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산을 걷는다 - 내 안의 빛을 밝힌 770킬로미터의 기록
조태경 지음 / 북센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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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에서 친구를 잃고 돌아와 방황하던 20대 청년, 49일간 백두대간을 걸으며 스스로를 치유하다.

등산하며 발톱 하나 빠져도 소름끼쳐 몸서리치고 상처 들여다보며 치료하기 힘들어하는데, 친한 친구를 산에서 잃는다니. 그것도 나와 연결된 선을 직접 끊어내면서 나를 살리고 죽어간 친구라니, 그 심정이 어떨지 감히 상상하기 두렵다.

생각많고 염세적이었던, 상처많은 어린 시절을 보냈다고 고백한 작가 조태경님. 백두대간을 넘으며 만난 많은 사람들과 신비로운 자연의 풍광들이 그 시절의 그에게 준 마음의 평화와 깨달음을 영원히 간직하시기를.

이 책을 읽고나서 개인적으로 백두대간 종주에 대해서 궁금한게 많아졌다.
예를들면, 작가처럼 산에서 텐트치고 먹고자고 하면서 계속 쉼없이 진행해야만 종주로 인정되는 것인지 아니면 주말이나 틈틈이 시간 날 때마다 목표한 거리 만큼의 일정구간을 걸으면서 이어나가도 되는 것인지. 산에서 텐트치고 홀로 먹고자고 하면서 산행한다는 것은 아직 두려움이 앞서 엄두도 못내고 있는 실정이다.

바로 얼마전에 책에서 언급된 '4구간'에 있는 '덕항산'을 다녀온 터라 무척 반가웠다. 그때 보았던 다소 거칠고 험난한 백두대간길이 다시 떠올랐다. 거친 길일수록 정해둔 목표에 몰입하긴 한결 수월할지도 모르겠다. 나를 찾는 일이든 아픔을 이겨내는 일이든. 산이 있고 길이 있으면 어찌됐든 누구든 다시 일어설 용기를 내 볼 수 있을 듯 싶다.

#나는산을걷는다 #조태경 #등산 #히말라야 #에세이 #북센스 #백두대간 #독서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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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하는 마음 일하는 마음 6
서라미 지음, 정재혁 사진 / 제철소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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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기 다른 분야에서 통역•번역일에 종사하는 열 명의 사람들을 만나 인터뷰한 내용을 엮은 글.

인터뷰이 중에는 샤론 최, 달시 파켓 같이 미디어에서 이름을 들어 본 사람도 있지만, 수어통역사 윤남, 여자 배구 통번역사 강선우를 비롯해서 군사 통번역사 김유진, 음악 점역사 양민정 등 생소한 분들도 소개됐다.

구글번역기처럼 한 언어를 다른 언어로 치환하는 단순작업자가 아니라 하나의 세계를 또 다른 세계와 만날 수 있도록 안내해주는 안내자로서의 통번역사라니.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부분인데 그렇게 바라보니 힘들기는 하겠지만 정말 의미있고 보람찬 일을 하고있는 사람들이구나 흥미로움 반 부러움 반으로 쉼없이 읽어버렸다.

인공지능이 진화하고 발전하면서 곧 사라질 직업이라고 늘 손꼽히는 직업군 통변역사들. 그 심정은 같은 일을 하는 사람이 제일 잘 알겠지 싶었는데, 역시 인터뷰이를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과 기술방식에서 애정과 존중하는 마음이 뚝뚝 묻어난다. 모처럼 신선하고 재미난 사람들을 많이 만나본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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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마음을 번역하겠다고 시작한 이 인터뷰에서 내가 본 것은 열 개의 거울에 비추어진 나의 번역하는 마음이었다.

번역하는 마음 | 서라미, 정재혁 저

#번역하는마음 #서라미 #제철소출판사 #통번역사 #독서 #책읽기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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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 치는 할머니가 될래 - 인생 후반전에 만난 피아노를 향한 세레나데
이나가키 에미코 지음, 박정임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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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서평단활동
유쾌하고 재미난 일본 애니메이션 보는듯 하지만 한편 살짝 우울해지기도 하는, 어쨌든 읽은 후에 몹시 뿌듯해지는 에세이.

50이 넘은 나이에 다시 피아노를 시작해서 몇 년 째 즐기고 있는 작가 이나가키 에미코 씨. 그녀의 로망은 피아노였지만, 비슷한 처지의 독자들에게는 그것이 운동일 수도, 그림그리기 일 수도 혹은 춤이나 외국어 배우기 일 수도 있겠다. 억지로 하느라 재미도 모르고 지레 피했던 일, 하고는 싶었지만 당장 해야하는 일에 밀려서, 혹은 당장 내 경력에 도움되는 일이 아니어서 관심 밖으로 밀려났던 무엇인가들.

