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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왜왜 동아리 ㅣ 창비아동문고 339
진형민 지음, 이윤희 그림 / 창비 / 2024년 10월
평점 :
1.
10년 넘는 시간동안 <기호3번 안석뽕>부터 <꼴뚜기>, <소리 질러, 운동장> 그리고 최근작 <곰의 부탁>까지 진형민 작가의 책을 읽으며 '믿고 보는 작가'라는 믿음이 생겼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신청한 <왜왜왜 동아리> 가제본 서평 이벤트에 당첨되어 정식 출간 전에 책을 읽게 되었다. 90년대 말부터 아동문학을 읽기 시작했는데 그때보다 독자와 소통하는 다양한 문화들이 생긴 것 같아 세월이 많이 흘렀구나 실감한다. (옛날 사람 티 팍팍^^)

2. 올 가을이 유난히 더디 오면서 나 역시 주변 사람들과 기후위기가 정말 심각해졌다며 두려움 섞인 대화를 나누곤 했다. 코로나19 이후 전기차로 바꾸고 가능하면 텀블러를 갖고 다니려 노력하지만 마음 한 켠에는 지금의 흐름을 바꾸기엔 역부족이고 어쩔 수 없다는 체념도 쌓여왔던 것 같다.
3.
하지만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훨씬 많이 남은 어린이들에게는 재난에 가까운 기후위기가 그리 쉽게 체념할 수 없는 문제라는 걸 이 책을 읽고 새삼 절감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재난이 아이들의 일상 속으로 이미 파고들어 왔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사실 이런 문제들은 찬반 토론이 필요없는, 답이 정해져 있는 문제이기에 책의 결말이 어디로 향할지는 모두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이 이슈에 딜레마가 없다는 의미는 아님을 이 책도 잘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이 좋았던 이유는 그런 당위적인 메시지보다, 작가의 다른 작품들이 늘 그래왔듯 유머를 잃지 않고 아이들다운 눈높이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친구들과 함께 답을 찾아가기 시작하는 모습이었다. (어린이다움 역시 논쟁의 여지가 많은 개념이지만, 그건 다른 자리에서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가제본 도서라서 더욱 더 맘 편히 메모하고 밑줄 그으며 책을 읽었는데, 책장을 다시 넘겨보면 유난히 "ㅎㅎ", "ㅋㅋ" 같은 메모가 많다.
4.
그래서 나는 이 책의 줄거리를
"주인공 '록희'가 동아리 시간에 혼자 놀고 싶어서 만들었던 '왜왜왜 동아리'가 점점 기후위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참여적 성격의 동아리로 바뀌는 과정"이라고 요약하거나
이 책의 주제를
그러한 과정에서 초, 중학생들이 손을 잡고, 용해시와 전국의 아이들이 함께 길을 가는 "연대"라고 압축하고 싶지는 않다.
(이렇게 말하면서 이미 요약하고 압축해 버리긴 했지만 ^^;;)
5.
오히려 내가 이 책을 읽으며 더 많이 느꼈던 것은,
진형민 작가는 어떤 이야기를 하더라도 아이들의 생생한 목소리로, 조금은 웃기게, 그러나 결국은 세상을 더 나은 방향을 바꾸는 방향으로 풀어갈 것이라는 믿음 같은 것이었다.
세상에 좋은 이야기는 많지만 좋은 동화가 그만큼 더 많아졌는지는 아직 잘 모르겠기에,
그리고 고통스러운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 꼭 필요한 것 중 하나가 '유머'라고 믿기에
나는 앞으로도 진형민 월드의 아이들을 계속 따라가며 재밌는 동화를 야금야금 읽고 싶다.
이 참에 오랜 전에 읽었던 그의 동화를 다시 꺼내 읽기 시작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을 읽는 분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
"진형민 동화(세상)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