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눈보라콘 > 출판계에도 리메이크 바람

대형 서점이 봄을 맞아 활기를 띠는 모습이다. 신간 서적들을 보니 그 제목이 낯설지 않다. 아주 오래 전 나왔던 책들이 다시 보인다.

출판계에도 리메이크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리메이크 서적이 계속 출간되고 있다. 우주 과학분야와 함께 특 히 소설분야에서는 일명 ‘댄브라운(다빈치코드 저자) 열풍’으로 팩션소설 등 추리소설 리메이크 성향이 두드러진다.

‘코스모스’는 재출간 서적 가운데 눈길을 모으는 책 중 하나다. 1980년 출간 이래 영어판으로만 600만부가 팔렸다. 국내에선 1981년 처음 소개돼 우주탐험 의 희망을 준 책이기도 하다. 7080세대들에겐 한 번쯤 읽혀졌을 친숙한 책이다 .

1981~1997년까지 학원사에서 저작권을 갖고 있다가 사이언스북스와 독점 계약 하며 2005년 우리 곁으로 다시 찾아왔다. 우연히 서점에 들른 자영업자 조윤호 씨(48세)는 “평소 참 좋아하던 책이었다”고 반가움을 표시하며 “다시 한 번 읽어보고 싶다”며 얼른 챙긴다.

리메이크책 즉, 재출간 서적이 나오는 경우는 이렇다.

첫 번째, 출판사의 저작권 포기 및 양도하는 경우다. 더 이상 자사 수익률에 큰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고 판단되거나 출판사가 문을 닫게 되는 경우 절판되 는 우량도서가 의외로 많은 게 현실이다. ‘코스모스’의 경우는 저작권 양도 에 해당된다. ‘우주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는 출판사가 문을 닫은 경우다. 1996년 새와물고기출판사에서 히치하이커 시리즈를 맡았으나 반 짝하고 사라졌다. 책세상에서 2005년 새로운 독자층과 마니아독자들을 겨냥해 기획, 출간했다. 두 번째, 요즘 트렌드와 맞아떨어지는 경우다. 해묵은 책임 에도 불구하고 지류를 타고 다시 출간돼 독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는 경우가 있다. 앞서 말했듯이 댄브라운 열풍, 다빈치코드 등의 팩션, 추리소설 영향으 로 과거 인기를 끌었던 책들이 신간과 함께 나오고 있다.

그 대표작으로 앨런 폴섬의 ‘모레’. 이 책은 국내에서 10년 전 80만부 가량 팔린 스릴러 소설로 한동안 절판됐다가 때맞춰 다시 나왔다. 대중매체 영향을 받는 경우도 있다.

영화나 드라마가 제작되면서 독자들 관심을 끌어모으는 때문. 1974년 카빈강도 살인사건 이야기를 쓴 ‘지구인(문학동네, 최인호)’은 커다란 이슈를 잠시 잠 재워 뒀다가 요즘 다시 내놓았다. 독자 성향과 맞춰 수준 고려를 했다고 볼 수 있다. 이미 이 내용은 연극 ‘등신과머저리’ 영화 ‘범죄의재구성’ 등으로 대중들을 찾아간 경험이 있다.

세 번째, 학술적 필요에 따라 복간되는 경우다. 학술교제나 연구 목적 등 학문 연구 형태가 주로 많다. 경제경영서적도 이에 해당한다. 크게 변화한 내용없이 좋은 내용을 다시 소개하고자 하는 것이다. ‘코스모스’는 여기에도 해당된다 . ‘리더와 리더십’ ‘자이베르트 시간관리’ 등은 자기계발 및 경영서적의 고전으로 20년 전부터 시대와 내용에 알맞게 꾸준히 재출간되고 있다.

네 번째로 베스트셀러를 독자들에게 재발견해주기 위함이다. 베스트셀러의 경 우 좋은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말없이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 일본에서는 약 700만권이 팔린 ‘오체불만족’을 새롭게 문고판으로 내놔 좋은 내용을 부담없는 가격으로 만나볼 수 있게 했다. 독자와 더욱 오랜 만남을 유지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독자가 원한다’ 긍정적 평가■

이 외에도 출판사나 저자를 기념하기 위해 복간되는 경우도 있다. 소설가 이외 수씨는 30년 문단 인생을 기념하기 위해 ‘벽오금학도’와 ‘들개’를 재출간 했다. ‘와인즈버그, 오하이오’는 같은 시기에 다른 출판사 두 곳에서 내놓 기도 했다.

리메이크책에서 노리는 효과는 뭐니뭐니해도 ‘시장성’이다. 일단 검증된 책 즉, 잘 팔린 책 위주로 재출간을 계획하게 된다.

이러한 책 리메이크 현상을 전문가들은 어떻게 볼까.

일단 긍정적인 시각이 우세하다.

한기호 출판마케팅연구소장은 “상품 사이클이 짧은데 비해 꼭 필요한 책들이 재출간 되는 것은 좋은 현상”이라고 말한다.

박호상 출판연구소 연구위원은 “독자 지향적 출판으로 가고 있다는 증거”라 고 분석한다.

독자들 취향에 맞춰 디자인과 편집을 새롭게 구성하고 지류에 맞게 다시 나오 는 것은 철저히 독자들 지갑을 열게 하기 위한 마케팅 일환인 동시에 좋은 책 살리기와도 부합한다는 설명이다.

선진국 출판시장을 보면 절판 도서를 살리는 방법은 이미 경쟁력이 있다고 판 단한다.

일본의 대표적인 출판사 ‘이와나미’는 아예 절판된 서적을 중심으로 취급한 다. 이곳은 홈페이지와 우편을 통해 복간 신청을 받는다. 제책 설비 발달에 따 른 비용감소 덕분에 수익성에서도 유망한 편이다. 학술서적이 주를 이루지만 소량 주문에 신속하게 대응해 재고 부담이 없다는 게 큰 장점.

영어권에선 에이어컴퍼니(www.ayerpub.com)를 빼놓을 수 없다. 이곳은 각 분야 전문가들이 독자들과 만날만한 가치가 있는 책들을 선정해 재출간 한다. 에이 어컴퍼니 책은 도서 시장에서 사실상 신간과 동등한 대접을 받는다.

우리나라의 경우 ‘문예출판사’를 들 수 있다. 10년, 15년 전의 책들을 새로 운 언어 감각에 맞춰 재번역하고 새로운 독자를 창출하는 데 중점을 둔다. 일 정한 독자들을 확보하고 있어 그 수요도 꾸준한 편. 어린왕자, 데미안, 갈매기 의꿈 등과 같은 고전교양서들 위주다.

리메이크책은 이미 유행으로 자리잡았다.

이미 출판시장이 선진형으로 진입한 이상 새책이냐 리메이크냐 논쟁보다 한 권 의 책이라도 필요한 독자가 있다면 언제든지 독자 손에 받아 볼 수 있게 하는 ‘BOD(Book On Demand: 독자주문형시스템) 서비스 시스템’ 구축이 무엇보다 우선이다.


(매경이코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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