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술 한주 기행
백웅재 지음 / 창비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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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스스로 제법 애주가라고 자부한다.

사람이 만나고 친해지는 매개체로 술 만한 것이 없다고 생각하며 살아왔고,

실제로 술을 마시며 어색한 관계가 친근해지는 일이 많기도 했다.

처음 술을 마신 것은 고등학교 1학년 때로, 당시 토요일 오후(그 땐 토요일에도 등교했었다.)

고등학생들에게도 술을 판다는 학교 인근 조그만 식당이었다.(치킨집인지 중국집인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처음으로 마신 술은 소주였는데, 친구들 중 한명이 술에 엄청 취해서 토하는 걸 받아주느라 힘들었던 기억과

내가 생각보다 술을 잘 마시네, 했던 기억이 있다.

그로부터 장장 20년이 넘는 세월을 술과 함께 보냈다.

주량이 만개한 것은 당연히 대학 입학 이후로,

대학시절 내내 주구장창 마셔댔는데 맥주는 도수가 낮고 비싸서 잘 사먹지 못하고 소주 위주로 마셨다.

선배들이 기분 좋고 돈 생긴 날 맥주를 얻어 마실 수 있었다.

그렇게 소주와 드문드문 맥주 마시는 대학시절을 보내고

직장인이 되어 만난 술세계는 또다른 세상이었다.

새우깡에 소주정도만 먹던 학생시절과는 다른 현란한 안주의 세계.

그렇게 안주의 세계에 들어서면서 살이 안찌는 체질이라고 자부하던 내가

사실은 못먹어서 살이 안쪘던거구나를 깨달았다.

술에 맛있는 안주를 밤새 먹었더니.... 살이 안찌고 배기나...

그렇게 어느덧 40대가 되고

어느날부터인가 소주고 맥주고...주량이 확 줄어버렸다.

꾸준하게 일정량의 알콜을 섭취했던 내가, 주량이 확 꺾이면서 나이가 들고 있음을 체감하게 되다니...

술 마시고 다음날 이불킥을 할 만큼의 다사다난한 에피소드도 많은데,

이제 중년의 나이가 되고 나니 그렇게 마시는 것도 체면이 안서고 체력도 안서는 일이더라.

그런데...술을 끊을수는 없는거다...ㅠㅠ 세상 사는 낙이 없어지니까.

그런 시점에 발견하게 된 이 책, < 우리 술 한주 기행>

근래에 얼음이 나오는 냉장고를 가지게 되면서 위스키를 온더락으로 마시는 재미를 붙였는데,

한주라니....한국 술을 말하는 것 같은데.....음. 프리미엄 전통주??

소주, 맥주만 마셔온 내가, 이제 위스키를 마시게 된 내가...

앞으로 어떻게 내가 체력을 안배하며 술을 마실 지 고민하던 내 앞에

이 책을 만나게 한 것은 혹시.....운명? ㅎㅎ

이 책을 통해 무분별하게 알콜을 들이키는 삶과 끈질긴 인연을 끊어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나라가 지금과 같이 싸구려 술을 마구 퍼마시는 문화가 된 근원이 일제강점기에 있다는 것이 이대표의 생각이다. 이는 전통주 전문가들의 시각과도 일치한다.

<우리 술 한주 기행> , 174쪽

하아, 나의 싸구려 술을 마구 퍼마시는 것의 근원이 일제강점기의 소산이었다니.

그리고 이제는, 싸구려 술에 취하도록 마신 지난 날을 반성하는 마음도 크다.

20년 넘게 화학주를 그리 마셨으니 이제 나도 생생한 술 좀 먹어도 되지 않을까.

유통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 살균을 하는 것은 자본주의 현대문명의 특징이다.

단호하게 말하자면 살균주는 유통 자본가의 입맛, 이윤을 향한 입맛에 맞게 만들어지는

것일 뿐 생산자나 소비자를 위한 변하는 아니다. 이제 유통보다는 생산자와 소비자,

또 그 중간에 있는 여러 사람들의 공통의 행복 그리고 환경과미래를 생각하는

식품 산업이 발달할 때가 되었다.

<우리 술 한주 기행>, 32쪽

아 이놈의 자본주의가 내가 마실 술의 다양성마저 해치는구나.

나는 앞으로 애주가로서 거듭나기 위해

화학주로 내 혀를 얼얼하게 만들지 않고

발효와 숙성이 주는 생주의 은혜로움을 맛보고자 한다.

이 책을 일고 나서 제일 먼저 한 일은

전통주를 정기구독 신청한 것이다. ㅋㅋ

술담화 :: 찾아오는 인생술

정기구독을 통해 인생술을 만나게 되길 기대하고 있다.

한달에 한번 매달 20일 경 마감해서 발송하는 모양인데, 20일 지나 신청해서

10월달부터 내게 찾아 올 예정이다.

책을 다 읽고 나니 한잔 땡기는데, 집엔 소주와 맥주밖에 없고...

급 막걸리를 하나 사왔다.

                          

한번 빠져들면 헤어나올 수 있다는 한주의 세계.

대도시 양조장의 메카 부산에 살고 있으니,

책에서 소개된 부산의 양조장부터 시작해서

차근차근 맛봐야지.

미래에 제2의 인생으로 하고 싶은 일인

술마시는 책방

좀 더 구체적으로 고민해봐야지.

아 근데 술마시는 사람들이 양조장 투어를 하려면

반드시 술을 안마시는/못마시는 사람이 운전을 해야 하는데,

내 주변엔 술 좋아하는 사람들 뿐이라...

양조장 기행은 과연 갈 수 있을지??

*이 글은 소중한 인연으로 창비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감사히 읽고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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