색해지는 것인가. 하긴 민주주의 국가도 별다르지 않은 사실을 생각해보면 사람들의 행복을 망치는 것은 바로 무소불위의 권력과 이를 탐하는 지도자들 아닌가 싶다. 


중국에 대해서 절대 호의적인 시선은 아닌듯 보여서 책을 쓰기위해 사용한 자료의 출처와 저자에 대해 궁금했다. 저자 프랑크 디쾨터는 독보적인 중국 현대사 연구자이자 저술가로 1961년 네덜란드 출신. 그가 중국을 주제로 펴낸 10여 권의 저서들은 현대 중국을 바라보는 역사가들의 시각을 바꿔 놓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그의 <인민 3부작>은 비교적 최근에서야 일반에 공개된 중국 공산당 기록 보관소의 자료들을 바탕으로 하여, 마오쩌둥의 공산주의가 중국 인민들의 삶에 끼친 영향을 현장감 있게 그려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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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오쩌둥은 한때 펜이 총만큼이나 위험한 도구라고 단언한 적이 있었다. 외신 기자들이 점점 더 많은 협박과 추방을 당하는 상황에서도 현지 기자들은 〈절대적인 충성〉을 요구받았다. 시진핑은 중국 언론 매체가 〈당을 사랑하고, 당을 보호하고, 당 지도부와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대학교수들은 학생들이 보는 외국 교과서를 제한하고, 〈그들의 머릿속〉에 마르크스주의 가치관을 직접 주입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새로운 이념적 냉전 속에 검열은 더욱 늘어났다. 조지 오웰이 쓴 『동물 농장』과 『1984』는 모두 금지되었고 〈곰돌이 푸〉도 푸가 시진핑을 닮았다는 소문이 돌면서 지하로 들어갔다. 어린이 만화 「페파 피그」도 위험한 외국 이념의 체제 전복적인 상징으로 간주되어 텔레비전과 책에서 사라졌다. 2020년 7월에는 전국의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 정화 운동이 실시되면서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못한 책들이 전부 폐기되었다. 그 자리는 공산당 선언문과 마오 주석이 쓴 시를 비롯해 교육부가 만든 목록에 있는 새 책들로 채워졌다.


마오 이후의 중국 | 프랑크 디쾨터, 고기탁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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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최전선 프린키피아 4
패트릭 크래머 지음, 강영옥 옮김, 노도영 감수 / 21세기북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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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박태웅의 AI강의>에서도 기초과학을 육성해야 한다는 말을 읽었는데, 탄탄한 기초과학을 통해 미래를 내다보는 이야기다. 독일의 거대한 기초과학 시스템 막스플랑크협회의 회장이 저자. <과학의 최전선>이라는 제목에 어울리게 우주에 대한 이야기에서부터 지구의 복잡계와 생태계, 진화와 세포, 의학과 노화, 인공지능과 수소 에너지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책의 말미에는 사회와 법, 아름다움에 관련된 이야기까지 언급하는 그야말로 과학과 관련있는 전체적인 흐름을 설명하는 총서 느낌이다.
‘아는 것은 적용하는 것에 앞선다’라는 문장이 기초과학의 중요성을 가장 잘 설명하는 막스플랑크협회의 모토이며, 베르린의 막스플랑크협회 세미나장 하르나크하우스 벽에 쓰여있다는 괴테의 문장도 몹시 마음에 들었다.

“생각하는 자의 가장 큰 행복은 연구할 수 있는 것을 연구하고 연구할 수 없는 것을 잠잠히 경외하는 것이다.(394쪽)“

미래를 향한 현대과학의 오늘을 알아가는 것도 재미있었지만 사실 아직 풀지못한 비밀도 많다는 것. 그런 문제에 직면할 때마다 연구자들이 어떤 심정인지를 묘사한 저자의 표현들이 너무 멋지게 다가왔다. 이 만큼의 과학발전을 이룬 것이 바로 그런 과학자들의 도전의식 때문이리라.

“ 연구자들은 학문을 하다 보면 시도 때도 없이 마주치는 이런 상황에 겁을 내기는커녕 오히려 자극을 받는다. 그리고 인간은 새로운 통찰을 얻는다. 하나의 문을 열면 또 다른 문이 나오고, 심지어 수많은 문이 나올 때도 있다. 문을 열 수 있는 열쇠가 언제 나올지 정확한 시점을 알 수 없는 경우도 태반이다. 그럼에도 인간은 문을 향해 계속 나아간다. 생각지도 못했던 방법을 통해 다음 열쇠를 찾기도 한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기 때문이다. (43쪽) ”

