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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쓰는 밤 ㅣ 랜덤소설선 11
윤영수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6년 4월
평점 :
품절
윤영수의 작품집은 하나도 빼 놓지 않고 읽고 있다.
정석 작가, 탄탄한 작가 등등의 내가 찾을 수 있는 최대한의 어휘를 동원해 본다. 역시 이 작품도 내 기대를 버리지 않았다.
매우 성실하다. 여기서 성실의 의미는 내게 있어 가장 최상의 어휘임을 밝힌다. 굳이 이렇게까지 표현을 할 필요는 없겠지만, 간혹 혹자들은 그것을 예술성과 결부시켜 하찮게 여기기 때문이다.
연작형식으로 이루어진 단편 아닌 장편집. 인생의 뒷편에 놓인 그 쓸쓸함을 적당한 거리감을 두고 바라보게 한다. 인생이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당연한 말이고, 뻔한 이야기다.
"인간의 삶이라는 게 너무 빤해요. 그래서 소설도 빤해요. 조금은 외롭고 조금은 어처구니 없고, 살아 있는 시간의 대부분은 울고 싶고 또 살아 있는 사람의 대부분은 불쌍하고. 꼬리는...... 나이가 들수록 꼬리는 너무 크고 둔중해서 감히 잘라낼 엄두조차 내지 못하지만, 꼬리에게 질 수는 없어요.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앞으로 나아간다, 우리는 인간이니까요."
한참만에 들여다보는 우리의 과거란 당시에는 특별한 듯 보이지만, 얼마나 상투적이고 일상적인가. 모두들 그 시기를 보냈고, 보내왔다.
악어의 꼬리에 빗댄 우리의 인생은, 소주 몇 병에 취해 놀이터 구석에 설잠을 자더라도,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 긍정적인 시선이야말로 우리를 지탱케 하는 힘이 아니겠는가. 늘 넘어지고 좌절해도, 그래도 일어설 수 있는 것은 우리가 우리 자신을 믿는 힘, 그것은 얼마나 눈물나는 일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