설레는 마음으로 뒤늦게 시작했다 하더라도 막상 체력도 따라주지 않고, 무엇보다 내 욕심껏 움직여지지 않는 몸뚱이 때문에 금방 좌절하고 주저앉게 되는 슬픈 현실. 불 보듯 뻔한 수순이닷 ㅋㅋㅋ

피아노 발표회를 준비하며 마음 설레하고, 때마다 나타나는 장벽들에 고뇌하지만 문제의 원인과 결과를 하나하나 짚어가며 대안을 찾아내 또 다시 도전을 계속하는 작가. 한 장 한 장 책장을 넘길 때마다 어느새 내가 그녀가 되어버린 듯 같이 실망하고 고민하고 후련해하게 된다.

느슨해진 삶에 기름칠 하고싶은 사람이 있다면 권해주고 싶은 책. ‘내가 대충 살아내는 오늘이 누군가에겐 그토록 바라던 내일’이었다던가. 백년천년 젊고 쌩쌩할 사람 아무도 없으니 하고싶은 일 있으면 참지말고 저질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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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내게는 아직 해 보지 않은 일, 해야 하는 일이 많다. 힘을 빼고 치는 연주법이나 사용하지 않은 뇌를 개발하는 일 등등. 노쇠했음을 받아들이면서도 아직 사용하지 않은 나의 가능성을 끈기 있게 발굴하는 일에는 그 속도가 아무리 느리더라도 얼마든지 도전할 수 있다. 그 연습이 노후를 살아내는 레슨이 아닐까. 중요한 것은 결과가 아니다. 자신을 끝까지 사용하며 살다가 죽는 것. 그걸로 충분하다. 그 사실을 피아노가 가르쳐주고 있다.

[피아노 치는 할머니가 될래]
인생 후반전에 만난 피아노를 향한 세레나데
이나가키 에미코 지음, 박정임 옮김

#피아노치는할머니가될래 #이나가키에미코 #RHK북클럽 #취미 #에세이 #에세이추천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독서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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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땅의 야수들 - 2024 톨스토이 문학상 수상작
김주혜 지음, 박소현 옮김 / 다산책방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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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진 작가의 [파친코]와 비슷한 시기를 그리고 있는 작품. 그러나 파친코가 전세대의 아픔을 딛고 일어나 미국 주류사회로 파고들기 위해 분투하는 후세대의 이야기에 방점을 두고 진행되는 이야기라면, [작은 땅의 야수들]은 1910년대부터 1960년대까지를 살아가는 조선사람들의 이야기를 오롯이 담았다.

어렵게 어렵게 생활고에 시달리다 기방에서 춤과 노래를 배우던 여주인공과 그녀가 만나게 되는 사람들, 거기에 당시 있었던 굵직굵직한 역사적인 사건들이 오버랩 되면서 이야기가 굴러간다.

그야말로 한일합방시대에 힘들게 살았던 조선인들의 이야기, 그 전형적인 스토리 그대로다. 여주를 사랑하는 가난한 인력거꾼, 주먹 잘쓰고 정의로운 불량배는 여주를 사랑하지만 고백하지 못하고 늘 여주 곁에서 도움을 주기만 하고. 잘 나가는 배우가 된 여주를 노리는 돈많은 일본인, 여주의 절친인 또 다른 배우는 돈많은 사업가의 사탕발림에 첩이 되었다 버림받아 폐인이 되고—

한국에서 자라지도 않은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 전형적인 한국 신파 스토리를 만들어 낼 수 있었던 것인지. 이것은 한국 신파의 감춰진 문학성 때문인건가 아니면 그녀의 감성코드가 뼈 속 까지 한국인이기 때문인건가.

사실, 이런 스토리가 전 세계적으로 성공을 거두었다니, 좀 놀랍다. 한편으로는 와국인들에게 한국의 역사가 어떻게 비춰지는지, 그들에게는 과연 우리의 역사적 불행이 어떤 식으로 소비되고 있는 것인지 궁금해지기도 했다.

책 속에 등장하는 호랑이는 한국인의 영적인 힘을 상징한다고 하는데, 한국사람의 입장에선 이젠 더 이상 새로울 것이 없어 별 감흥 없을 수 있지만, 이 사실을 처음 듣는 외국인들에게는 특별하고 새롭게 들릴 수도 있을 것이다.