인류의 진화를 논하면서 생물학적 진화 뿐 아니라 거기에 사회문화적 진화까지 염두에 두고 생각해야 한다는 것 역시 생각해 볼 문제다. 숫자와 실험으로 대변되는 과학만 가지고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 연구자들이 과학과 인문학에 두루 정통해야 할 필요성과 당위성을 보여주는 대목인듯 싶다. 수소 에너지나 녹색 철광에 대해서는 이전에 들어보지 못한 부분이라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특히, 천체물리학 부분을 읽으면서는 직전에 읽었던 <우주를 정복하는 딱 10가지 지식>에서 한 번 읽었었던 ‘암흑 물질’이 소개되어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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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은 경탄, 호기심, 질문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연구 계획이 수립되고 데이터가 수집되고 가설이 생성된다. 이를 통해 학문은 아이디어, 통찰, 기술을 제공한다. 이렇게 새로운 행동의 선택지가 마련되고 이를 실행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제품, 치료, 법 개정 등이 이뤄진다. 학문은 무엇이 만들어질 수 있는지 제시하지만, 사회는 실제로 만들어지는 것에 대해 결정한다. 그리고 정치는 이에 유리한 제반 조건을 마련하고 필요한 경우에는 규제를 통해 개입한다.
하지만 이렇게 단순하게 흘러가는 경우는 드물다. 현실은 훨씬 더 복잡하다. 대부분 학문은 우리를 미래의 세계로 직접 인도하지 않는다. 연구는 보이지 않는 것에 빛을 비추고 현실을 더 정확하게 알 수 있도록 우리는 도화주지민 일반적으로 단지 더 많은 디테일을 제공할 뿐이다. 때때로 우리는 이런 연구를 통해 미래의 세계를 열 수 있는 결과를 얻는다. 나는 이런 획기적인 통찰을 ‘변혁적’이라고 표현한다. 연구자들이 미지의 세계에 발을 들였을 때 그곳에서 길을 찾지 못하기 때문이다.
발걸음을 뗄 때 비로소 길이 만들어진다. 핵심은 그 길을 걷는 과정에서 항상 신중해야 하고, 예상치 못했던 것을 깨닫고, 계속 추적해가는 것이다. 따라서 탁월한 연구자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게 중요하다. 이들은 미개척 영역에서 길을 닦고 변혁적인 지식을 세상에 전달하기 때문이다. (395-396쪽)

과학의 최전선 | 패트릭 크래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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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꿈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25
황석영 지음 / 민음사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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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석영 선생이 얼마나 대단한 작가인가를 절실하게 깨닫게 해준 중단편 모음집. 그동안 나름 횡석영 작가 작품를 읽어봤다고 생각했었지만 사실 크게 그 명상을 체감하지는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저 ‘흠… 괜찮네’ 했던 정도? 그런데 이 책속에 들어있는 중단편 소설들은 어느 하나 쉽고 가볍게 넘겨버릴 수 없을만큼 때로는 긴장감 넘치고 때로는 처절하다.
질고 모진 목숨 부지하고자 짠내나게 살아왔던 우리나라 한 시대의 평범한 사람들 이야기가 이토록 사실적으로 그려지다니 정말 놀랍다. 작가가 직접 경험하지 않고서는 이런 작품들을 써낼 수 없었을텐데 하는 느낌이 들어서 황석영 선생의 실제 인생이 궁금해질 정도다. 그의 베트남참전경험이 녹여난 작품들도 몇 편 들어있다.

이번에 알게됐는데, 황석영 선생이 만주에서 태어나셨다고. 그분의 연보를 찬찬히 읽어보니 그 자체로도 영화같이 파란만장하다. 남들이 하지않는 선택도 마다하지않는 정의감, 용기가 그런 영화같은 삶을 살게한 동력이 아니었을까. 주로 생존문제에 직면한 노동자들의 노동쟁의 과정이나 월남전에서 목숨을 건 사투를 하는 군인 혹은 그 트라우마로 전쟁후에도 힘들어하는 사람들, 또는 배운것 없이 그저 몸뚱이 하나로 하루하루 살아가는 소작농, 술집 작부 등등 사회의 맨 밑바닥에 깔린 인생들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을 쓰는 이유도 작가 자신의 성정과 맞닿는 부분이 있는듯.
이 책의 표제작 <돼지꿈>의 한 대목은 흡사 그런 고단한 삶을 영위하는 사람들을 위한 위로인듯 읽혔다.

“공부 못 하고 죽은 귀신 대학교 앞에다 묻어주고, 돈 못 쓰고 죽은 귀신 명동 입구에다 묻어주고, 춤 못 추고 죽은 귀신 호텔 앞에다 묻어주고, 책 못 보고 죽은 귀신 만화방 앞에다 묻어주고, 등산 못 가 죽은 귀신 야호 앞에다 묻어주고, 장가 못 가고 죽은 귀신 종삼에다 묻어주고, 술 못 먹고 죽은 귀신 무교동에 묻어주고, 휴일 없이 죽은 귀신 예배당 앞에 묻어주고, 자가용 못 타고 죽은 귀신 양옥집 앞에다 묻어주고, 쪼꼬레또 못 먹고 죽은 귀신 월남에다 묻어주고, 밥 못 먹고 죽은 귀신 밥솥에다 묻어라. 공돌이 각설이 들어간다. 어, 시끄럽다 각설아, 한 푼 줄게 꺼져라!”

