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 - 천명관 장편소설 문학동네 한국문학 전집 19
천명관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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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만장한 여인들의 일대기가 옛날 이야기처럼 입담좋은 동네 아저씨의 입에서 줄줄 흘러나오는 듯 이어지는 소설같지 않은 소설. 환타지도 들어있고 파친코 같이 이야기 속에 우리나라 근대사의 면면이 드러나며 무엇인가가 속에서 불끈 솟아오르는 것 같은 느낌도 있고.

한마디로 정의하긴 워낙 스케일이 크고 복잡하지만, 아뭏든 재미있다. 두꺼운 책인데 한 번도 쉬지못하고 줄줄줄 계속 읽어내려갈 수밖에 없었다는.

일제시대 전부터 시작해서 노파, 금복, 춘희 세 여자의 삶을 따라 이야기가 진행된다. 무대는 숲속 시골마을, 바닷가 덕장, 벌을 키우는 양봉얘기에서 극장, 야쿠자 두목, 거렁뱅이 이야기로 흐르다가 서커스 코끼리, 다방, 궁극에는 벽돌공장과 교도소까지 이르른다. 띄엄 띄엄 들어서는 전혀 맥락이 닿지 않을 테지만, 이 모든 것이 세 여자의 일생과 기묘하게 맞물린다.

이 작품으로 천명관이라는 작가를 다시 보게됐다. 2004년 작품인데, 이런 글이 세상에 나왔을 때 나는 뭘 하고있었나 되짚어보게도 됐고.

올해 읽은 책 중 다섯 손가락 안에 들 것같은 작품.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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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세상이 둥근지 미처 몰랐어.
바보, 세상에 존재하는 건 모두가 둥글어.
벽돌은 네모잖아.
그렇긴 하지. 하지만 그걸로 둥근 집을 지으면 결국은 둥근 거지.
네모난 집을 지을 수도 있잖아.
그래, 하지만 네모난 집이 모이면 둥근 마을이 되잖아.
그렇군. 그런데, 우리는 어디로 가는 거지?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곳, 아주 먼 데.

고래 | 천명관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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