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축복이 있기를, 로즈워터 씨
커트 보네거트 지음, 김한영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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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축복이 있기를, 로즈워터 씨 | 커트 보니것

엄청난 돈을 상속받아 대대로 부자인 남자가 벌이는 사해동포주의적인 돈지랄(?) 이야기. 부자의 돈으로 세상을 정의롭고 아름답게 만들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을 하게 만든 책.

주인공 엘리엇 로즈워터의 아버지는 대대로 굴러온 재산에 별로 관심이 없어 사업에 손을 대지 않고 인디애나 주 상원의원으로 일하며 미국 의회에서 주로 ‘도덕’을 가르치는 그는 재단을 설립해 물려받은 부를 모두 운용하도록 한다. 그리고 자신의 가장 가까운 후손이 대대로 이사장을 맡도록 강령을 정한다. 이에 따라 그의 아들 엘리엇 로즈워터가 재단의 초대 이사장이 된다.

처음에 엘리엇은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에 사무실을 내고, 그곳을 그가 소망하는 ‘아름답고, 자비롭고, 과학적인 모든 일을 하기 위한 본부로 선언’한다. 그러나 한편 술고래였던 로즈워터는 늘 술에 취해 공상과학 소설가들의 회의에 난입하거나 소방관들과 어울리며 이상한 소리나 해대는 등 기행을 일삼더니 어느 날 가출을 감행해 미국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더니, 쇠락한 고향 마을 로즈워터 군에 정착하기로 결심하고, 로즈워터 재단 사무실을 이곳으로 옮겨 ‘버림받고 쓸모없고 볼품없는 사람들’을 도우며 지내기에 이른다.

“로즈워터 재단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라는 간판을 내걸고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자선을 베풀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문제를 해결해주면서 소수가 독점한 부를 그 나름의 방식으로 ‘재분배’하는 엘리엇의 이러한 행보는 그의 주변 사람들에겐 전혀 정상으로 보일 수 없었다. 아버지 리스터 상원의원은 아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아내 실비아는 끝내 사마리안 실조증, 즉 정신과 의사가 정의하기를 ‘자신보다 불행한 사람의 고통에 대한 히스테리성 무관심’이라는 병을 얻어 이혼 소송을 하기에 이른다.

한편, 로즈워터 재단 기금 운용의 법률 자문을 담당하는 법률회사의 젊고 교활한 변호사 노먼 무샤리는 어마어마한 재단 기금에 눈독을 들이고, 엘리엇의 이러한 행동을 핑계로 엘리엇을 정신이상으로 몰아 상속권을 박탈한 뒤 엘리엇의 먼 친척인 프레드 로즈워터에게 재단을 넘기고 그 과정에서 자신도 목돈을 챙길 계략을 꾸민다.

책 속에서 커트 보니것은 돈많은 사람들이 얼마나 무식하고 가식적인지를 까발리고 그 사회의 일원이 되기위해 황새 쫒아가는 뱁새같은 행태를 벌이는 사람들도 풍자적으로 묘사한다. ‘돈이란 건조시킨 유토피아’라면서 돈이 많은 부자로 태어난 것이 죄가 아니라는 말로 부자들의 손을 들어주는 세상. 다른 한편으로는 술주정뱅이 백만장자라는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세상을 진실되고 행복한 곳으로 만들려는 허름한 사무소를 차린다는 전개는 다소 황당하고 괴상하게 들린다.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차고 넘치는 내 돈으로 싹 해결해서 온 세상을 행복하게 만들겠다‘는 오만으로 비치기도 하고. 하긴, 평생을 그렇게 살아온 사람이라면 그렇게 생각하기 쉽겠다 싶기도 하고.

그러나 주인공 엘리엇이 밉지 않은 이유는, 고민이 있어 도움의 전화를 거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언제든지 받아주고, 이야기를 들어주고, 긍정적으로 말하면서 어느 순간 그들의 구원자로 거듭났다는 사실에 있다. 돈으로 처바른 오만이 아니라 정말로 사람을 사랑하고 구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우러난 행동을 보여주었다는 것.

아마도 커트 보니것 자신도 앨리엇 같은 사람이었으리라. 삶이 작품으로 그대로 녹여진 작가 중에 한 명이라 생각한다.

책 중간에 얼마전에 읽은 짧은 소설 [2BRO2B]가 언급되고, 작가 자신의 캐릭터도 책 속에 등장하여 이야기에 참여하는데, 너무 기발하고 재미났다. 보니것 작품 다른 것들도 몇 개 연속해서 읽어 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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