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것들
로이 야콥센 지음, 공민희 옮김 / 잔(도서출판)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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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것들 | 로이 야콥센

생전 처음 읽어본 노르웨이 작가의 소설. 그들의 성을 따서 이름지은 작은 섬을 소유하고 대를 이어 섬을 개척하며 사는 바뢰이가족 이야기.

주인공 소녀 잉그리드의 할아버지 마틴과 아버지 한스는 얕은 토양을 경작하고 깊은 바다에서 물고기를 잡고 자식을 키우며 오리털을 모아서 교역소에 내다 파는 일을 하며 근근 생활을 이어간다. 그들의 섬은 인력으로 경작하기엔 크고, 말을 데려와 일을 하기엔 말에게 먹일 목초가 모자란 섬이기에 늘 돈에 쪼들린다.

그러나 아버지 한스에게는 큰 꿈이 있다. 섬과 본토를 연결하는 부두를 짓는 것이다. 없는 돈에 가게에서 필요한 장비와 재료를 구해다가 조금씩 부두를 지어보지만 폭풍이 한번씩 휩쓸고 지나가면 그간의 노고가 물거품이 되곤 한다.

부두 건설을 위해 스웨덴 노동자 몇을 고용해서 일을 하기도 했는데, 약간 정신이 온전치 못한 잉그리드의 고모가 그들 중 한 명과의 사이에서 아이를 낳게 되는 등 이런저런 마음고생을 하게 된다. 이 작은 섬과 바다 건너편 넓은 세상을 잇는 일에 변덕스럽고 잔인한 현실은 결코 녹록지 않다.

한편 본토를 오가며 학업을 마친 잉그리드는 목사관 견습 후 오스카 톰메센 부부의 집안일을 도우며 차츰 현대 세상에 눈뜨기 시작한다. 일을 시작하고 석 달이 채 지나지 않았을 때 톰메센 부부에게 어려움이 닥치면서 그들의 어린 두 아이를 맡아 보살피게 된다.

할아버지가 잉그리드와 고모의 아들 라스를 사고에서 구한 후에 세상을 떠난다. 계속된 불황과 생활고로 아버지가 과로로 젊은 나이에 돌연사하고 어머니도 충격으로 치매증상이 나타나면서 바롸이섬에는 아이들만 남게된다.

망연자실해 있던 잉그리드는 교구를 돌보는 목사의 도움으로 섬의 주인으로 인정받아 책임감을 불태우고, 라스도 삼촌의 뜻에 따라 부두건설을 완성하기 위해 노력한다.

서부개척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자신의 어린 외동딸에게 폭풍우에 맞서 마주서는 법을 가르쳐주고 싶어하는 아버지의 모습, 자기 손으로 조금씩 부두를 건설해가는 아버지의 의지, 그 와중에 아름다운 자연속에서 마음껏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가족들의 모습이 아름답게 그려진다. 2017년 맨부커 국제상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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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물고기를 가지고 있다고?” 뱅 요한센이 물었다.
“네.”
“섬에서 왔니?”
“네.”
“그렇다면 아버지를 보내렴.”
라스는 ‘내가 가장이에요.’라고 대답하려다 뱅 요한센이 바보 같은 말을 했다는 걸 깨닫고 다시 물을 때까지 기다렸다.
“물량이 어느 정도인데?”
“지금은 정확히 몰라요.”
“좋아. 일단 가져오렴.”
“오리털은요? 오리털도 받나요?”
“오리털도 있어?”
“네.”
“얼마나 있는데?”
“지금은 정확히 몰라요.”
“좋아. 일단 그것도 가져와서 같이 살펴보도록 하자.”
라스는 바뢰이산 오리털은 살피고 자시고 할 것 없이 금보다 더 귀하다고 말하려다가 그 생각을 떨구고 다시 물었다. “갈매기 알은요?”
뱅 요한센은 크게 웃더니 기꺼이 받아 주겠다고 말하며 물었다. “그런데 어떻게 하면 그렇게 검게 탈 수 있는 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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