소설인데 영화를 보고있는 듯한 긴박감을 주는 장면이 펼쳐지는 부분도 너무 감탄스러웠고, 이야기를 흥미를 놓치지 않으면서도 말이 되게 이끌어가는 재주도 너무 탁월했다. 어떻게 이런 줄거리에 이런 장면들을 탁탁 가져다 쓸 수 있는건지 놀라울 따름.

돼지꿈
물개월의 새
철길
종노
밀살
야근

삼포 가는 길
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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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번을 쏘았다.”
“일곱 발.”
“계급장을 쏘았다.”
“여섯 발.”
“영창을 쏘았다.”
“다섯 발.”
“중령의 속옷을 쏘았다.”
“…….”
“야, 벌써 죽고 싶냐. 세라구 했잖아.”
“네 발.”
“고향 편지를 쏘았다.”
“세 발.”
“더 크게…….”
“세 발.”
“부쳐온 떡을 쏘았다.”
“두 발.”
“그리고…… 아까 지나간 기차를 쏘았다.”
“하…… 한 발.”
철컥 하면서 죄수가 총구를 병장에게로 겨누었다.
“그리고…… 그리고, 너를 쏘아줄까?”

돼지꿈 | 황석영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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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골드 마음 식물원 (아틀리에 컬렉션) 메리골드 시리즈
윤정은 지음 / 북로망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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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 아주 인상적인 외국 릴스영상을 봤다. 앙손에 엄청나게 많은 맥주잔을 들고 복잡한 홀서빙을 하던 여자종업원이 그만 실수로 잔을 하나씩 놓치면서 도저히 수습할 수 없는 상황이 되자 잠깐 당황하는 듯 하더니 결국엔 남은 술을 모두 자기 머리에 뒤집어쓰면서 박장대소하는 장면이었다. 주변 손님들은 다 박수를 치며 환호했고, 조마조마하던 분위기는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급반전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고 했던가? 깨진 술잔과 망쳐버린 술값을 변상해야 하는 문제는 남겠지만, 순간적인 판단으로 냅다 술을 머리위로 쏟고 크게 웃어버리는 그 어린 여종업원의 낙천적인 모습이 참 대단해보였다.

<메리골드 마음 식물원>에도 비슷한 구절이 나온다.

“ 비가 올 땐 빗속에서 행복할 줄 알아야 해요. 비를 피하지 못할 땐 신나게 비를 맞아도 즐겁잖아요. 살면서 항상 맑기만 할 수는 없고 사람 마음도 항상 똑같을 순 없잖아요. 이 빗속에서 어떻게 행동할지는 우리가 선택하는 거예요. ”

그런 ‘초긍정‘의 마음은 어디서 오는걸까.

책 속에서 이런저런 인물들의 상황을 번갈아보여주며 강조하는 것은 나 자신을 보살피고 돌봐야 한다는 것. 이런저런 걱정에, 혹은 나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며 스스로를 괴롭히고 함부로 대하는 것은 절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꽃을 가꾸듯 내 마음도 정성껏 가꿔야 세상을 낙천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너그러움과 자신감이 생기고,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결론.

“ 기억하렴,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하며 하얀 마음과 검은 마음을 동시에 끌어안는 순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이 피기 시작한단다. ”

신비롭고 환상적인 장면설정과 기구한 인물들의 이야기들이 동화처럼 연결되면서 읽는 내내 마음이 따뜻해지는 느낌. ‘오후 2시의 햇살은 오후 2시에만 있으니까‘ 고난이든 기쁨이든 지금을 충분히 즐기자는 메세지는 정말 감동적이었다. 후회와 아픔일지라도 때론 생을 살아가게 하는 힘, 가치 없는 감정은 없으니까.

‘마음 식물원’은 메리골드 시리즈의 완결편인듯 보이는데, ’마음 세탁소‘ 다음편인 ’마음 사진관‘을 읽지않고 봤더니 중간에 연결이 잘 안되는 부분도 있었다. 어떤 이야기든 현실과 환상을 교묘하게 섞어놓은 행복한 이야기다. ‘한국소설 최초·최고가 펭귄랜덤하우스 수출’, ‘해외 20여 개국 수출 계약 진행’이라는 실적이 말해주듯 외국독자들도 좋아할만한 한국적인 환타지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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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 돌보듯 내 마음을 돌보면 마음에 깊게 새겨진 얼룩 같은 상처도 실은 꽃을 피우는 과정이었다는 걸 알게 될 거예요.

메리골드 마음 식물원 | 윤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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