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인의 사랑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120
막스 뮐러 지음, 차경아 옮김 / 문예출판사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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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같은 허무주의적인 책 다음에 읽는 것이 참으로 바람직한 책선이었다고 자화자찬하면서 읽은 가슴 먹먹하고 아름다운 책.

이야기의 중심 축을 간단히 말하자면 '신분의 차이를 뛰어넘는 병약한 귀족 아가씨와 신분낮은 총각의 사랑이야기'이지만, 그냥 가벼운 남녀간의 사랑이라기 보다는 탄탄한 문학적 소양을 바탕으로 한 두 인물간의 토론과 종교적인 탐론들이 오고가는 다소 묵직한 사랑에 관한 철학개론 같은 느낌이다.

등장하는 주요 인물도 딱 세 사람, 두 사람의 연인과 후에 존재감을 발휘하는 주치의 정도. 나머지 사람들은 그저 배경같이 등장했다 사라지는데 그런 인물들 조차도 너무나 아름답고 선하게 그려져서 마음이 따뜻해진다.

찬란한 별들이 빛나는 밤풍경을 알게해준 남자의 어머니, 평민의 아들에게도 자신의 아이들과 다름없이 함께 놀게하고 황금팔찌를 잃어버린 사건 후에도 처벌하지 않고 너그럽게 넘겨주는 후작 부인, 잔돈이 없어 난처해하는 사과가게 주인아주머니를 위해 자기 주머니에 있는 잔돈을 줘버리는 꼬마 등등.

그런 아름답고 귀한 마음씨를 가진 사람들이 사는 세상이기에, 아가씨가 병으로 죽은 후에 주치의가 하는 말처럼 '마음 속에 남은 사랑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파하며 살라'는 조언이 허투로 들리지 않는가보다.

사랑하는 사람을 '내 것'으로 만들겠다는 결심이 아니라 내가 '그 사람의 것'이 되겠다는 선언은 나 자신을 부끄럽게 만들었다. 내 수중에 움켜쥐는 것 말고, 상대방의 소중한 것을 그의 소유로 지키게하고 '당신의 것이 곧 나의 것'이라 안도하게 하는 마음, 얼마나 크고 너그러운 사랑이라야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사랑은 자기가 받아본 만큼만 느끼고 알아볼 수 있다는데, 그런 의미에서라면 나는 아직 갈 길이 멀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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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된 슬픔에 사로잡혀 하루라도 잃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되네. 자네가 아는 인간들을 도와주게나. 그들을 사랑하면서, 한때 이 세상에서 마리아 같은 성품의 인간을 만나 알고 지냈으며 사랑했던 사실을 신에게 감사하게. 또 그녀를 잃은 것까지도.

독일인의 사랑 | 막스 뮐러, 차경아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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