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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꼼 골아봅서 ㅣ 제주 어르신 그림책
제주 애월읍 수산리 어르신들 (양순자, 강신자, 박송자, 김영순, 송옥자, 양인옥) 지음 / 책여우 / 2021년 11월
평점 :
나이가 들수록 어르신들에 대한 느낌이 어릴 때와 달라진 것을 느낀다. 예전엔 그저 늙은 사람, 도움이 필요한 노인이라는 생각이었는데 지금은 인생의 희노애락을 온 몸으로 겪어 낸 '살아남은 자' 같은 느낌이랄까. 제주 어르신 그림책 #호꼼골아봅서 를 읽으면서 억세고 강인한 제주 여인의 희노애락을 함께 느꼈다. 살아남은 자의 인생 이야기에는 감동이 있다.
이 책은 제주 애월읍 수산리에 거주하는 여섯 분의 어르신들이 직접 그리고 쓴 인생의 이야기이다. 개개인의 이야기이지만, 제주 모든 어르신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자식들이, 손주들이 이 책을 보면 얼마나 좋으실까 생각했다. 직접 그린 그림들이 꾸밈없어 더 예쁘게 느껴졌고, 어떤 그림들은 너무 잘 그려서 놀랐다. 삶을 표현하는 글과 그림이라는 도구를 가지게 되셔서 축하드리고 싶은 마음이었다.
나는 부산사람이지만 제주에 6년 넘게 산 덕분에 대부분의 제주말을 이해하고 음성지원이 되는 듯한 착각을 느끼기도 했지만, 제주말이 많이 들어간 글은 육지 사람들 대부분 책 내용을 해석하는 것에 어려움이 있을 것 같다. 글로 보는 것이 말을 듣는 것 보다 훨씬 어렵다는 건 한번 더 느꼈다. 그렇지만 제주말을 쓰는 것이 훨씬 본연의 표현일 것이다. 부모님께 '부산 어르신 그림책' 한번 만들어보자고 해볼까?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