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에 대하여 - 작가가 된다는 것에 관한 여섯 번의 강의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박설영 옮김 / 프시케의숲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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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가 가진 직업을 이토록 매력적으로 느껴지도록 설득력있게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작년에 나에게 충격을 주었던 ‘시녀이야기’이라는 소설을 쓴 마거릿 애트우드가 여기저기서 강연하면서 했던 작가에 대한 강연내용을 모은 책이다.

그녀의 이야기는 짜임새가 있다. 개인적인 경험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시작해서 흥미를 끈 다음 차근차근 순서대로 하고싶은 이야기를 빠짐없이, 마치 독자들을 밧줄로 올가매듯 빠져나갈 틈 없이 둘러맨다. 그녀의 흐름대로 빨려들어갈 수밖에 없다. 결론에 이르러서 느슨하던 밧줄을 확 조인다. 멍하니 듣고있던 사람들이 헉 숨을 몰아쉴 정도로.

1장에서는 작가가 뭐하는 사람인가에 대해서 설명한다.
2장에서는 작가가 가진 이중성에 대해서 설명한다.
3장에서는 작가의 펜이 가진 위대한 힘을,
4장에서는 작가의 작품들이 가진 사회적인 책임에 대해 언급한다.
5장에서는 작가의 작품을 읽는 독자에 대해서, 그들이야 말로 작품을 재해석하고 평가할 수 있는 존재들이라는 설명을 한다.
마지막 6장에서는 작가들의 영원한 글쓰기 주제인 ‘죽음’에 관한 이야기로 마무리 돤다.

저자의 이야기를 종합하자면, 뭐 이정도 아닐지.

가수나 의사가 되는 것처럼 오랜 훈련이나 학문이 필요한 것은 아니고 아무나 될 수 있는 것처럼 생각되는 것이 글쓰는 작가다. 그렇다면 과연 작가란 무엇인가?

작가는 이야기꾼과는 다른 이중성이 있는 존재다. 창작활동 내내 혼자서 해야하고 독자가 눈 앞에 보이는 것도 아니고. 작가가 의도한 내용이 그대로 오롯이 독자들에게 전달되는 것도 아니다. 왜냐하면 읽어내는 방식에 따라 다르게 재창조되는 것이 글이기 때문에.

글을 쓰는 작가가 된다는 것은 그야말로 고난의 길, 가난뱅이의 글을 가겠다는 것과 다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을 쓰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다는 마음에 계속 할 수 밖에 없는 작가들은 마치 이것을 예술가의 운명, 소수만이 선택받고 이중 일부는 순교하고 마는 운명이라고 말한다.

작가가 이렇게 만들어낸 작품들에는 도덕적인 혹은 사회적인 책임이 있는 것일까? 글을 쓰면서 작가들에게는 윤리적이고 사회적인 책임이 있을까? 그런 책임을 통감하고 그것을 책에 담는다면 과연 작가는 마음껏 창작활동을 할 수 있을까?

어차피 언어는 중립적이지 않다. 작가는 그저 쓸 뿐, 작품에 대한 가치평가는 오롯이 독자의 몫이다. 좋은 사람이 되는 것과 좋은 예술가가 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그 작품이 사회적 의미를 지니는지 아닌지를 정하는 것은 독자일 뿐이다.

그렇다면 독자는 누구인가. 작가는 누구를 위해서 글을 쓰는가. 인기나 출세를 목적으로 하는 일반적인 ‘그들’아 아닌, 자신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주는 단 한사람을 위해서다. 결국 독서라는 행위도 글을 쓰는 행위처럼 언제나 단수로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많이 다루어지는 주제는 바로 ‘죽음’, 그리고 죽음에 대한 공포다. 저자는 ‘글쓰기는 죽음에 대한 반작용‘이라고 말한다. 인간을 죽음의 공포에서 벗어나게 하고 초월하게 하는 글, 이를 창조하는 존재가 바로 작가이다.

여기까지 읽고나면 그녀의 생각에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작가로 글을 쓴다는 것이 얼마나 매력적인지, 작가가 된다는 것이 얼마나 멋진 일인지.

작가가 돠려면 얼마나 많은 책을 읽어야하는 것인가 놀랍기만 하다. 저자가 예로 든 작품들의 양과 그 시의적절함에 감탄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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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믿을 만한 출처들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곳에 가는 건 쉽지만 돌아오는 건 어렵습니다. 그리고 돌아오면 모든 이야기를 돌에 새겨야만 합니다. 운이 좋아 올바른 독자를 만나면 돌이 말을 할 겁니다. 돌이 혼자 세상에 남아 이야기를 들려줄 겁니다.

마지막 말은 시인 오비디우스에게 넘기겠습니다. 그는 쿠마에의 무녀 시빌에게 발언을 허락해주었죠. 그녀를 위해서뿐만 아니라, 추측컨대 오비디우스 자신을 위해서, 그리고 모든 작가들의 희망과 운명을 위해서.

“하지만 운명이 내게 목소리를 남겨놓아,
사람들이 그 목소리로 나를 알아보게 될 겁니다.”

글쓰기에 대하여 | 마거릿 애트우드, 박설영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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