작가의 외할아버지는 김구 선생의 비서로서 독립운동에 일조하신 분이라고 소개되어 있다. 작가는 그 분을 통해서 당시의 일들을 전해듣고 감화받아 이야기를 구상했고, 이 책은 꽤 오랫동안 시간을 들여 만들어 낸 첫 번 째 작품이다. 이 사실 역시 외국독자들에게는 작품 이면에 숨겨진 특별한 스토리텔링이 됐을 것이다.

이런 사실들을 종합하면 이 책이 외국에서 큰 인기를 누렸다는게 납득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번에 나온 한국어판은 과연? 한국에서도 그만큼 성공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영어로 써진 작품이었어도 한국어에 익숙한 작가여서 그랬는지 번역이 아주 매끄럽고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번역가도 공을 많이 들였겠지만 이 부분은 절대적으로 작가의 역량이 크게 영향을 준 것 같다.

이민진 작가는 전투적으로 그녀의 작품 [파친코]를 세계인들에게 들고나가 강연 등을 통해 일본의 사과를 요구하며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곤 했는데, 앞으로 이런 비슷한 이야기를 가지고 작품을 쓰게 될 사람들은 과연 어떤 목적으로, 무엇을 위해서 글을 쓰게 될 것인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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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견딜 만한 것이다. 시간이 모든 것을 잊게 해주기 때문에. 그래도 삶은 살아볼 만한 것이다. 사랑이 모든 것을 기억하게 해주기 때문에.
살아가면서 처음으로, 그 어떤 것에 대한 소망도 동경도 느껴지지 않았다. 나는 마침내 바다와 하나였다.

작은 땅의 야수들 | 김주혜, 박소현 저

#작은땅의야수들 #김주혜 #다산북스 #독서 #책읽기 #책스타그램 #독서스타그램 #북스타그램 #일제강점기 #파친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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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우연들
김초엽 지음 / 열림원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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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력적인 SF소설 작가 김초엽의 공상과학예찬.
왜 그녀는 끊임없이 SF소설을 쏟아내는 것을까. 도대체 SF의 매력이 무엇이길래.

내가 처음 SF소설을 실수로(?) 집어들고 읽을 때에는 기계문명과 딱딱한 과학이론들이 중심이 아니라 오히려 인간에 대한 논의와 휴머니즘이 핵심이라는 느낌이 들어서 짐짓 놀랬었다. 결국엔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짐작했었다.

그러나 작가의 말을 들어보니—

인간이 감히 사유할 수 조차 없는 외부의 존재들에 대한 관심과 이해를 통해 가슴 벅차하고,
이를 통해 우주단위에서 우리의 위치를 어렴풋이나마 짐작하면서,
지식의 범위를 넓혀나간다는 기쁨…

뭐 이런 것들이 SF소설을 계속 읽고싶게 하는 이유였구나 새롭게 깨닫게 됐다.

이 책에서 작가는 자신이 작품을 쓰는 과정에 대해 비교적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는데, 비단 SF소설을 쓰는 작가가 아니라 독자의 입장에서도 작품을 다양하고 풍부하게 맛볼 수 있는 팁을 제공하는 느낌이 들어서 새롭고 좋았다.

어릴 때부터 필력좋은 신동이라는 소리 깨나 들으며 저랐을 법한 작가라서 그런지 필기구 이야기나 작업실 이야기를 풀어놓는 부분도 너무 재미있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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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나는 과학이 우리가 가진 최선의 도구라고 확신하지 못한다. 다만 우리의 알고자 하는 마음이 누군가를 죽이고 파괴하는 일보다 이 우주에서 우리가 위치한 곳을, 우리가 어디에서 탄생해 어디로 흘러가 소멸하는지를 말해주는 데에 쓰이기를 바랄 뿐이다. 그것이 너무 순진하고 낙관적인 믿음이라고 해도 어쩔 수 없다. 인간이 이곳에 존재하게 된 이상 누군가는 끊임없이 묻고 또 알고자 할 것이다. 자연의 일부이자 물리법칙에 지배받는, 개별적 존재로 살아가고자 분투하는, 마지막에는 입자 단위로 분해되어 우주로 산산히 흩어질 우리의 삶에 대해서. 우리를 둘러싼 광막하고 거대한 세계에 대해서. 그리고 누군가는, 그 질문에 조심스럽고 잠정적인 답을 내어놓을 것이다.

책과 우연들 | 김초엽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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