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고 있는 새는 걱정할 틈이 없다
정채봉 지음, 김덕기 그림 / 샘터사 / 2004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내가 알고 있는 동화작가라면 오로지 정채봉이다. 하지만 그의 동화는 읽어본 적도 없고 성인동화 장르를 개척했다는 것도 알지 못했다. (그의 작품 '오세암'을 각색해 만든 동명의 영화 '오세암'만 봤을 뿐이다.) 다만 내 고향 가까이에서 태어난 작가에게서 무턱대고 애정을 가지고 있었을 뿐이었다. 사물을 사랑하게 되면 알려고 한다더니, 그 말은 나에게는 해당되지 않았나 보다. 정서적인 유대감을 느끼면서도 그 감정은 매번 느끼고 있었던 게 아니라, 그의 얘기를 들을 때만 느꼈던 셈이다. 부끄럽게도 말이다.

어떻든 그의 잠언집을 읽는다. 우선 디자인이 세련되어서 끌렸었지만 제목을 보고서 의아해했다. 뜬금없이 '날고 있는 새는 걱정할 틈이 없다'라니... 시작도 없이 대뜸 걱정할 틈이 없다는 새라니... 그만큼 나는 일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것인가? 어떻든 책을 펼쳤다. 역시나 책 디자인이 너무 예뻤다. 서문을 대신한 글인지 몰라도 '바람에 몸을 씻는 풀잎처럼/ 파도에 몸을 씻는 모래알처럼/ 당신의 맑은 눈동자 속에 나를 헹구고 싶다'는 글귀는 나를 매료시키기에 충분했다. 연정을 품고있는 지금 이 때에 꼭 써먹어야지, 하는 생각과 함께.

간단 간단한 얘기들이 생각할 거리를 주는 것은 사실이다. 게다가 동화를 쓰는 작가가, 그것도 간암으로 작고하신 작가의 말을 듣는 것은 모종의 아련함을 느끼게 한다. 마땅히 그렇게 해야한다는 좋은 말, 미사여구의 나열이 늘 듣기 좋은 것이 아니듯이 나는 약간은 식상해했다. 그가 들려주는 얘기 중에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좋은 말을 수 백번 들어도 실천하기란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에 미치자, 어찌해도 좋은 말은 좋은 말이라고 인식을 하게 한다. 그리고 간간이 들어있는 김덕기의 그림은 매력적이다. 따스하게 조곤조곤 말하는 정채봉의 말의 배경을 해주는 그림은 너무 아기자기하다.(근데 하나같이 그림의 이름이 없다. 무제인가? 갑자기 든 생각...)

내가 그에게 무턱대고 친밀감을 가지는 것이 편협한 편가르기를 바탕으로 한 게 아니라, 고향을 떠나온 내가 가지는 인지상정에서 기인하는 게 아닌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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