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리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64
모옌 지음, 심규호.유소영 옮김 / 민음사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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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작가들의 소설은 다 이런건가? 이 책을 쓴 모옌이라는 작가도 그렇고 위화도 그렇고, 정말 이야기의 스케일과 짜임새가 장난 아니다. 장편임에도 중언부언 하지않고 여러 개의 이야기가 힘을 잃지 않으면서 쭉 끝까지 이어지며 흡인력 있게 밀고나가는 것이— 유명한 영화 ‘붉은 수수밭’의 원작 ‘붉은 수수’가 모옌의 작품이었다는 걸 이번에서야 알았다.

오래 전에 ‘중국에서는 인구문제 때문에 정부에서 가정마다 자녀를 딱 한 명씩 밖에 낳을 수 없도록 제한한다더라’는 얘기를 들었었다. 그래서 비밀리에 태어난 신분없는 아이들이 많았다고. 이 소설은 그 당시 ‘계획생육’을 담당하던 산부인과 의사 고모가 주인공이다.

20대 아가씨 때부터 무식한 방법으로 출산에 참여하여 산부와 아기를 죽음으로 몰아가던 산파들을 비난하며 새생명 탄생에 기쁨과 보람을 느끼던 고모가 당의 정책에 따라 불법임신한 여자들을 찾아내 중절시키는 일에 앞장서며 점차 독해지기 시작한다. 급기야 작품의 화자인 조카의 부인이 몰래 둘째를 임신하자 중절수술을 집도하다 산모가 사망하는 지경에 이르른다.

실제 작가의 고모를 모티브로 지어진 작품이라고 한다. 중국의 남존여비사상과 당의 명령에 무조건 따르는 인민들, 그 와중에 돈있는 사람들이 저지르는 비인간적인 인신매매•대리모 시장에 관한 현실들. 우리나라 소설 혹은 여타 다른나라 소설들과는 사뭇 다른 이야기들이라 신기하기도 했고, 한번 읽기시작해서 멈추기 힘들 정도로 빠져들었다. 길지만 지루하지 않았던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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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세월이 흐른 뒤에야 비로소 고모의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다. 그것은 갑자기 용기가 생겼기 때문이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찾았기 때문이다. 그 방법은 사실 간단했다. 그것은 바로 고모를 대상으로 쓰는 것이었다. 나는 아주 분명하게 나 자신에게 일렀다. 나는 중국 ‘계획생육’의 역사를 쓰는 것이 아니라 소설을 쓰는 것이며, 소설을 쓰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사람을 쓰는 것이라고. 나는 ‘사람을 똑바로 보고 쓰기’로 했다. 고모를 원형으로 하고 허구와 상상을 덧붙여 세계 문학에서 일찍이 출현한 적이 없는 인물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만약 그런 인물을 제대로 묘사해 낸다면 소설은 성공할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실패할 것이다. 이렇게 쓴다면 ‘계획생육’은 역사적 배경이 될 것이고, 인물을 형상화하는 데 필요한 것이 될 것이다.

개구리 | 모옌, 심규호, 유소영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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