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주제로 만나는 동서비교철학
진위평 편저, 고재욱 김철운 유성선 옮김 / 예문서원 / 1999년 10월
평점 :
절판


자연관, 과학사상, 논리사상, 종교관 등 7개의 주제로 동양적(엄밀히 말하면 중국적) 사유와 서구적(엄밀히 말하면 그리스 이래의 서구 주류 철학전통) 사유 형태를 요목조목 비교하고 있다. 1990년대 이전 대륙에서 나온 대부분의 철학서가 그렇듯이, 이 책 역시 중국 전통사상의 저류를 유기론으로 잡고 서양의 기계론적 사유와 대비시킨다. 필연적으로 중국 고대, 중세사상에 있어서 왕부지, 방이지 등의 기일원론이 가장 발전된 형태의 자생적 유물론으로 추켜세워진다. 주희, 주돈이 등도 가끔 언급되나 역시 기일원론의 관점에서만 인용되고 있다.

모든 학문에서 그렇듯이 대립적 사유는 일장일단이 있다. 우리는 대립적 사유 자체를 문제삼기 보다 각기의 경우에 있어서 대립적 사유의 효과와 정체를 문제 삼아야 한다.
이 저술 같은 경우는 지나친 이원론으로 인해 동양=유물론, 서양=관념론, 동양=변증법, 서양=기계론 등으로 질서있게 구획된다. 이러한 접근은 개념 자체가 가지고 있는 경직성을 더욱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 유물론, 기계론, 유기론, 목적론 등이 가진 역사성은 항상 뒤에 쳐지기 마련이다. 학문에 있어서, 특히 철학 같은 분야의 비교론적 방법은 매우 어렵다. 이항 대립과 같은 손쉬운 길을 걷다가는 자칫 자신이 사용하는 개념에 같혀버리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동양'이라는 말로 우리를 포함하는 문화적 지대를 통칭할 경우에는 더더욱.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