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늘
천운영 지음 / 창비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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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소설 속에 나오는 여자들은 대체로 매력적이다. 그들의 외모가 아름다워서가 아니다. 아름다움을 모르는 나는 아름답다고 여겨지는 어떤 것을 보면 슬퍼진다. 서글퍼지는 거다. 아무도 의식하지 않고 눈물이 저절로 똑, 하니 떨어질 것만 같다.

그런데 그녀의 소설 속에 나오는 여자들은 아름답진 않다. 되려 혐오감을 주는 외모를 가지고 있다. 뙤록뙤록 살쪄있기도 하고 꼽추이기도 하다. 벌써 기억이 가물가물한 건 내가 그다지 꼼꼼히 정독하는 성실한 독자가 아니어서 그런가 보다. 어쨌든 그녀들은 모두 다 세상의 변방에 외떨어져 있는 듯하다. 대체 있을 법하지 않은 인물들이지만, 가만가만 생각해보면 있을 법도 하다.

그런 인물들이 자기 식대로 생각하고 움직이고 하는 데서 매력을 느낀다. 어찌 어찌하여 알아주는 삶을 살아가진 못하더라도, 구질구질한 생을 살아가더라도 그들의 인생에서는 적어도 무기력은 느껴지지 않는다. 살아있음 그 자체를 부정하려하지 않고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되는 거다. 그 생기,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아도 활동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되는 묘한 기분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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