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없이 살기 - 반지성 독트린
한네스 슈타인 지음, 김태희 옮김 / 황소자리 / 2005년 8월
평점 :
절판


 이럴 수가! 생각을 하면 출세의 기회가 줄어들고, 사람들 속에서 외톨이가 되며, 성적 매력이 사라지고, 생을 지루하게 만든다니. 생각해보니(내가 정말 생각이라는 것을 한 건가?) 모두 맞는 말이다. 우리 사회의 최고위층이 어디 생각을 갖고 그 자리에 오른 것처럼 보이는가, 아니다. 지식인이라는 사람들을 보자. 그 얼굴에는 커다란 안경이 먼저 떠오른다. 그들은 말없이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 있는 것처럼 보인다. 바로 그들이 외톨이가 아니면 무엇이란 말인가?


저자는 이야기한다. 차라리 생각을 끊어라. 생각을 끊으면 부귀, 권력, 행복이 따라온다. 사유에 길들여진 우리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주장임에 틀림없다.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역설적이게도 이 책은 처음부터 ‘생각’을 필요로 한다. 소크라테스, 헤겔, 칼 포퍼, 브레히트, 리센코…… ‘지성’이라고 이름 붙은 것들을 전방위적으로 파고들며, 하나하나 날카롭게 분석하는 저자 앞에서 ‘비판적 지성’은 필수다.


저자는 유아적이고 맹목적인 지성 숭배를 피하고 참된 지성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개개인이 신념을 가지고 생활하는 것은 물론 바람직하다. 그렇다고 극과 극에서 자신들의 주장만 되풀이하고, 상대편의 주장에는 귀를 막는 것을 참된 지성이라고 할 수는 없다. 좌파가 애덤 스미스를 피하고 경제적 자유주의자들이 마르크스에서 손을 뗄 때 사상은 종교가 되어버린다. 스탈린 시대의 생물학자 리센코처럼 생물마저도 교육시킬 수 있다는 주장에는 당연히 딴지를 걸어야 한다. 민주주의가 절대선이라 할지라도 미국의 이라크 침공에는 반대의 목소리를 분명히 해야 한다.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는 것, 그것은 역사가 말하고자 하는 바이며, 바로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이기도 하다. 미래는 ‘비판이 결여된 생각’이 아닌 ‘참된 지성’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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